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잘하는 남자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맞아. ‘몸정’이 무섭다고, 좋은 섹스 파트너가 좋은 인생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많다니까. 서로 알몸을 다 보여주면서 섹스해도, 속 마음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이제껏 섹스 잘 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놈들 중에 정말 잘 하는 놈 본 적 있니??어디서 뭘 보고 온 건지, 검지 세우면서 "이거 한 방이면 여자들 다 죽어."?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애 있었니? ::섹스, 연애, 데이트, 19금, 고민, 남자심리, 여자심리, 김얀, 애인, 엘르, elle.co.kr:: | 섹스,연애,데이트,19금,고민

A를 다시 만난 건, 그녀가 신혼여행을 다녀온 몇 달 뒤였다. "어땠어? 어땠어? 이번에는 진짜 홍콩 갔다 온 거야, 뭐야."같이 잘 때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다는 그녀를 위해 내가 처방한 바이브레이터가 어땠는지 나도 내심 궁금하던 차였다."야, 말도 마. 나 그것 때문에 지금 이혼할까 고민 중이야."A의 말에 나와 같이 있던 B의 눈이 동그래졌다."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 혹시 그 바이브레이터 때문에?""아니, 이건 바이브레이터의 문제가 아니야. 궁합보다 중요한 게 ‘속궁합’이라더니.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제 이해가 가.  아니, 속마음을 털어놔도 그걸 못 받아들이는 데 속궁합이 좋을 리가 있나?""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 역시 궁금함을 못 참고 다그치자 A가 숨을 깊이 내 쉬고는 입을 열었다. "연애 기간이 3년이나 되었으니, 사실 신혼여행이 특별할 것도 없었어. 홍콩도 처음이 아니었고. 그래서 이번엔 정말 환상의 오르가슴의 첫날밤을 보내리라 마음을 먹고, 입욕제, 와인, 향초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갔지. 그런데 이 남자는 평소랑 다름이 없이 대충 끝내고 자고 싶었나 봐. 그냥 또 허겁지겁 내 옷을 벗기더라고. 그 좋은 호텔, 멋진 야경, 조명을 하나 이용을 못 하는 거야... 그 날 속옷만 해도 내가 얼마나 고심해서 고른 건데, 그냥 잠옷이랑 같이 벗겨버리고는 다짜고짜 젖꼭지만 공략하는 거야. 성감대가 거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A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B가 거들었다."진짜, 한국 남자들은 로맨틱한 감성이 부족해. 로맨틱과 에로틱이 한 뿌리라는 걸 몰라. 감수성이 부족한 건지, 창의력이 떨어지는 건지 고심해서 고른 속옷도 좀 같이 감상하고, 살금살금 벗기면서 칭찬 같은 ‘립서비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지, 이것들은 껍데기가 뭣이 중하냐며 다짜고짜 알맹이로 직진해야 한다는 거야. 여자의 흥분 포인트를 몰라. 아니, 모르면 배울 생각을 해야지."   "그래, 배우는 것도 그저 야동만 보고 배우니까 문제겠지. 어쨌든 평소와는 다름없이 뻔하게 진행이 되길래,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네가 말해 준 바이브레이터를 꺼냈어. 이걸 같이 쓰면 좋다니 우리 한번 해 보자고. 그랬더니, 다짜고짜 나로는 만족하지 못 하는 거냐면서 화를 내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로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서 하면 정말 색다르고 좋다고. 그런데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안 그래도 이번에 친구들한테 뭐, 물레방아 자세를 배워 왔다면서 그걸 해 주겠다는 거야. 그거 하면 여자들이 다 뿅 간다고 했다고."A의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내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물레방아. 그건 또 무슨 토끼가 달나라에서 방아 찍는 소리니. 그런 남자들이 진짜 문제야. 왜 있잖아. 내비게이션이 앞에 있어도 쓸 줄 모르고, 어떻게든 자기가 알아서 가는 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런 남자들. 그런 놈들이 섹스 젤 못하는 부류의 놈들이야. 아니, 질투할 게 없어서 바이브레이터를 질투하냐, 이건 공략 포인트가 다른데! 아니 왜 협동을 할 줄 몰라? 이걸 쓰면 결국 자기 체력도 아끼고 전희 시간도 짧아지는 건데 왜 그런 거로 고집을 피우지? 답답하네."내 말에 A는 쌓인 말이 많다며 줄줄 쏟아내기 시작했다."맞아. 막상 살아보니 이건 정말 말이 안 통하는 거야. 일단 뭐든 나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결론은 무조건 자기 기준에 내가 맞춰야 하는 거야. 가만 보니 그깟 바이브레이터 문제가 아니었더라고. 그깟 바이브레이터 하나가 이 사람의 또 다른 면을 알려 준 거지. 근데 정말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 내 감정, 내 행복, 그냥 나 자체를 인정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인생이 파트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혼인 신고도 아직 안 했기 때문에 좀 더 얘기해 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냥 헤어지려고."A는 이미 많은 생각을 한 듯했다. "맞아. 몸정이 무섭다고, 좋은 섹스 파트너가 좋은 인생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니까. 서로 알몸을 다 보여주면서 밤을 보내도, 마음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이제껏 섹스 잘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놈 중에 정말 잘하는 놈들이 없었어.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와서 이거 한 방이면 여자들 다 죽는다고 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애 있었니? 돌이켜 보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에게 잘 맞춰 주던 남자들. 그런 남자들이 정말 섹스 잘 하는 남자였다고 생각해. 일단 좀 더 맞춰 볼 필요는 있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싶으면 끝내버려. 참고 살 필요 없잖아. 섹스에서든 인생에서든 나를 정말 나 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 그런 남자를 만나."내 말에 A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선택을 하든 A의 내일은 지금 보다 조금 더 즐겁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