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자신, 믿을 수 있는가? 영화 <베스트셀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베스트셀러’ 작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표절을 하면서 혼란에 빠진 소설가 역할은 엄정화가 맡았다. ::영화, 프리미어, 베스트셀러, 엄정화, 류승룡, 이도경, 조진웅, 박사랑, 개봉영화, 미스터리, 추적극, 표절, 이정호 감독, 희수, 스릴러, 심연,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최영환 촬영감독, 엘르, 엣진, elle.co.kr:: | ::영화,프리미어,베스트셀러,엄정화,류승룡

감독 이정호 출연 엄정화 류승룡 이도경 조진웅 박사랑 개봉 4월 15일 예정 채 여름도 되기 전에 섬뜩한 영화 한 편이 개봉을 기다린다. ‘미스터리 추적극’을 표방하며 ‘표절’이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덥석 골라잡은 는 조감독 생활로 잔뼈가 굵은 이정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엄정화가 표절 논란에 휩쓸린 소설가 백희수 역할을 맡아 공포와 광기, 연약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뿜어낸다. 감독들이 진작 그녀에게서 이런 캐릭터를 뽑아내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희수는 콧대 높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러나 자신의 신작이,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공모전에 출품된 어느 신인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작가로서의 명예는 산산조각 나고 만다. 2년간 집에 처박혀 시들어가던 그녀는 출판사 편집장의 끈질긴 권유로 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새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어린 딸 연희를 데리고 내려간 곳은 시골의 외딴 별장. 텅 빈 집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놓고 초조함만 태워가던 희수는, 어느 날 연희가 ‘언니’라고 부르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소재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어린 딸을 다그쳐 아이가 들었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풀어 놓게 하고, 그 이야기를 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완성시킨다. 그러나 이 회심의 재기작마저 10년 전 발표된 소설과 똑같은 내용임이 밝혀지면서, 희수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버리고 만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 괴상한 집이 있는 마을로 돌아가 직접 이야기의 진실과 자신의 결백을 밝혀내는 것뿐이다. 는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를 뒤섞은 크로스오버 장르를 내세운다. 원혼이 서린 폐쇄적인 별장 안엔 하우스 호러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가 떠돌고,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추방당한 여 작가의 분노와 집착은 스릴러의 축을 끌어가는 감정적 기반이 된다. 정신병원과 시골마을, 과거와 현재, 비밀스런 눈빛들이 교차하는 사이로 언뜻 모습을 드러내는 조각난 단서들은 미스터리를 구성한다. 그 중심에 엄정화가 있다. 희수의 남편 영준을 연기한 류승룡은 “엄정화에게 는 훌륭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멘탈이 약한 캐릭터는 대개 매력과 함정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엄정화는 그 매력만 영리하게 음미했다. “극한으로 몰리는 건 힘든 일이지만, 비일상적인 감정을 맛보는 게 재미있었다. 캐릭터를 잡은 뒤 거울을 볼 때마다 이 역할이다, 정말 나랑 어울린다 싶었다. 로맨틱한 영화가 사랑 받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면, 스릴러는 바닥까지 떨어져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여자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엄정화가 백희수를 입고 재미있게 놀았다면 그 에너지를 발견하고 판을 깔아 준 건 이정호 감독이다. “를 보고 지금껏 엄정화가 보여준 매력이 일부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 는 끝없이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는 마트로슈카 인형처럼 현상과 이면과 진실과 욕망이 촘촘하게 덧입혀진 영화다. “인간은 결국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진실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희수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도 결국 자신의 진실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과정이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엄정화의 능력은 최고다. 관객들이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를 즐겼으면 한다.” 희수가 을 집필한 저택은 250여 곳이 넘는 저수지를 찾아 다닌 끝에 공들여 지은 세트다. 전체 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목재와 벽돌을 사용해 마루바닥이 삐걱대는 소리까지 계산했다. 의 속도감 넘치는 미장센을 만들어낸 최영환 촬영감독, 김성관 조명감독은 이 공간의 묘한 느낌을 십분 활용해냈다. 이정호 감독의 말이다. “기존에 없었던 그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반부와 후반부만 떼어서 보면 갭이 극과 극을 달리는데, 그걸 똑같은 공간 속에서 보는 재미도 있다.” writeflash(openflash(630, 550, "http://image.elle.co.kr/ElleContent/ImageContent/DirectImg/100409_best/100409_best.swf")); 데뷔작인데? 조감독 생활을 오래해서 현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책임감의 무게와 결단을 내리는 과정은 힘들었다. 물리적인 책임에서 정신적인 책임으로 넘어온 거지. 박찬욱 감독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이 하는 일은 완벽하게 준비된 현장에서 하루하루 마감치는 것”이란 얘길 했는데, 실감했다. ‘미스터리 추적극’ 이라는 말을 썼더라. 몇 가지 장르영화의 특성을 뽑아서 전, 중, 후반부에 각기 배치했다. 호러적 요소에서 시작해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식이다. 희수는 한 번의 스캔들로 나락에 떨어진 여자다.불안과 강박을 가진 여자가 이상한 기운을 가진 집에 들어가고, 재기하고자 하는 욕망과 집의 기운이 만나 충돌하면서 이야기가 탄생한다. 복잡다단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호러 스릴러’. 엄정화를 캐스팅한 이유는? 처음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는 주인공을 60대 노작가로 설정했었다. 그러다 여러 현실적인 (웃음) 문제로 조정했다. 그렇게 완성된 시나리오를 놓고 캐스팅을 고민했을 때, 백희수의 화려함, 불안함, 피폐함을 한꺼번에 소화하고 장르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는 엄정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보다 5만 배 이상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주었다. 노작가 역할로 염두에 둔 건 누구였나? 윤여정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예전 사진을 봤는데, 흑백사진 속 깡마른 여성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버지니아 울프나 영화 이 떠올랐었다. 엄정화의 새로움을 많이 끌어낸 것 같나? 만일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그녀의 연기가 새롭다고 한다면, 그건 옳지 않은 판단이다. 그녀는 늘 그만큼 잘해왔던 배우다. 몸에 더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났을 뿐이다. 감독의 역할은 배우가 뭔가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거다. 같은 시나리오를 읽었다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고,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결국 배우의 고유 영역이다.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나누는 게 중요하다.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시너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날고 기는 충무로의 블록버스터 스태프들을 모아놓았으니, 내 몫은 그들의 능동성을 자극하는 거였던 것 같다. 이른 질문이지만, 다음에 하고 싶은 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실은 지방에서 고깃집이나 할까 생각 중이다. (웃음) 당신에게 영화란 뭔가? 사실 그런 심오한 주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대답은 앞으로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