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만난 건 몇 년 전, 여고 동창의 결혼식장이었다. A와 나는 같은 반인 적이 없어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그녀는 결혼식 후 뷔페에서 은근슬쩍 내 옆자리로 와서 접시를 놓았다. A는 어느 여성지에서 우연히 내 섹스 칼럼을 봤다고 하면서 다짜고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뭔가 하고 보니 청첩장이었다. 내가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자, 그녀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니, 딴 게 아니라 내가 곧 결혼을 하는데 고민이 좀 있어서." 그렇게 터 놓은 그녀의 고민은 결혼과 동시에 합법적인 섹스 파트너가 될 애인과의 잠자리에서 오르가슴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A는 애인이 준수한 외모에 자상한 성격을 겸비했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극적인 오르가슴을 느낀 건 아니지만 그와의 섹스도 나쁘지 않았다고. 그녀는 3년의 연애 기간 동안 쓴 모텔 비용을 모았으면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모았을 거라며 웃었다. A는 그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이 오르가슴까지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아니, 그 오르가슴이라는 게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은데. 이게 올 듯 말 듯 해서 늘 뭔가 찜찜하고 아쉬운 느낌으로 끝나더라고. 이대로 가다간 아무래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매번 거짓말을 하는 것도 힘들고." 아무것도 모르고 사정 후 단잠을 자는 애인이 얄밉다가도 이제는 부럽기까지 하다는 A의 표정은 꽤 심각해 보였다. "그럼 솔직하게 말해 보는 건 어때?"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표정으로 A가 말했다. "뭐랄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할까? 뭐든 나한테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 받을까 봐 참았고, 3년쯤 지나니 이제는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봐 말을 못 하겠더라고. 잡지 같은 데만 봐도 ‘지스폿’이니 ‘에이스폿’이니 다들 나만 빼고 다 잘 느끼는 것 같던데, 괜히 말했다간 왠지 나만 ‘목석’되는 것 같고... 그런데 있지, 나 사실 혼자 할 때는 잘 느껴." 그러니까 A는 삽입 섹스 중의 질 오르가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G스팟의 존재와 연출된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던 여성 사정 ‘시오후키’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 이걸 모르는 여자를 목석이나, 불감증으로 만들어 버리니 그것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 하긴 잘 느끼는 여자를 ‘사랑 받는 여자’ ‘명기’라고 선전하며 양귀비 수술이니 뭐니 요상한 이름을 붙여 수술대 위로 향하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녀의 강박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자위를 한다는 건 이미 오르가슴이 뭔지 알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사실 목석같은 여자는 없어. 여자는 누구나 클리토리스를 가지고 있잖아. 클리토리스는 오로지 오르가슴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야. 삽입 섹스 중에 여기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주면 쉽게 끝날 문제야." 내 말에 A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 근데 너도 알잖아. 남자들은 포르노를 보고 와서는 자기가 해 주겠다고 우악스럽게 만져대서 아주 고통스러운 거. 그리고 꼭 그렇게 손으로 만진 다음 날은 바로 질염에 걸려 버린다고." "그렇지. 그러니까 직접 내 손으로 해야지."  "나도 시도 해 봤는데, 그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삽입 중에 하면 집중도 잘 안되고,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그게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잖아? 그래서 늘 그냥 좀 하다가 관뒀어.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어서." "아니, 뭐 섹스 하는 모습이 꼭 아름다워야 되나? 그것도 포르노의 폐해야. 여자는 섹스 할 때도 남자의 시각을 만족 시켜 줘야 한다는 거. 지금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추해 보이진 않을까, 그러다 보면 자신의 감각에 충실할 수가 없지. 섹스 할 때는 본능에 충실한 모습 그게 섹시한 거야." 나 역시 그녀와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에선 오히려 그런 요구와 솔직함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가장 쉽고,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생각했다.   "바이브레이터 써 본 적 있어? 애인이랑 삽입을 하고 있으면서 클리토리스는 바이브레이터로 자극하는 거지. 그리고 네 몸에 집중해. 이걸 하기에 편한 자세는 여성 상위와 ‘doggy style’. 바이브레이터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다 보면 쉽게 절정으로 가게 되고, 그러면 질에서도 저절로 느낌이 올 거야. 용불용설이라는 말 알지? 일단 감을 잡으면 점점 더 쉽게 느껴질 거야. 그리고 남자들은 사정 한 번에 오르가슴 한 번이라고 한다면, 여자들은 몇 번이고 가능하니, 나중엔 남편이 널 부러워 할걸." 내 말에 눈을 반짝이던 A는 핸드폰으로 내가 가르쳐 준 온라인 섹스 숍을 검색 중이었다. "우와, 대박. 요즘에는 이렇게 예쁘게 나와? 진짜 그건 줄 아무도 모르겠다." 마치 여고 시절로 돌아간 듯 해맑게 웃는 A. 어쩌면 이번 신혼여행이 그들에겐 진짜 첫날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따라 웃음이 났다.  "Enjoy honey moon, Enjoy your body." 김얀이 전하는 말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