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위에 놓인 보아즈와 사야카의 결혼사진. 일본식 전통 혼례로 치렀다.빈티지 가구 위의 꽃병은 BCXSY가 디자인한 디스틸드 네이처 (Destilled Nature), 찬장 가운데 칸에 놓인 컵들은 인 비트윈(In Between), 왼쪽의 턴테이블은 보아즈가 먼지 하나 없이 관리한다.사야카가 컬렉트하는 곤충 박스 ‘펜나(Penna)’, 실제 용도는 브로치다.195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빈티지 라탄 소재의 소파는 창밖을 향하게 놓았다. 소파에 앉는 것만큼 창틀에 걸터앉는 것도 즐긴다.복도 앞에 놓인 호랑이 벤치는 로컬 디자이너가 만든 것으로 브라질 플리 마켓에서 사왔다.BCXSY가 디자인한 초 ‘큐리오(Curio)’.시아 방 뒤편의 슬라이딩 도어는 칼리코 월페이퍼에서 출시한 ‘인버티드 스페이스 (Inverted Space)’. 가구를 최소화해 미니멀리즘이 느껴지는 아기 방.침실에 있는 책장도 직접 디자인했다.BCXSY가 모아온 크리스털 오브제들. 초 컬렉션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아기 방에 모인 보아즈와 사야카 그리고 시아.보아즈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부엌은 레너베이션에서 가장 많이 신경 썼다. 가구는 사이즈부터 소재와 컬러까지 직접 선택하고 디자인했다.보아즈 코헨(Boaz Cohen)과 사야카 야마모토(Sayaka Yamamoto)는 출신 학교가 있는 에인트호벤을 떠나 암스테르담에 정착했다. 알려진 대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아름다운 운하가 유명한 도시. 그들은 도심 한복판보다 트램을 타고 남쪽 운하 근처의 한적한 풍경을 찾아다녔다. 먼저 구한 스튜디오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타운 하우스를 발견했을 때, 아침 나절부터 늦은 오후까지 거실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과 창문 아래로 흐르는 운하 그리고 조금만 걸으면 나타나는 많은 공원들까지, 더 고민할 게 없었다. 이젠 둘뿐 아니라 셋, 1년 전에 태어난 딸 시아(Sia)에게도 좋은 기운을 주고 싶었다(함께 외출하면 지나가는 할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걷다 멈추길 반복해야 할 정도라는 시아는 <엘르> 코리아와의 촬영 중에도 부부보다 포토제닉했다). 네덜란드 특유의 좁은 아파트, 2층에 있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반기는 풍경은 생소하게도, 방과 방을 연결하는 복도다. 벽과 문 색깔을 내추럴한 컬러로 통일한 가운데, 진짜 집으로 입성하기 앞서서 노란색 호랑이 벤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벤치는 그들이 브라질에 갔을 때 잠깐 들렀던 플리마켓에서 발견하자마자 탄성을 지른 녀석, 어마어마하게 무거웠는데도 낑낑거리며 데려온 터라 애정이 남달라 이 자리에 놓게 됐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블랙 코미디를 즐기는 스탠딩 쇼 코미디언이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하는 보아즈와 겉으론 조용해 보여도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곤 하는 사야카다운 선택이다.  이 호랑이가 안내하는 복도를 따라가면 비로소 나타나는 거실은 좁은 공간 안에서도 숨통을 트이게 하는 곳이다. 창문 밖에 오직 이 집을 위해 잎을 틔운 듯 가까이 드리워진 나뭇가지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 운하의 찰랑이는 물결까지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창문이 핵심이다. 창문 밖 풍경과 창문 안 실내는 마치 하나의 컨셉트로 디자인한 듯 경계 없이 어울린다.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소파 위에 그들이 직접 패브릭을 고른 리넨 쿠션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고, 보아즈의 보물인 낡은 LP 플레이어, 그 옆에 빈티지 장식장을 가득 채운 골동품들이 어우러진다. 집 안 곳곳에는 그들이 직접 디자인한 작품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 꼭 필요하면서도 둘 다 완전히 만족해하는 오브제들만 디스플레이한다. 시아의 방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통 아기가 있는 집은 원래 온갖 잡동사니들로 넘쳐나지만 이 집은 예외다. 조그만 빈티지 수트케이스 안에 시아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고, 성장에 맞춰 때때로 물건을 교체해 주는 정도. 방 안에 가구라곤 벽 한쪽의 침대가 전부다. 그 뒤엔 그들이 벽지 브랜드 칼리코(Calico)와의 협업으로 만든 작품 ‘인벌티드 스페이스(Inverted Spaces)’ 월페이퍼를 붙여 예술적인 벽처럼 보이는 붙박이장이 숨겨져 있다. 정신 사나운 살림들은 모두 이 붙박이장 안에 있다. 커플의 방 역시 심플함 그 자체, 직접 만든 책장 하나가 벽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위에 책들과 함께 각종 오브제나 작은 아트 작품을 올려두고 있다. 디자인만큼 요리를 즐겨 하고 요리로부터 많은 감각적 경험을 얻는다는 보아즈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부엌은 세심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원목으로 공간에 맞춰 직접 제작한 부엌 가구들 사이에 프로페셔널한 오븐을 넣어 소재의 대비가 마치 디자인 요소처럼 느껴진다.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집에서 요리하는 것으로 일과 생활을 분리한다는 보아즈는 한때 요리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요리 시간이 심각하게 많이 걸린다는 현실적 이유로 가족을 위한 요리에만 매진하고 있다. 보아즈가 부엌을 점령한 사이, 사야카는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창문 앞 소파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여유가 주어지는 날을 무엇보다 사랑한다. 재료부터 완성된 작품까지 아틀리에 같기도 혹은 창고 같기도 한 집들이 보통 디자이너들의 집이라지만 보아즈와 사야카는 정갈한 갤러리처럼 물건과 삶의 밸런스를 지키고 싶었다고 한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고, 물건은 별로 없어도 만족감으로 꽉 채운 공간엔 다른 집에는 없는 온기가 감돈다. 디자이너라 감각이 남다르다는 칭찬을 건네자, 그들은 지금의 조화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굳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공간이기에, 예쁘기를 고민하기보다 물건의 제 역할을 더 고민한 결과다. 돌이든 나무든 간에 원래의 물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BCXSY 디자인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는 이곳에 오면 다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