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기적이 내게 왔다. 영화 <로마에서 생긴 일> VS <행운을 돌려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상상만해도 즐겁다. 요술 램프 속 지니가 온종일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술술 풀리는 인생이란! 영화 ‘로마에서 생긴 일’의 베스와 ‘행운을 돌려줘’ 애쉴리는 마법 같은 행운으로 요절복통 코미디 같은 나날을 보낸다. 키스 한번으로 잃어버린 행운, 우연히 주운 동전으로 발생한 기적.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하며 놀라워 할 얘기다. :: 영화, 로맨틱 코미디, 기적, 행운, 로마, 로마에서 생긴 일, When in Rome, 행운을 돌려줘, Just my luck, 마크 스티븐 존슨, 크리스틴 벨, 조쉬 더하멜, 윌 아넷, 존 헤저, 댁스 셰파드, 베스, 닉, 안토니오, 랜스, 게일, 린제이 로한, 크리스 파인, 애쉴리 올브라이트, 제이크 하딘, 엘르, 엣진, elle.co.kr :: | :: 영화,로맨틱 코미디,기적,행운,로마

이 여자, 참말로 복도 많다. 남들은 일생에 한 번 찾아 올까 말까 하는 행운이 문 턱을 넘어서기가 무섭게 굴러 들어오니 말이다. 영화 의 애쉴리(린제이 로한) 사전엔 불가능함은 없다. 멀쩡히 길가다 고액권 줍기, 복잡한 뉴욕 시내에서 한번에 택시 잡기, 긁으면 긁는 대로 복권 당첨 되기 같은 자잘한 운은 기본이요. 우연히 만난 재벌 2세 ‘킹카’남친과 헬기로 도시를 옮겨 다니며 데이트를 하고, 상사 대신 발표한 프리젠테이션으로 VIP 고객의 파티까지 따낸다! 반면 일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 한 베스(크리스틴 벨)지만 유독 남자문제엔 취약하다.(영화 ) 얼마 전 끝난 ‘엑스 보이 프렌드’는 새 애인과의 결혼을 통보해오고, 여기에 여동생 조앤(알렉시스 지에나)까지 결혼에 골인하면서 베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여자라면 저마다 꿈꾸는 사랑이 있다. 첫눈에 우연히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 따라서 조앤의 결혼식이 열리는 로마에서 만난 닉과 베스의 로맨스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당연히 너무 쉽게 이들을 엮어줄 순 없는 노릇이라서 딴 여자와 키스를 하는 닉의 모습을 베스가 보게 만들어 어긋나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무 잘나가던 애쉴리에겐 반대로 너무 운이 없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양손바닥을 움켜 쥐게 만드는 제이크(크리스 파인)와 만나게 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점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로맨틱 영화와 달리 두 영화엔 활력이 되는 요소가 있었다. 소리 없이 찾아온 마법 같은 기적이자, 행운이다.비너스 동상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하던 베스가 사랑의 분수에서 건져 올린 동전 몇 개. 주최한 파티의 성공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 애쉴리가 처음 만난 제이크와 한 키스. 비너스 여신이 신경질이라도 내는 것처럼, 하늘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친다. 이제부터 베스에겐 동전의 주인들이자, 각기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남자들이 적극적인 대시가 계속된다. 잠시 암전상태에 돌입한 파티장에서도 애쉴리의 행운과 제이크의 불행이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다. 남자문제에서만큼은 순탄치 않았던 베스에게는 다섯 남자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진다. 부담스러운 남자들에 베스는 서둘러 원주인에게 동전을 돌려줌으로 기적을 환원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베스는 자신과 달리 계속되는 거부에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남자들에게서 아버지의 충고를 기억해 낸다. ‘곰이 되려거든 그리즐리가 되라.’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자 벼락으로 베스는 상대에게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되돌려 받을 수 없을지라도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함을 배운다. 반면 애쉴리가 자신의 삶 전체를 소용돌이처럼 흔들어 놓으며 영향을 주는 불행을 되돌려 놓으려기 위해 대처하는 자세는 분명 베스의 그것보다 적극적이다. 운을 타고난 애쉴리와 정 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던 제이크가 만난 것은 카르마. 애쉴리와 제이크의 인생이 뒤바뀌는 것은 운명인 것이다.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운명에 애쉴리는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다. 씩씩하게 돌아다니며 키스를 하니거나,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다. 바닥 청소, 변기 뚫는 일 같은 허드렛일 아르바이트도 마다 하지 않으면서 진짜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행운의 아우라가 벗겨지는 순간, 애쉴리는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없다는 명백한 진리와 맞닥뜨리게 되고 평범한 삶의 가장자리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 나타나는 삶의 복병에 정면으로 승부한다. 이들에게 발생한 뜻밖의 기적과 불운은 삶의 불예측성을 의미하며, 혼돈의 카오스 안에서 해결책을 찾아 나가며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는 계기인 것이다. ‘일은 잘하지만 사랑에는 서툰’ 여성 캐릭터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목숨처럼 여기는 일에 열중한 까닭에 연애에는 다소 소홀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일 벌레 여성들에게 말랑말랑한 파스텔 컬러의 원피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세련된 수트에 굽 높10cm정도 되는 마놀료블라닉 정도 신어줘야 진정한 21세기 커리어 우먼답다. 여기에 요새 없으면 서러운 스마트 폰과 별 다방 표 에스프레소 한잔 들어줘야 흔히 생각되는 일에 집중하는 전문직 여성의 이미지가 완성된다. 베스와 애쉴리도 이러한 공식을 챙겨 의상을 골랐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베스의 스타일은 지적인 직장여성 컨셉. 주로 무채색 계열의 세미 정장을 애용한다. 가끔 하얀 블라우스 위에 베스트 입어 수트의 딱딱함을 희소시켰다. 베스는 T.P.O에 맞춰 옷 입는 센스를 발휘했는데,주로 닉과 만날 때 이를 활용해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높였다. 닉과 처음 만난 로마 결혼식장에서는 가슴이 깊게 파인 블루 드레스에 포니테일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별다른 장신구나 화려한 헤어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어딘지 귀여운 구석이 있는 베스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첫 데이트를 할 때는 네이비 컬러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 자신의 세련미와 지적미를 발산해 이를 닉에게 어필하는 센스를 보였다. 패셔니스타 애쉴리의 의상은 극과 극을 오간다. 애쉴리가 행운 의 여신일 때 만해도 화려한 의상을 선호했다. 대외적인 업무가 많은 PR 걸답게 화이트 컬러의 트렌치 코트, 어깨 끈 없는 과감한 패턴의 드레스, 코사주가 달린 미니 드레스 등을 입어 일과 그 외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은 발랄한 직장여성 스타일을 표현했다. 집 잃고 직장까지 잃은 뒤에 애쉴리의 스타일 아이템은 청바지에 아무렇게나 걸친 티셔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가게의 마크가 찍힌 유니폼 점퍼도 즐겨 입는 아우터다. Step 1. 의외성으로 중무장 하기 VS 우연을 가장해 자주 만나라베스 가라사대 “남자란 동물은 자고로 여자의 의외성에 약하다.” 닉은 실수를 연발해 결혼식장 하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모자라, 술김에 분수에까지 들어가는 베스에게 매력을 느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한 여자에게 의외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남자의 보호본능은 작동한다.자주 만나야 정도 생긴다. 서로의 인생이 바뀐 줄도 모른 채, 자꾸 마주치는 애쉴리와 제이크. 재수 없는 일은 몸소 다 겪은 제이크 입장에서는 마치 자신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은애쉴리가 안쓰럽다. 일부러라도 자꾸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애쉴리에게 사랑을 느낀다. Step 2. 적절한 밀고 당기기로 ‘몸 값’ 높이기 VS 남자의 친절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베스는 진정 ‘밀당(밀고 당기기)’의 고수다. 데이트 중 몇 번이나 도망가 닉의 맘을 태우더니,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만 남기고 총총 사라져 닉을 잠 못 들게 한다. 게다가 베스를 둘러싼 사랑의 경쟁자들은 닉의 승부욕까지 건드린다. 남자는 경쟁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타오른다. 무려 5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베스의 사랑을 얻는 닉이야말로 올림픽 금메달 감. 영웅이 멋있는 이유는 위급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때 영웅의 내민 구원의 손길을 거절하면 멋진 로맨스는 물 건너 간다. 현명한 애쉴리는 제이크의 친절을 뿌리치지 않는다. 제이크 덕에 직장도 구하고 못 이긴 척 따라간 제이크의 집에서는 알콩달콩한 로맨스까지 싹 틔운다. 남자의 친절은 일단 먼저 받고 볼 일. Step 3.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 VS 진심을 다해서 사랑하기한 밤 중 닉과 미술관을 찾은 베스. 피카소의 작품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기 앞에서 울고 있는 베스에게 닉은 곧바로 무릎 꿇고 사랑을 맹세한다. 물론 이 방법은 자꾸 쓰면 지겨워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누군가 말했다. 내가 가진 전부를 내줘도 아깝지 않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제이크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애쉴리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행운을 과감히 제이크에게 양보할 줄 안다. 때로는 양손에 모든 걸 움켜지고 계산기 두드리는 앙큼한 여우 짓보다, 상대에게 보이는 넓은 아량과 이해심이 가장 중요한 사랑의 비법이다. 여배우 크리스틴 벨은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많다. 자유자재로 전기를 다루는 능력자 엘(드라마 ) 역할로 브라운관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크리스틴에게 기대하는 건 많지 않았다. 금발의 예쁘장한 신인 여배우, 딱 그 정도였다.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다 자신이 정한 목표에 맞춰 차곡차곡 커리어를 채워나가는데 집중하다 보니 크리스틴은 어느 새 주연급 여배우로 성장해있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탑 스타 사라 미셀(영화 )을 연기할 때였다. 너무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은 크리스틴이 눈에 들어 왔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배역을 최대한 표현할 줄 아는 현명함이 사라의 옷을 입은 크리스틴에게 묻어 나왔다. 리즈 위더스푼의 친숙함과 백치미, 그리고 똑 부러지는 책임감을 동시에 가진 배우. 그토록 피터(제이슨 세걸)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권태기인 남편과 그렇고 그런 여행을 떠난 크리스틴의 신시아는 또 어떤가. 장기 연애자들의 긴장감 없는 나른한 연애를 추억하게 만들었다.(영화 ). 그러면서 또 언제 그랬냐는 성 싶게 사랑에는 서툰 베스로 돌아와 우리 곁을 찾았다. 꺼내도 계속 나오는 마트로쉬카 인형처럼 크리스틴의 매력을 다 보려면 아직도 멀었다. 인간 린제이 로한의 세계는 ‘눈의 여왕’의 얼음궁처럼 견고하고 차갑다. 글도 채 깨치지 못한 어린 나이에 대중의 손길을 탔고 낸시 마이어스의 역작 에 출연하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아역배우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당돌하면서 똑 부러진 1인 2역의 쌍둥이 연기를 펼치던 고작 열한 살의 린제이를 보는 건 정말이지 흐뭇하기만 했다. 언제부턴가. 린제이는 삐딱해졌다. 트롤이 던진 깨진 거울 조각에 짖궂게 변해버린 동화속 카이처럼 린제이도 보란 듯 카메라를 향해 심술을 부렸다. 너무 빨리 냉정한 연예 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정사 때문일까. 술, 담배, 마약에 찌들어 연일 타블로이드 가십면을 장식하더니 결국엔 재활 치료소에까지 들어간다. 몸은 여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서 어찌 할 바 모르는 고등학생 애나(영화 )처럼 린제이는 지금 ‘freaky’한 상태다. 울컥하고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격렬한 감정을 참을 수 없을 때마다 미친 척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린제이는 몸만 자란 커다란 아이 같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미모와 재능을 활용하기만 하면 쉽게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퀸 카’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나니 영 세상살이가 시들시들한 것 처럼 보인다.(영화 ) 연기가 좋았던 아역배우는 스타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군중의 섬 구석진 곳으로 더 몸을 말아 숨긴다. 지금 린제이는 자신의 얼음궁에서 갇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 자신을 기억해내는 처절한 싸움에서 비로소 이기고 나와 심장에 박힌 날카로운 눈의 가시를 뽑는 순간 우리는 린제이의 뜨거운 여름을 다시 볼 수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