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랄프 로렌’의 새로운 도전

패션계의 화두 ‘인 시즌 컬렉션’에 랄프 로렌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설적인 디자이너의 뉴 챕터가 다시 시작된다

BYELLE2016.11.20

랄프 로렌 플래그십 스토어 앞 거리엔 거대한 유리 쇼케이스 런웨이가  세워졌다.



현장 직구 시스템이 적용한 랄프 로렌의 첫 인 시즌 컬렉션.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오픈한 폴로 랄프 로렌의 매장 외관.



지난 9월, 2017 S/S 컬렉션의 문을 연 뉴욕 패션위크는 최근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른 ‘현장 직구 시스템(See Now Buy Now)’을 본격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들썩였다. 마이클 코어스, 타미 힐피거는 물론 톰 포드가 본격적인 인 시즌 컬렉션의 합류를 알리며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뉴욕의 매스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인 시즌 컬렉션 발표는 뉴욕 패션계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반세기 가까이 컬렉션을 이끌어온 그는 익숙했던 다운타운 무대를 뒤로하고 메디슨 애버뉴에 있는 랄프 로렌 ‘888 플래그십 스토어’로 향했다(인비테이션에 적힌 장소만으로 레전더리한 디자이너의 노련미와 그의 새로운 방향을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쇼 당일, 뉴요커의 일상이던 매장 앞 거리는 거대한 유리 쇼케이스로 둘러싸여 런웨이로 탈바꿈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를 담은 아메리카 클래식 스타일의 아이템들을 입은 카우 걸들은 런웨이 위를 근사하게 장식했다. 초겨울을 앞둔 이맘때, 입고 싶은 충동이 드는 웨스턴 룩, 뉴욕 사교계 레이디들의 마음을 빼앗을 법한 컬러플한 피날레 드레스까지 일명 ‘런웨이 투 리테일’이라 명명한 컬렉션이 펼쳐졌다(쇼 피스의 수는 이전 시즌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마지막 피날레 행렬을 따라 등장한 백전노장 랄프 로렌이 스토어의 문을 활짝 열고 웰컴 인사를 건네자 비로소 ‘진짜’ 컬렉션이 눈앞에 공개됐다. 쇼에 초대된 소수의 관객들은 그의 안내에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섰고 직전에 본 컬렉션 피스들을 직접 만지고 입어보면서 제대로 감상했다. 랄프 로렌이 추구하는 궁극의 럭셔리를 온몸으로 체험해 보는 순간이었다. 그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패션쇼 이튿날,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폴로 랄프 로렌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 정통 비스포크의 중심인 새빌 로 거리와 런던 럭셔리 패션의 심장부 격인 뉴 벌링턴 스트리트 교차점에 매장을 오픈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변화의 의미를 담았다. 빈티지 무드의 가구와 고서, 아카이브 사진을 모은 액자들로 꾸며진 매장은 시간 이탈자가 돼 클래식하면서 개성 강한 런더너들의 옷장을 구경하는 듯 친근하고 아늑한 분위기 일색이었다. 유럽 최초 매장인 만큼 3층에 걸쳐 폴로의 전 컬렉션을 구비했을 뿐 아니라 컬러플하게 정리한 폴로 셔츠 커스텀 숍을 마련해 현장에서 맞춤 제작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변화에 앞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말했다.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했다면, 우리 역시 변해야겠죠!”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격동의 디지털 세상 속에 발맞춘 랄프 로렌의 도전에서 어쩌면 혼돈에 빠진 패션계가 일말의 해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여기’란 것을!  

Keyword

Credit

  • editor 유리나
  • photo COURTESY OF RALPH LAUREN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