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B와 함께 작은 주전자 모양의 꽃병이 얹어진 탁자에 나란히 앉아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A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속궁합’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하던 A의 집이었다.  "너 요즘 꽃꽂이 배우니? 거실에 이런 이국적인 화병이 있으니 진짜 집 분위기가 다르네. 그나저나 너네 어떻게 되고 있어? 곧 이혼하겠단 사람들 치고 집안 분위기가 너무 로맨틱 한 거 아니야?" 탁자 위에 커피를 내려놓던 A가 B의 말을 듣더니 미소를 보였다. "그래? 안 그래도 오늘 그 얘기하려고 너희를 여기까지 오라 한 거야. 우리 요즘 제2의 전성기가 왔다는 거 아니니. 다름 아니라, 남편 친구 중에 게이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 덕분에 우린 다시 연애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야." "응? 게이 친구? 제2의 전성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도대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A를 쳐다봤다. "그 친구가 지난주에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었거든, 근데 그거 알지? 게이들 특유의 섬세한 센스. 무슨 얘길 해도 나랑 너무 ‘쿵짝’이 잘 맞는 거야. 그래서 저녁 먹는 동안 셋 다 기분 좋게 취해버렸어. 뭐 이것저것 야한 얘기도 하고, 그간 궁금했던 게이의 사생활에 대해서 내가 좀 물었지." "그래서? 뭘 물어 봤는데? 너, 혹시 누가 ‘바텀’인지… 뭐 그런 거 물어 본 거 아니야? 그런 질문은 진짜 실례라고." B의 말에 A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정말? 그런데 난 이제까지 게이를 한 번도 만나 본 적 이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물어봤지. 물론 그렇게까지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그냥 요즘 만나는 사람은 있냐, 가장 기억에 남는 섹스가 뭐냐. 그런데 한 가지 쇼킹했던 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랑은 서로 삽입 없이도 몸을 만지면서 놀기만 하는데 그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 "응? 그럼 사정도 하지 않고?" "가끔 서로 손으로 해주기도 한다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서로의 몸을 느끼고 노는 그 시간이 너무 짜릿하다고 하는 거야." "에이, 그래도 남자는 끝을 봐야 오르가슴을 느끼는 거잖아." B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러고 보면 여자들이 오히려 섹스의 기준을 삽입 유무에 두는 것 같지 않아? 처녀의 기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리고 남자가 사정을 안 하면 끝난 느낌이 안 드니까, 어떻게든 맞춰 주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참, 나 지난번에 호주에서 탄트라 클래스라고, 그게 뭐 사랑의 비밀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곳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카마수트라 같은 걸로 생각하고 갔는데 4시간 교육시간 동안 그런 건 하나도 안 가르쳐 주더란 말이지." "그럼 4시간 동안 뭘 가르쳐 주는데?" "그 게이 친구가 말한 것처럼, 둘이서 몸을 만지면서 노는 시간을 가르쳐 주는 거야. 일단 몸풀기로 하나만 가르쳐 줄게. 일단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 촛불이라거나, 좋은 음악, 푹신한 이불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거지. 그리고는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10분 동안 눈을 마주 보는 거야. 서로 눈을 피해서도 안 되고, 말을 해서도 안 돼. 그냥 앞에 앉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거야."  "야, 겨우 ‘손잡고 마주 앉아 있어’라는 얘기를 150불이나 내고 배웠다는 거야?" A와 B는 별거 없다는 듯 코를 찡긋거렸다. "아니, 그런데 너 살면서 누구랑 그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손 마주 잡고 10분 동안 눈 쳐다본 적 있어? 정말 신기하게도 그 사람 눈동자 속에 내가 보이면서, 지금 여기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누군가, 이 사람은 내 인생에 어떤 사람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등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야. 뭔가 종교적인 의식 같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러자 A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을 거들었다. "근데 진짜 말이 되는 게, 실제로 다른 사람이랑 4분 이상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서로의 호감도가 급상승한데.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까지 하면 둘 사이에 유대감이 엄청 깊어진다고 책에서 읽었어." "맞아. 그러면서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야. 다른 이야기 보다 자신의 단점, 숨기고 싶은 일들, 최근에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일처럼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라고 하는 거야. 그 다음엔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괜찮다고 몸 여기저기를 천천히 만져주는 거야. 볼, 어깨, 팔, 손 이렇게." "아무래도 서로 비밀을 공유한 사이라면 더욱 가까워지긴 하겠다." "그뿐이 아니야. 서로의 몸을 만지고 노는 방법을 가르쳐 줘. 정신적으로 교감했으니, 이제는 몸의 감각을 깨우는 거지. 서로 오일 마사지를 해 주기도 하고, 서로의 등에 수성 사인펜으로 글자를 쓰고 맞춰 보기도 하고, 박하향 가글을 한 입으로 은밀한 곳을 애무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몸의 감각을 깨우면서 노는 거지. 의무적으로 하는 애무도 아니고, 10분이면 끝나는 삽입 섹스도 아니니까 몇 시간이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처럼 놀 수 있는 거야.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드는 거지." 내 말에 A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맞아. 섹스 후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안마나 마사지, 마음을 담아 안아줬을 때도 나온대. 굳이 섹스를 해야만 그런 기분 좋은 유대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러고 보니, 그 게이 친구가 우리 사이를 눈치채고 해법을 알려 준 것 같아. 나랑 남편 사이 안 좋을 때 서로 눈도 안 마주쳤었거든." "그나저나 너 옥시토신은 또 어떻게 알았니? 이러다가 19금 칼럼은 앞으로 네가 쓰는 거 아니야?"내 말에 A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도 공부 많이 했어. 무조건 헤어지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떻게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맞춰 나가는 게 결혼생활이잖아. 다행인 건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A의 표정이 예전과는 다르게 밝아 보였다. 그녀를 보는 우리의 표정도, 덩달아 거실의 분위기도 환해졌다. 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