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의 21세기 첫 향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1927년 최초로 선보여졌다 잠시 잠들어있던 전설의 루이 비통 향수가 21세기, 오늘날의 모던함을 입고 부활했다. | 뷰티,향수,루이비통,자크 카발리에,장미향

쾌청한 하늘 아래 마천루가 펼쳐지는 7월의 홍콩. 전 세계 가장 도시적인 경관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나는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Jacques Cavallier)가 들려주는 일곱 가지 ‘후각 여정’을 듣는 중이었지. 대단한 이야기꾼인 그에게(늘 느끼는 거지만 조향사는 문학가에 가깝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 영혼은 이미 프랑스 그라스에 가 있는 듯하다. 루이 비통이 드디어 향수 컬렉션을 출시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1세기로 귀환시켰다. 1854년부터 트렁크와 함께 유명해진 메종 루이 비통의 역사. 당시 부유한 귀족의 장기 여행을 위해, 여행하는 동안 손상되기 쉬운 물건들을 보호하려고 트렁크 안에 푹신한 패드를 부착했다. 이후 1920년대에 이르러 루이 비통은 본격적인 화장품 케이스(향수병, 거울, 머리빗 같은)와 전용 트렁크를 제작해 크게 성공한다. 마침내 1927년, 최초의 향수인 부재의 시간(Heures d’absence)을 선보였고 뒤를 이어 나, 너, 그(Je, Tu, Il)와 추억(Reminiscences), 오 드 부아야주(Eau de Voyage)가 출시됐다. 이렇게 20세기 내내 루이 비통 하우스에서 당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향수 사업은 아름다운 보틀만 보존됐을 뿐 안타깝게도 향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오늘날 선보일 향수에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가장 모던한 방식으로 창조되기에 이른다. (왼쪽부터) 세 가지의 장미 향기를 머금은 로즈 데 벙(Rose des Vents), 해저물녘의 진한 월하 향의 튜뷸렁스(Turbulences), 부드러운 천연 가죽에 재스민과 머스크 향이 섞여 황홀한 첫날밤을 연상케 하는 덩 라 포(Dans la Peau), 자연과 교감하는 아포제(Apogee), 신선한 바닐라 향의 콩트르 무아(Contre Moi), 블랙 & 화이트의 대비에서 영감을 얻어 강렬하게 창조된 마티에르 누아르(Matiere Noire), 가죽과 베리 향의의 조화를 담은 밀 푸(Mille Feux). 각 100ml 35만원, 200ml 51만원, Louis Vuitton.향수는 일곱 가지다. “처음엔 80~90개의 향에서 시작했다가 일곱개가 됐을 뿐 처음부터 몇 가지를 정한 건 아니에요. 다섯 가지는 좀 한정적이고, 그 이상은 너무 많다고 생각했죠.” 그가 2012년 루이 비통에 처음 합류해 늘 염두에 둔 건 “아름답고 귀중한 재료로 ‘혼란’이 아닌 ‘놀라움’을 만들 것. 그리고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감정과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여정은 그라스에서 이뤄졌다. 영화 <향수>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향의 본고장 그라스는 루이 비통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라스의 숨겨진 재능이랄까?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산이 바람을 막아주며 마을을 통과해 흐르는 샘이 있는 지리적 이점은 많은 가죽 장인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동물 가죽을 깨끗이 닦기 위해 물이 필요했기 때문. 가죽과 향수의 요람, 그라스에는 LVMH의 후각 창조 센터인 레 퐁텐느 파르퓌메(Les Fontaines Parfumees)가 있으며 매 시즌 경이로운 향수의 원료로 가득 차곤 한다. 물론 자크가 태어나고 자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고향이기도 하다. 향기로운 타임 워프가 끝났다. 21세기 최초의 루이 비통 향수가 내 눈앞에 있다. 묵직한 옛 스토리와 달리 놀랄 정도로 가볍고, 마크 뉴슨의 간결한 디자인을 입었으며, 최신 테크놀로지(이산화탄소 추출법, 거의 보이지 않는 스프레이 등)를 지닌 ‘신문물’이다. 그리고 이 향수들은 온전히 여성들에게만 허락된다. 페미니티에 대한 찬양. 16세기부터 향이 나는 가죽 장갑을 끼고, 여행길에도 특별히 제작된 트렁크에 소중하게 향수를 보관했던 여성들의 대를 우리가 이을 차례다. 물론 이미 SNS에는 개성 넘치는 뷰티 파우치 속에 루이 비통 향수들이 그득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