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나노 패밀리.아버지의 자서전 <무한한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필립 도르나노.한겨울 날씨 탓에 바꿔 바른 크림에서 익숙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어릴 적 어머니의 화장대에서 몰래 발랐던, 피부 컨디션이 최악일 때마다 찾곤 하시던 바로 그 크림의 향기! 최상의 퀄리티와 식물 성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프랑스의 화장품 명가. 지금의 시슬리를 있게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창립자 위베르 도르나노(Hubert d’Ornano)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화장품 홍수의 시대. 고집스럽게 소신을 지켜온 그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지난해에 고인이 된 그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슬리를 이끌고 있는 필립 도르나노(Philippe d’Ornano) 회장을 만나 지난 세월을 되짚고 현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무한한 아름다움 Boundless Beauty>의 한국판 출간을 축하해요. 특별한 발행 계기가 있나요 어머니의 공이 컸죠. 아버지를 오랫동안 설득했으니. 브랜드와 가문의 히스토리를 남기는 것이 시슬리와 고객, 후대에까지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어요. 책에서 밝혔듯 장군 집안이었지만 전 재산을 잃었고, 가문의 재건을 위해 외교관이었던 할아버지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향수 기업 코티와 랑코스메(오늘날의 랑콤), 장 달브레 퍼퓸, 올랑 스킨케어 그리고 시슬리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문의 역사가 곧 화장품의 역사인 셈이죠. 개인의 평범한 자서전이라기보다 기록이자 역사 자료로서 가치가 있달까요? 여성 존중이 몸에 밴 집안 같더군요. 동네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외할머니도 그렇고, 사업에 의견을 자주 피력한 어머니와 이를 적극 반영한 아버지 역시 어머니는 현존하는 업계 최고의 크리에이터죠. 어머니와 아버지가 대화를 시작하면 30초에 하나씩 아이디어가 쏟아졌으니까. 사실 딱히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가족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었고, 지금도 직원의 80%가, 또 임원의 60%가 여성이거든요. 남자 기숙사에서 지낼 때 다시는 남자만 있는 환경에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해서일까요? 딸만 셋이고, 고양이와 개마저 암컷이랍니다. 하하. 품질 유지를 위해 지키고 있는 철학은 첫 번째는 식물이 주는 치유, ‘피토테라피’를 꼽아야겠네요. 아버지는 식물 추출물로 화장품을 만든다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부터 피토테라피를 신봉했어요. 필요한 각각의 식물은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특산지에서 수확하죠. 두 번째는 자유. 연구원은 원하는 성분을 비용 걱정 없이 제공받고, 시간 제약 없이 연구하는 자유를 보장받아요. 50가지 성분을 담은 시슬리아 크림을 출시하기까지 10년이 걸린 이유죠. 마지막은 혁신! 아버지는 타 브랜드 제품을 책상에 올려두기만 해도 당장 치우라며 역정을 내셨어요.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혁신을 위해 모방은 금물이죠. 식물 성분을 활용함에 있어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나요 나무를 심고, 태양열을 활용하며, 하수 처리에 신경 쓰는 등 재단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별히 광고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동물을 사랑하는 ‘숲 속의 친구’였어요. 개와 말, 소는 물론 어미가 죽은 멧돼지 새끼까지…. 심지어 둥지에서 떨어진 새에게 먹이를 주다가 집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집에서 새똥을 맞기도 했으니까요. 나 역시 서핑과 등산을 즐기는 스포츠광이기도 하고. 자연 유산이 곧 우리의 미래죠. ‘프렌치 시크’는 이미 확고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죠. K뷰티 역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무슨 조언이 필요할까요? 뷰티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은 세계 1등인데! 국제화가 쉽진 않지만 훌륭한 제품은 어디서든 통하게 돼 있어요. 화장품은 피부색이 아닌 타입별로 나뉘는 거니까! 단순히 돈 벌기 위한 목적을 떠나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전 세계가 반응할 겁니다. ‘시슬리다운 아름다움’이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고 인상이 변해요. 극단적인 시술보다 화장품으로 지금보다 좀 더 어려 보이고, 세월이 반영된 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아름다움을 통한 자신감, 이를 북돋워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전진할 계획입니다.  1 1980년 출시 이후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센스와 로션을 하나로 합친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23만원.2 17년 만에 리뉴얼됐다. 유전적인 노화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환경 요인으로 인한 노화까지 개선하는 3차원 안티에이저는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 아쥬, 50만원, 모두 Sis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