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첫 컬렉션 언젠가는 친구들과 웃고 즐기며 서울에서 쇼를 하고 싶었다. 밴드 친구들이 1~2시간이면 쇼가 끝나냐며 재촉하는데 그 모습도 마냥 좋았다. 쇼를 진행하며 벌어지는 그런 소소한 일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쇼가 끝나면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을 테니. 야외 주차장 런웨이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걸어 다니면서 술을 마시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주차장밖에 생각나질 않더라.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과 아름다운 서울 야경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옷에 새겨진 ‘조선 펑크’ 한국에서 펑크를 좋아하고 행동하면 그게 ‘조선 펑크’다. 뮤지션들은 음악으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다. 난 떠오르는 생각들을 단순화시켜 글이나 낙서로 이미지화한다. 굉장한 디테일들 평범한 옷핀들이 모여 어떤 디테일보다 파워플한 장식이 됐다. 하나하나 다시 빠지지 않게 수작업으로 완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예전부터 즐겨 사용했다. 또 아무렇게나 달린 지퍼 디테일은 헤드부터 오리지널로 만든 지퍼를 사용하고 이 역시 특별한 도구 없이 손으로 직접 커팅해야 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결국 내가 원한 것은 모든 디테일이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은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다.‘쿨’한 환자복 거리에는 한껏 드레스업하고 파자마를 입고 다닌다. 하지만 어디에도 환자복을 입고 멋을 부린 사람은 없더라. 그래서 시도해 봤다. 이제 환자복 입고 마음껏 세상을 누비면 된다. 새로운 스타일 아닌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자복 쇼 피스에는 나만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친구 모델들 이번 쇼에 오른 모델 중에는 키가 작고, 살집이 있고, 등이 심하게 굽은 체형 등 주변 친구들과 함께했다. 직업도 다양하다. 프로 모델부터 화가, 포토그래퍼, 보더 등 일본과 태국에서도 왔다. 다들 자비로 와서 신나게 놀고 돌아갔다. 무엇보다 패션 관계자뿐 아니라 기타리스트, 래퍼, 타투이스트, 백수 등 모두가 뒤엉켜 있는 순간을 보고 싶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과 젊은이들이 옷을 입고 자기 마음대로 걷는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신나는 ‘일’이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카츠야 카모 샤넬, 하이더 아크만 등 해외 컬렉션과 하이패션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헤어 아티스트다. 카모상과 단 한 번의 미팅을 마친 후, 파리에 있는 그와 페이스 타임으로 연락하며 작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구겨진 캔 장식의 안대, 구조적인 형태의 와이어 헤드피스, PVC 복면, 별 모양으로 커팅한 헤어 등 쇼에서 중요한 헤어스타일링과 아트 오브제를 담당했다. ‘과연 가능할까’ 했던 상상 속의 이미지를 결과로 만들어주니 그와의 작업은 언제나 믿음이 간다. SEE NOW BUY NOW 패션계의 ‘새 시대’는 좋은 것 같다. 그 시스템이 ‘좋다, 나쁘다’가 아닌 침체된 패션계에 새로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 직구가 좋다면 거기에 충실하면 되고 그게 싫다면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어렵지 않다. 지디가 입고, 오혁이 쇼 음악을 만들며, 프런트로에는 베트멍 관계자들을 비롯해 오혁, 지코, 킹맥, 크리스티나 백 등 새 문화를 만드는 영 파워들로 가득했다. 바조우가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문화’ 거창할 것 없다. 즐겁게 놀고 즐기면 그게 놀이에서 문화가 된다. 펑크 패션을 즐기는 방법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오히려 즐겁게 했지만. 펑크가 ‘핫’하다고 해서 굳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진심으로 멋지다고 느끼고 왜 이런 옷을 입는지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펑크, 힙합, 교복이든 관계없다는 사실이다. 1회용 마스크 비염이 심해서 쓰던 마스크가 지금은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큰 의미 없이 아무 때나 어디에서든 쓴다. 이젠 마스크가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