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션 정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겐조의 듀오가 H&M과 재탄생시킨 정글 컬렉션::겐조,H&M,컬래버레이션,캐롤림,움베르토레온,엘르,elle.co.kr:: | 겐조,H&M,컬래버레이션,캐롤림,움베르토레온

그래피티처럼 현란한 컬러가 믹스된 페이크 퍼 코트는 가격 미정, 벨벳 리본이 장식된 파자마 셔츠는 8만9천원, 팬츠는 9만9천원, 모두 Kenzo×H&M. 액세서리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선명한 색채의 플로럴 패턴과 크고 작은 레오퍼드 패턴의 팝적인 조합이 돋보이는 텐트 실루엣 코트는 34만9천원, Kenzo×H&M. 빈티지 데님 재킷과 블루 진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와일드한 레오퍼드 패턴을 스트라이프로 변형한 프린트 블라우스는 9만9천원, 동일한 패턴의 톱은 6만9천원, 스커트는 14만9천원, 모두 Kenzo×H&M. 데님 팬츠와 슈즈, 액세서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스닉한 패턴과 경쾌한 플라운스가 조화를 이룬 보헤미언 드레스는 29만9천원, Kenzo×H&M. 부츠와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델 부미카와 함께한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 복잡한 패턴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티어드 드레스는 49만9천원, 타이거 패턴의 부티 힐은 34만9천원, 모두 Kenzo×H&M.  이곳은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 라이징 모델 부미카 아로라(Bhumika Arora)의 발밑에 꿇어앉은 움베르토 레온이 타이거 스트라이프 패턴의 부츠를 손보고 있다. 그 옆엔 평소처럼 사과 머리를 틀어 올린 캐롤 림이 인조 퍼로 만든 롱 코트의 버튼을 채우는 중이다.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두 사람은 H & M 컬렉션의 최종 피팅을 점검 중이다. H & M과 하이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텐트 노숙 풍경과 품절 기록을 거듭하며 올해로 12번째를 맞았다. 보안을 이유로 컬렉션의 공개 날짜가 앞당겨진 가운데, 스튜디오엔 왠지 모를 긴장감마저 흘렀다. 행거에는 플라워, 레오퍼드, 라임 그린과 풍선껌 핑크, 주름과 퀼팅 장식의 실크, 기모노 소매, 플라멩코 러플들로 눈이 아찔할 정도다. 요약하면, 이번 컬렉션은 스트리트와 네온 컬러, 애니멀 프린트가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이국적인 컬렉션이다. 그야말로 겐조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11월 3일부터 전 세계 250개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될 정글 컬렉션은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듀오 디자이너의 커리어에서 글로벌한 성공을 입증해 줄 또 다른 모멘트가 될 게 분명하다. 프렌치 하우스를 휘저어 놓은 그들만의 방식이 또 한 차례 통할까? “젊음과 생동감, 장난스러움, 다문화는 듀오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수식어예요. 바로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접근방식이죠.” H & M의 디렉터 앤-소피 요한슨(Anne-Sophie Johansson)의 설명에서 그런 확신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전설적인 하우스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죠.” 들뜬 표정의 움베르토가 말을 이었다.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럭셔리 브랜드를 새로운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가 커요.” 로스앤젤레스의 교외에서 자란 두 사람은 오래된 프렌치 하우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스트리트 컬처 코드에 집중해 왔고, 하우스의 현재와 과거를 적극적으로 융합한 이번 컬렉션은 겐조 하우스에도 의미가 있는 빅 모멘트이다. “지금이야말로 반세기 역사를 가진 프렌치 하우스의 이야기를 새로운 세대에게 들려주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이야기는 패션에 미친 한 젊은 일본인 디자이너가 대서양을 건너 패션 제국 파리에 입성한 후, 앙리 루소의 그림에서 막 튀어나온 듯 현란한 색채의 부티크를 오픈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발표한 정글 잽(Jungle Jap) 컬렉션은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만큼 센세이셔널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플로럴 패턴에서 아프리카 부족 모티프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민속적 요소를 뒤섞어놓은, 에스닉하면서도 팝적인 겐조 스타일은 도전적인 동시에 누구나 다가갈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옵션이었다. 그레이스 존스와 제리 홀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들과 전설적인 클럽 ‘더 팰리스’를 드나들던 힙스터들은 그의 옷과 사랑에 빠졌다. 일본인 중에서도 가장 파리지앵다운 애티튜드를 지닌 다카타 겐조는 활기 넘치는 다국적 친구들에 둘러싸여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2011년, LVMH 그룹이 겐조 하우스를 인수하고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에게 러브 콜을 보냈을 때, 이 듀오가 하우스의 창시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 또한 자신들의 공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늘 영감을 주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지낸다. 듀오의 커뮤니티에는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스,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 패션 아이콘 솔란지 놀스, ‘잇’ 걸 클로에 셰비니 등이 있다.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장 폴 구드는 전성기 시절의 겐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장본인으로서 두 사람을 겐조의 ‘영혼의 상속자’라고 표현했다. 쇼룸은 여전히 파이널 터치에 여념이 없다. 드레스 자락을 드라마틱하게 펄럭이는 부미카의 워킹을 바라보는 캐롤 림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눈에 봐도 겐조의 황금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1973년 컬렉션의 그로그랭 리본 러플, 1980년대에서 온 타이거 스트라이프 패턴, 플로럴 패턴 등 겐조 하우스의 DNA는 스웨트셔츠와 티셔츠, 오버사이즈 점퍼, 레오퍼드 프린트 원피스 등으로 재탄생했다. 29달러짜리 모노그램 티셔츠에서 299달러의 드레스까지, 선택의 옵션은 다양하다. 그러니 이 새로운 패션 정글의 유혹을 뿌리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