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연결이 만들어낸 연금술에 관하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름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 향수 ‘발렌시아가 파리’의 광고 모델로 디자이너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뮤즈이자 10년지기 ‘절친’인 샬롯 갱스부르가 낙점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두 사람의 연결이 만들어낸 연금술에 관하여. :: 뷰티,향수,발렌시아가,사랑스런,로맨틱한,우아한,엘르,엣진,elle.co.kr :: | :: 뷰티,향수,발렌시아가,사랑스런,로맨틱한

디자이너와 뮤즈의 공생, 그리고 레드 카펫의 협업이 난무하는 시대지만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와 샬롯 갱스부르의 관계는 여전히 특별해 보인다. 흔히 말하는 ‘오랜 친분과 우정’이라든가 ‘패션에서의 공통된 취향’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둘 사이에는 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둘 다 플래시 세례를 피해 다니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대담한 결정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갱스부르는 여배우로선 리스크가 큰 호러물 를 선택해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게스키에르 역시 지난 13년간 파리 패션의 정점에서 활동해왔는데 건축학적인 기괴한 실루엣, 메탈 소재의 로봇 레깅스와 같은 특유의 발렌시아가 스타일은 패션의 보편적인 주류 사이에선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우스에서 55년 만에 첫선을 보이는 ‘발렌시아가 파리(Balenciaga Paris)’는 제비꽃잎, 백향목, 패출리 등을 믹스한 향으로 섬세하면서도 신비한, 딱 발렌시아가 같은 향수다. 게스키에르는 이 향수의 뮤즈로 진작부터 갱스부르를 점찍었다. “그녀는 재능과 비전, 진정한 아름다움 같은 것을 상징한다. 그녀를 위한 옷을 디자인한 것처럼 향수도 마찬가지다.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개성을 잃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그녀가 ‘선택’하며 일상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매일 사용하지는 않을 그런 향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날 사용하면 좋을 향수가 바로 ‘발렌시아가 파리’다.”니콜라스의 옷을 발견했을 때 일종의 ‘계시’와도 같았다는 표현을 썼다. C.나에게 꼭 들어맞는 실루엣을 발견한 것 같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내가 어디론가 이끌려왔다는 느낌 말이다. 그의 옷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그 속에 투영되는 기분이었다. N.나 역시 직접 만나기 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국제영화제에서 골드 컬러의 원 숄더 빈티지 이브 생 로랑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선 샬롯을 본 순간 굉장히 인상 깊었다. 요즘에야 너도 나도 빈티지 드레스에 열광하지만 당시 트렌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그녀의 안목은 정확했고 내가 옷을 입혀보고 싶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걸 입을 수 있었을까. 이토록 쿨할 수 있다니!’ 하고 놀랄 따름이었다. 함께 일하게 된 건 2001년 칸영화제부터라고 하던데. C.심사위원으로 참여해야 해서 열흘 동안 입을 드레스가 필요했다. ‘실제의 나’를 어느 정도는 드러내면서도 적당히 감춰줄 수 있는 드레스, 현실과 약간의 간격을 둘 수 있는 옷 말이다. 칸국제영화제의 첫날밤을 위해 우리는 밀리터리 스타일의 수트를 골랐는데 내가 원했던 느낌이랑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N.‘난 발렌시아가를 입고 있어요!’라는 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발렌시아가 룩이길 원치 않았다. 때문에 믹싱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거다. 빈티지와 그녀의 옷장 속에서도 좀 고르고. 그녀가 자연스러워 보이길 원했다. 이를테면 옷장 속에서 되는 대로 편안하게 고른 듯한, 비록 실제론 연출된 것일지라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드레스들을 골랐다. 둘 다 레드 카펫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지? C.익숙치 않은 것 중 하나다. 다른 아름다운 여배우들은 모두 어떻게 포즈를 취하고 미소 지어야 할지 잘 알고 있자만 난 그렇게 프로페셔널하지 않다. 늘 당황스럽다. N.절대 그렇지 않다! 당신만큼 용감하고 대담한 배우도 없으니까.영화제나 이벤트에서 좀 더 많은 스타들에게 옷을 입히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가? N.그렇다기보다는 현실에선 이러이러한 누군가가 레드 카펫에선 갑자기 확 바뀌어버리는 게 불편할 뿐이다. 물론 ‘시각적 비전’을 제시해주긴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비전은 아니니까 그다지 행복한 작업은 아니다. 뭔가 만들어내기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작업하고 싶을 뿐이다. 오늘날의 발렌시아가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N.나와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를 믹싱해놓은 것. 말하자면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1918년 브랜드를 창립한)의 그래픽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전통에 스트리트 웨어의 스포티한 아이디어나 요소들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캐주얼하게 녹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옷은 특정한 여성들을 겨냥한 것이겠지만 향수는 더 많은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지 않나? N.패션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마음에 든다. 발렌시아가가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광고나 프러모션, 눈에 띄는 로고 없이도 핸드백 하나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다른 누군가가 들고다니는 걸 본 직후, 어느 날 갑자기 여성들이 그 백을 원했다. 소위 말하는 ‘잇’ 백이란 말이 처음 생겨날 정도로. 그건 일종의 동족의식과도 같은데 향수에 관해서도 여성들이 서로를 알아보기를 바랄 뿐이다.샬롯, 향수를 가방에 처음 뿌리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C.예전엔 향수를 직접 뿌려본 적이 없었다. 너무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향기 속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는 샬리마, 아버지는 반 클리프 앤 아펠을 늘 뿌렸다. 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게스키에르가 내게 건넨 샘플을 조금씩 뿌려봤다. 가방에 넣고 다녔더니 가방에 향기가 배어 있고, 트렁크에 넣었더니 내 옷에 향기가 스며들었다. 손목에, 피부에 배인 향기가 점점 좋아졌다. 조금씩 천천히 그 방식을 즐기게 된 셈. 특히 살갗에 뿌린 향수는 당신의 개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의 딸이라는 점이 당신의 스타일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듯한데. C.옷이나 스타일은 스스로 만드는 환경에서 자랐다. ‘내 마음에 드는데 왜 굳이 바꿔야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60년대의 어머니는 굉장히 트렌디해서 모든 걸 다 입었다. 그 후엔 진과 티셔츠를 비롯해 훨씬 중성적인 걸 입었고. 아버지 역시 똑같은 진과 똑같은 슈즈, 똑같은 컬러의 의상들을 아주 오랫동안 고집했다. 나도 그런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트렌치코트, 와이드 플레어 진, 레이스업 부츠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다. 심지어 극장에서 본 어머니의 슈즈가 마음에 들어 똑같은 슈즈를 10켤레나 만들어 갖고 있을 정도. N.굉장한데? 마치 의 히피 버전 같다!니콜라스, 흔히 당신의 디자인은 ‘퓨처리즘’이란 단어로 묘사된다. N.뭔가로 불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거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미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하고 있으니까. 난 내가 사는 동시대를 살펴보길 원한다. 하지만 늘 새로운 걸 고안해야 하는 압력 때문인지 발렌시아가 쇼를 준비할 땐 매번 실험실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 역시 패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다 시도하는 것이다.그렇다면 메탈 레깅스나 미니드레스처럼 지극히 SF영화적인 요소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N.개인적으로 SF나 호러 장르의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특히 다리오 아르젠토나 드 팔머의 필름들을 즐겨 본다. 같은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다. 당신에게 옷은 ‘경외’의 대상인가? N.약간은. 조금은 거리가 있는 걸 좋아한다. 그게 바로 샬롯이 말한 ‘간격’ 혹은 ‘거리’ 같은 거다. 잘 만든 옷은 자신감과 경외감을 규정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발렌시아가는 건축학적인 강인함으로 그걸 풀어냈다. 내가 진짜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