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특별수사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를 만나기 위해 스위스를 찾았다

BYELLE2016.10.26

스위스 제네바. 시간은 오후 2시에 걸쳐 있었다. 집사로 보이는 신사가 방금 짠 멜론 주스를 테이블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난 멜론 주스를 좋아해요.” 브라질 출신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주스 거품의 반짝임이 사라지기 전에 말을 이었다. “새 소설 때문에 인터뷰하러 온 건가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를 그의 자택에서 마주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은 전 세계 170여 나라에서 읽히고 있다. 동시에 그 이야기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는 조소가인 아내 크리스티나 오이티시카(Christina Oiticica)와 평화의 수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인 제네바에 살고 있다.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두 사람의 복층 주택은 언덕 위, 초록으로 무성한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만년설이 가까이 보였고 반대편에는 푸른 레만 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국과 포도덩굴 속에는 검은색 과녁이 단단하게 서 있었다. 지붕과 담벼락을 맞닿은 이웃도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모두 파울로 코엘료의 영역이었다. 집 안은 화이트 톤으로 통일감을 줬고 찰랑거리는 빛으로 아늑했다. 세심하게 정리돼 있는 작고 조용한 서재에는 어떤 사람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인체공학적인 의자와 모던한 디자인의 책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노트와 서류의 흔적은 없었다. 대신 네 잎 클로버 같은 심볼들과 성녀들이 살고 있을 법한 사원 모형, 집주인이 매일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부적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바로 이 자리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스파이>를 집필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마타 하리(Mata Hari)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유럽 전역을 피로 물들게 한 포화 속에서 무희였던 마타 하리는 사교계를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누군가는 시기했다. 고위 관료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마타 하리가 이중 스파이 의심을 받게 되자 그들은 등을 돌렸다. 권력의 그늘 아래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확증은 없었다.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였지만 총살을 피할 수 없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그녀는 떳떳했고 품위를 갖췄다. 코코 샤넬의 블랙 의상을 입고 장식이 가미된 모자를 썼다. 자신을 겨누고 있는 11명의 저격수들에겐 눈을 가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다. 마타 하리의 일생을 조명한 소설 <스파이>는 40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여기에 최근 또 하나의 언어가 추가됐다. 바로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 지방에서 쓰이는 언어다. 그곳은 마타 하리가 태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비로소 그녀는 소설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스파이>를 통해 한 세기 전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를 되살려냈다. 이 책은 그녀에 대한 이해와 재평가를 목적으로 쓰인 건가 맞다. 내가 의도한 바다.


마타 하리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기밀 자료에 사인했다는데 영국과 독일의 문서들은 이미 공개가 됐지만 프랑스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그 문서를 볼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 기밀 문서는 내년쯤 세상에 공개될 예정인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그녀는 완벽하게 결백했기 때문이다. 진짜 마타 하리는 누구인가 20세기의 첫 페미니스트였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인 삶을 택했고 남성 중심 시대에서 여성의 권리를 표명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권위자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란 이유로 그녀에게 죄를 전가했다. 아직까지 그녀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11일. 정확하게는 4월 19일부터 30일까지였다. 


11일밖에 안 걸렸다니 정말인가 <연금술사>를 집필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마타 하리의 거대하고 강력한 에너지와 연결돼 있음을 느꼈다. 영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마타 하리가 생존했던 시대에 함께 있는 듯했다. 피카소를 만났던 때부터 파리 전역을 그녀의 춤으로 사로잡았던 시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흡사 시간여행 같았다. 그런 영감을 받은 상태에서 글을 빠르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 <연금술사>는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연금술사>는 성경, 코란, 마오쩌둥 어록집,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큰 의미로 와 닿는다. 내가 쓴 책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의 저자가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곳 제네바에서 유엔평화대사로 활동하면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여성을 둘러싼 사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나 빠른 시일 내에 여성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이런 믿음은 보다 명확해진다. 게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모든 갈등의 근본적 해결책은 사랑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랑과 여성의 권익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여성이란 존재에는 거대한 사랑이 내재돼 있다. 고대 논문과 연금술을 다룬 고전을 보면 두 개의 기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 기둥들은 삶의 시작을 의미하며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여성은 사랑과 관용을 뜻하고 남성은 규율과 의지, 용기와 연관 있다. 남성은 들소를 죽일 만큼 강인하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들의 뿌리는 아들로서의 삶에 기반하며, 그것은 여성으로부터 탄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갈등과 전쟁은 사람들이 여성의 힘과 사랑의 힘을 부인하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사랑의 반대 개념은 증오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우리는 사랑을 좇으면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경계한다. 이렇듯 두려움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사회문화적 갈등과 전쟁을 야기한다. 



파울로 코엘료와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오이티시카.



그의 화살은 항상 과녁의 중심에 적중한다.



가장 사적이고 특별한 소지품들.



<스파이>에서 마타 하리는 돌을 던지면서 외친다. “나의 과거를 모두 가지고 멀리 날아가라!” 현재 당신의 손에서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게 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편협적인 시각일 것이다. 전쟁이니 평화이니, 말은 쉽다. 하지만 이 사안들을 편협적으로 접근한다면 결국엔 폭력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똑같은 이유로 발생하고 있다.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을 텐데 스위스를 택한 이유는 3시간 떨어져 있는 파리에도 집이 있지만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이곳의 나는 복잡한 세상에서 최대한 벗어나 있다. 사람들과의 왕래도 거의 없다. 오직 아내와 나, 둘뿐이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삶이야말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고귀한 가치다. 


동시에 SNS에 가장 많은 팔로어가 있는 작가이기도 한데 페이스북에는 약 2850만 명, 트워터는 1100만 명의 팔로어가 있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 숫자다. 소셜 미디어는 대중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로 #daylywalk를 달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차로 5분 거리에 농장이 있는데 그곳까지 걸어다닌다. 자연 속에서 걷기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다. 


밝고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 검정색 옷을 입는 이유가 궁금하다 예전에 호텔에서 잠시 살았을 때 옷들이 세탁실에서 다른 색깔의 옷과 섞여 죄다 못 입게 됐다. 그 일이 있은 후 검정색 옷을 입었더니 자연스럽게 이 스타일에 익숙해졌다(웃음). 또 다른 이유로는 더 이상 출판 프로모션이나 일적인 이유로 여행을 다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옷을 갖춰 입을 일이 거의 없다. 


왜 그런 결심을 했나 솔직히 말해 지쳤다. 한때 행사가 너무 많아 개인용 비행기를 사기도 했지만 금세 팔았다. 


팔로하고 있는 계정은 난 ‘아나키스트’다(웃음). 많은 사람들을 팔로하지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친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의 책마다 ‘J에게 바친다’는 구절이 써 있다. 그의 정체를 밝힐 수 있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J는 실재하고, 내 삶과 아주 밀접하다. J는 이 집에도 있다. 지상에서 아내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면 J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지상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또 무엇이 있는가 양궁. 내겐 ‘포켓몬 고’ 게임과도 같다(웃음). 가까운 지인들은 내게 화살을 선물하곤 한다. 이미 봤겠지만 이 집의 테라스에 과녁이 있다. 활을 쏘는 연습은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화살들이 표적 중앙에 정확히 꽂혀 있더라. 현재 진행 중인 도전 과제가 있다면 아내와 함께 매일 1만 보씩 걷기에 나섰다. 이 다음에는 1년 동안 144개의 도시와 마을을 걸어서 여행할 계획이다. 올해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길을 다녀온 지 30년째가 됐다. 당시 순례 길에 나섰던 마드리드에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아내는 어떤 존재인가 내 전부다. 사실 36년간 한 여자와 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녀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내를 만나면서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내가 가진 유일한 두려움은 아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하는 거다. 밤에 잠에서 깨면 내 곁의 그녀가 숨을 쉬고 있는지를 늘 확인한다(이 말을 하면서 파울로 코엘료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테라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담뱃불을 붙인 뒤 먼 곳을 응시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 물론이다. 굉장히! 책은 2억1000만 부나 판매됐고 내겐 6억 명의 독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를 괴롭히는 게 하나 있다. 그게 뭔지 아나? 


이야기해 달라 내게 관심을 갖고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배려와 자비를 베풀 수 있을지 고민이다. 


<스파이>에서 마타 하리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는 길을 잃는 법도 없습니다” 그 말에 동의한다. 위대한 발견은 우리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때, 평화로운 기운에 잠길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하루에 만 보를 걷는 동안에도 이 세상을 움직일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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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BERNARDO DORAL
  • writer GEMA VEIGA
  • editor 김영재
  •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