패션계의 나비효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디올, 생 로랑, 발렌티노, 랑방 등 거대 하우스들의 새 역사가 열렸다::구찌,디올, 생 로랑, 발렌티노, 랑방,하우스,패션하우스,디렉터,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새 디렉터,디자이너,패션,엘르,elle.co.kr:: | 구찌,디올,생 로랑,발렌티노,랑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새 디렉터의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 하이패션계의 핵으로 꼽히는 구찌가 대표적이다. 프리다 지아니니가 바닥까지 추락시킨 구찌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인물은 새로운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그녀가 떠난 후 선보인 너드, 맥시멀리즘, 빈티지, 스트리트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미켈레의 독특한 색깔이 돋보인 컬렉션은 데뷔 무대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구찌는 2016년 3분기에 약 10억8천만 유로를 거뜬히 넘기며 지난해보다 17%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구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케링 그룹 전체의 매출 신장에 큰 기여를 하며 2001년 이후 그룹의 최고 주가를 경신했다. 구찌에 이어 알렉산더 왕의 바통을 이어받은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는 어떤가? 호불호가 있지만 상업적으로 변한 하이패션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뎀나 그리고 발렌시아가의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이후 2017년, 패션계의 새 폭풍을 일으킬 후발 주자들이 첫 번째 신고식을 마쳤다. 2017 S/S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디올의 새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 마니아 층이 확실했던 전임자 라프 시몬스의 뒤를 이은 것만으로도 부담일 텐데, 하우스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디렉터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LVMH 그룹의 막대한 지원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그 압박감은 실로 대단할 것이다. 디올의 변화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쇼 D데이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마리아가 첫 쇼의 준비 과정을 과감하게 공개한 점. 치우리가 모델 피팅을 하고 콜라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리얼한 모습까지! 동화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쇼장 베뉴 대신 클래식한 로댕 미술관에서 파격적인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의상에만 집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첫 번째 룩이 나올 때,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짧은 머리의 루스 벨이 새하얀 펜싱 수트를 입고 걸어나왔다. 컬렉션은 한층 정제된 모더니즘으로 향해 있었다. ‘발렌티노의 색깔이 짙다’ ‘똑같다’ 등등 부정적인 면들도 있었지만 ‘뉴 모더니스트의 탄생’ ‘새로운 디올’ ‘자도르 디올’ 등 호평이 넘쳐났다.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는 이번 컬렉션 중 가장 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성공을 예감하듯 한껏 고조돼 있었다(데뷔 무대의 성공여부는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디올만큼 이번 컬렉션의 또 다른 핫 이슈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데뷔 무대다. 일찌감치 베르수스에서 나와 생 로랑으로 이적한 후 자신의 컬렉션조차 취소하고, 오로지 생 로랑 무대에만 집중했다. 이례적으로 쇼 스케줄까지 파리 컬렉션의 첫째 날로 옮기며 당당히 문을 열었지만, 큰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 전임자가 없앤 YSL 로고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이브 생 로랑의 아카이브와 바카렐로 특유의 록 스프릿을 함께 버무렸다. 다음 날 수많은 데일리 매체는 1면으로 생 로랑을 소식을 다뤘지만 호평 일색은 아니었다. 생 로랑 쇼를 취재한 한 에디터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우울해 보이는 커튼콜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바카렐로의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듀오에서 홀로 서기를 한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는 어떤가? 디올로 떠난 마리아가 모더니스트의 길을 택했다면 그는 보다 쿠튀르스러운 기교를 총동원해 경건한 컬렉션으로 차별화를 두었고, 랑방의 부크라 자라르(Bouchra Jarrar)는 ‘과연 이것이 랑방의 컬렉션인가?’ 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반전 없이 컬렉션을 완성했다. 2017 F/W 시즌에는 또 한 번 새 바람이 불 예정이다. 패션계를 잠시 떠난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으로 돌아오고 로베르토 카발리, 토즈,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새 디렉터의 자리에 누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구찌나 발렌시아가처럼 또 다른 ‘패션 핵’으로 떠오를지 모른다. 먼저 데뷔전을 치른 거대 하우스의 신임 디렉터들에게는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패션계와 매출이라는 무서운 성적표도 곧 공개될 것이다. 큰 판도는 어느 정도 예측하긴 했지만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아직 단 한 번의 컬렉션만 선보였고 매장 행거에는 그들의 옷이 걸려 있지도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