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코코 샤넬’의 비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책을 사랑한 여인, 가브리엘 샤넬의 매혹적인 일곱 번째 스토리가 베니스에서 펼쳐졌다. 미처 알지 못했던 코코 샤넬이 사랑한 문학과 예술, 아티스트들에 얽힌 이야기와 그곳에서 만난 키이라 나이틀리와 책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코코샤넬,가브리엘샤넬,베니스,키이라나이틀리,엘르,elle.co.kr::

‘베니스는 마치 어느 예술가의 삶을 다룬 웅장한 오페라의 마지막 무대 배경과도 같은 도시다.’ 20세기 초 외교관이자 여행가며 작가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과 각별한 우정을 쌓은 소셜라이트 폴 모랑(Paul Morand)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 에서 베니스를 이렇게 묘사했다. 바로 그 도시, 물 위에 떠 있는 듯 잠긴 듯 부유하는 도시에서 유의미한 전시가 열렸다. 지난 2007년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을 시작으로, 2011년 상하이 현대미술관과 베이징 중국 국립미술관, 2013년에는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와 파리의 팔레 드 도쿄 그리고 지난 2014년에는 서울 DDP에서 여섯 차례 열린 문화 샤넬전. 그리고 그 일곱 번째 전시가 9월 17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베니스 카 페사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문화 샤넬전은 수석 큐레이터인 장?루이 프로망(Jean?Louis Froment)의 기획으로 가브리엘 샤넬과 샤넬 하우스의 특별한 이야기를 타임머신을 타고 펼쳐 보여주는 듯한 특별전 형태의 프로젝트. 20세기 초에 장 콕토, 피카소, 기욤 아폴리네르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마드모아젤 샤넬이 나눴던 우정의 산물이 새로운 관점으로 재조명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일곱 번째 스토리가 전개된 장소는 바로 이곳 베니스. 이번 문화 샤넬전의 테마는 <책 읽는 여자>. 가브리엘 샤넬이 읽은 책과 독서하는 모습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문학과 예술, 그녀와 교류했던 작가와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그녀의 삶과 창작 세계를 재조명한다.


이번 일곱 번째 문화 샤넬전의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곤돌라와 수상택시들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400여 명의 패션 문화계 인사들과 셀러브리티들을 카 페사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다. 샤넬의 앰배서더인 키이라 나이틀리를 비롯해 안나 무글라리스, 캐롤린 드 메그레, 프랑스의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증손녀이자 작가인 앤 베레스트 등 아름다운 여인들이 오프닝 파티를 빛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2017 크루즈 컬렉션 엠브로이더리 화이트 코튼 드레스를 입고 수상택시 위에서부터 단연 빛을 발하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장을 둘러본 후 전시장 뒤쪽에, 마치 영화 속에서 서가의 책장을 밀면 드러나는 비밀 공간처럼 마련된 곳에서 <엘르> 코리아와 책에 관해, 이번 전시에 관해 짧지만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전시를 둘러본 소감은 어제 먼저 전시 투어를 했어요. 전시 설명을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죠. 정말 흥미로운 기획이에요! 예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전시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깊게 연구하고 찾아내고 큐레이팅했다는 게 놀라워요.


영화 속에서 당신의 캐릭터들은 사랑과 열정, 자유를 그려왔는데 코코 샤넬의 사랑과 삶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로맨틱한 점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그 모든 것들이요.


여배우로서,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일 것 같아요 요즘 시대에는, 특히 젊은 세대에선 독서하는 모습을 예전만큼 찾아보기 힘들지만 제 경우엔, 여배우로서 세상 속으로 깊이 뛰어드는 경험을 좋아하고 사랑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종류의 책이든, 그게 소설이든 무엇이든, 독서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이자 다른 문화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행위라서 제겐 매우 중요하죠.


당신의 서재는 어떤 인테리어인가요 아주 어두운 컬러로 꾸며져 있어요. 다크 블루 벽지로 둘러싸인 방에 어두운 색상의 책장이 들어서 있고 그 앞에는 짙고 어두운 레드 컬러의 소파가 놓여 있어요. 온통 블랙에 가까운 어두운 인테리어예요.


책 읽을 때 특별한 루틴이 있다면 어두운 분위기의 서재에서 책 읽는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근데 요즘 문제는 (웃음), 딸이 태어난 후로 책 읽는 패턴이 어쩔 수 없이 바뀌었어요. 딸아이를 재우고 난 후, 잠시 앉아 책을 펼치고 좀 읽으려 하면 어느새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단 석 줄도 읽지 못하고 아이를 재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도 잠들고 말거든요(웃음).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저는 어려서 난독증이었어요. 활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죠. ‘읽는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어요. 엄마는 저를 위해 오디오 북을 많이 사줬고, 많은 책들을 자주 읽어주셨어요. 엄마는 멋진 리더(reader; 책 읽어주는 사람)였어요. 첫 독서의 기억은 저마다 다른 억양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어요.


가장 좋아하는 책을 한 권 꼽으라면 오, 노! 그건 어려워요. 너무 많으니까요!


출연작 중에서 유독 고전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만 읽는 게 아니라 원작들을 모두 읽고 작품에 임하나요 그럼요. 시나리오만 보는 게 아니라 <안나 카레리라>를 비롯해 제가 출연한 작품의 원작들은 다 읽어요. 모두 읽기 어려운 책들은 아니었으니까요.


베니스에 올 때 여행 가방 속에 어떤 책을 갖고 왔나요 콜레트(Colette)의 <방랑하는 여인 The Vagabond>을 갖고 왔어요(20세기 초 여류 작가 콜레트가 중년에 접어들면서 수 년 전부터 별거하던 남편 윌리와 이혼 후 쓴 작품. 자유와 안정된 가정생활이라는 상반된 욕구 사이에서 행복을 갈망하는 ‘돌싱’ 여인의 심리를 다룬 자전적 소설).


수상택시에 누군가가 읽을 수 있도록 슬며시 책을 두고 내린다면 어떤 책일까요 헨리 제임스(Henri James)의 소설 <비둘기의 날개 The Wings of Dove>(불치병에 걸린 젊은 미국인 상속녀 밀리 틸, 그리고 결혼하고 싶은데 경제력이 없는 영국 남자 머튼 덴셔와 신비로운 여인 케이트 크로이 커플. 세 사람의 삼각관계와 욕망의 스토리가 베니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베니스에서 책 읽기 좋은 비밀스러운 공간을 알고 있나요 아직 베니스에 대해 많이 알진 못하지만 카페 플로리안(Cafe′ Florian)이 괜찮을 것 같네요.




이번 베니스 문화 샤넬전 기획의 시작은 파리의 캉봉 가 31번지에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있는 서재에서 비롯됐다. 전시는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쓴 노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작지만, 우리가 꿈꾸는 삶은 매우 크다. 왜냐하면 꿈꾸는 삶은 죽음을 초월하여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만델 병풍과 맞닿아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거나 작품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주었을 공간은 이번 전시에서 총 4개의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우리가 이끄는 삶’ ‘보이지 않는 메시지’ ‘생각을 돕는 감상’ ‘시간의 측면’. 네 개의 테마 공간에 총 350여 점의 작품들이 가브리엘 샤넬의 친밀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됐으며, 독서가 어떻게 그녀를 전설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오바진 고아원에서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생을 마감하던 순간까지 책과 저자들은 그녀의 삶에 길잡이자 친구로서 그녀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신비로운 물음에 답해준 추억의 기록들이 아직도 자필 편지와 노트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를 보는 내내, 타인의 삶과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춰보는 듯한 흥분과 호기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독서를 즐기고 변화하는 삶을 꿈꿨던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은 1856년에 출판된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소설 <마담 보바리>의 어릴 적 모습과 완벽히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마담 보바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비중 있게 소개된다.


가브리엘 샤넬의 서재에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데, 시집 또한 가득했다. 시인 장 콕토(Jean Cocteau), 막스 자코브(Max Jacob), 피에르 르베르디(Pierre Rverdy) 등 샤넬의 절친 작가들로부터 받은 헌사에서도 이들의 우정이 어느 정도로 깊고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전시장에서 유독 장 콕토와의 친분을 엿볼 수 있는 서신과 노트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들의 각별한 우정은 1917년 여배우 세실 소렐(Cecile Sorel)의 집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1924년에는 장 콕토의 작품 <르 트랑 블루 Le Train Bleu>의 무대의상을 제작해 주었는데, 당시 무대장치는 파블로 피카소가 담당했다. 그리고 장 콕토는 각종 잡지에서 샤넬 패션 모델들의 스케치를 해 주었고, 샤넬의 친구인 미시아(Misia)의 초상을 그려주기도 했다. 미시아는 폴란드 조각가의 딸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20세기 파리 예술과 사교계를 주름잡던 매혹적인 여인. 아폴리네르, 말라르메, 피카소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가브리엘 샤넬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절친이었다.


전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가브리엘 샤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남자, 보이 카펠의 흔적이다. 가브리엘 샤넬의 첫사랑이었지만 유부남이었던 보이 카펠은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닌 남자였고, 샤넬이 열렬한 독서가가 되는 데 일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보이 카펠이 가브리엘 샤넬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는데, 편지에는 카펠이 독서하면서 적어둔 메모들도 있었다. 그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생각은 감상에 빠지게 한다. 상상을 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스스로 생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1919년 12월 22일 성탄절을 부인과 함께 보내려 샤넬이 있는 파리를 떠나 리비에라로 가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보이 카펠. 이후 가브리엘 샤넬은 깊은 슬픔 속에서 보이 카펠이 영감을 받았던 책들을 읽으며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보이 카펠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던 가브리엘 샤넬은 미시아와 호세 마리아 세르트(Jose Maria Sert)의 초대를 받아 1920년 8월 처음으로 베니스를 찾게 된다. 베니스를 방문한 샤넬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고, 물의 도시는 가브리엘 샤넬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 파리로 돌아간 샤넬은 파리 캉봉 가의 아파트에 베니스의 화려한 금장식들을 옮겨놓았다. 금색 페인트로 벽을 칠했을 뿐 아니라 베니스의 수호 성인인 성 마르코를 상징하는 사자를 모티프로 한 창작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자는 마드모아젤 샤넬의 별자리이기도 해서, 그녀는 사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예술품들을 수집했고, 이후 샤넬의 주얼리를 비롯한 다양한 창작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저서를 통해 본인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듯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을 통해 그녀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냈던 것. 따라서 그녀의 패션에는 당대의 정서와 모던함이 움트던 분위기, 다다이즘과 큐비즘, 퓨처리즘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속에서 미래를 향한 그녀의 꿈과 생각이 반영돼 있다.


마드모아젤 샤넬의 벗이었던 작가 폴 모랑은 자서전 <베니스>에서 베니스를 이렇게 회상한다. “인생을 모두 경험한 후에 비로소 이곳에 와서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가브리엘 샤넬에게도 물의 도시 베니스는 고요 속에 책을 읽으며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곳이 아니었을까?
키이라 나이틀리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가브리엘 샤넬이라는 여인의 삶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매혹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을 수 있다. 책에 둘러싸여 있던 가브리엘 샤넬 모습이 그러하듯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아름답다.

책을 사랑한 여인, 가브리엘 샤넬의 매혹적인 일곱 번째 스토리가 베니스에서 펼쳐졌다. 미처 알지 못했던 코코 샤넬이 사랑한 문학과 예술, 아티스트들에 얽힌 이야기와 그곳에서 만난 키이라 나이틀리와 책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코코샤넬,가브리엘샤넬,베니스,키이라나이틀리,엘르,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