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이 이 정도는 돼야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한정판 홍수의 시대. 한 땀 한 땀 손으로 빚어내 더욱 특별한 딥티크 34번가 컬렉션. | 뷰티,리미티드에디션,한정판,딥티크,향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한정판들. 뷰티 업계는 물론 패션과 푸드, 인테리어까지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신상 소식에 “또야?”라는 소리가 입버릇처럼 새어 나오던 에디터였다. 남다른 것을 선보이기 위한 한정판이 오히려 일상화된 현실에 지쳐갈 때 즈음, 딥티크에서 34번가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딥티크 최초의 매장, 34번가 생 제르망 부티크로의 초대’. 몇 달 전에 만난 딥티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엄 바도(Myriam Badault)와의 포근했던 인터뷰와 파리에서의 추억이 아직까지 또렷이 남은 것일까? 이끌리듯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자 오 마이 갓! 동공이 확장되는 아름다운 비주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대하던 34번가 컬렉션을 직접 만나기로 한 시간. 제품을 마주하자마자 휴대폰의 비디오 버튼을 연신 눌러댔다. 향을 맡아보기도 전에 외관에 반한 것. “프랑스에서는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최고 품종의 포도를 수확, 한정판을 출시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딥티크도 한 해에 가장 품질 좋은 꽃을 선정, 그 향을 추출하는 ‘천 송이의 꽃(Mille Fleurs)’ 전통에 따라 향수 에썽스 엥썽쎄를 출시하고 있죠. 올해의 꽃은 희귀 장미로 알려진 ‘로즈 드 메이(Rose de Mai)’입니다.” 2014년의 미모사, 2015년의 재스민에 이어 2016년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교육 팀 김유정 과장이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완벽히 새로운 블랙 컬러의 각진 유리 보틀은 수백 년 동안 명품 향수와 최고급 와인 병을 생산해 온 워터스퍼거(Waltersperger) 사의 장인이 만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쯤에서 눈 호강을 끝내고 코 호강에 돌입해 볼까? 브랜드 대표 장미 향수인 오 로즈보다는 좀 더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향이 은근히 풍겨왔다. 오 로즈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에서 방금 딴 장미처럼 산뜻하다면 에썽스 엥썽쎄는 출입이 제한된 왕실의 잘 가꿔진 정원을 연상시켰다. 누가 맡아도 장미 향이 분명하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우아함과 품격이 드러났다. 첨가된 비즈 왁스와 나무 수지 향이 성격이 다른 커플처럼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덕인 듯했다. 그 다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캔들. 불 켜진 향초의 열기로 새 장식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벽과 천장에 금빛 선율을 그리고 있었다. 향초 위에 놓인 금속 장식의 이름은 카루스(Carrousel). 프랑스어로 회전목마를 뜻한다. 쉴 새 없이 춤추는 마법 같은 빛의 움직임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무릇 홀린 듯 계속 보게 되는 것이 불빛이다. ‘얼음땡’, 하고 눈을 끔벅이며 시선을 옮기니 화려한 이전 제품보다 수수해 보이는 도자기 캔들이 눈에 들어왔다. 향을 맡으려는 순간, 보드라운 촉감이 먼저 스쳐 지나갔다. 마치 “나를 안아줘요”라고 말하는 듯…. 이에 슥,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니 가장자리를 메운 블랙 에나멜에서 이전과는 다른 반들거림이 느껴지기도! 이렇듯 자꾸만 만지고 싶은 감촉의 캔들 보틀을 만들기 위해 포르투갈 엔지 포셀린(NG Porcelanas)의 공예가들이 투자한 시간은 무려 3일.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캔들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향은? 라 마드렌느라는 이름 그대로 싱그러운 레몬과 달콤한 쿠키 향이 물씬 풍긴다. 식욕을 자극하는 향에 폭신한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고 싶을 만큼! 이 밖에도 ‘톡’ 하면 부서질 듯 불규칙하게 깨진 유리 표면이 인상적인 캔들 홀더 크리스토, 독특한 패턴의 쿠션 커버와 토트백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들을 감상했다. “55년 전, 파리 생 제르망 거리에서 세 친구가 가구에 씌우는 장식용 패브릭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브랜드의 시초죠. 이외에도 진주 목걸이, 도자기, 포푸리 등 그들이 수집한 다양한 소품들이 매장에 가득했습니다.” 문득 마리엄 바도의 말이 떠올랐다. 생활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임을 입증하듯 다채로운 제품들로 채워진 34번가 컬렉션은 브랜드의 혼이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세한 향은 물론이거니와 소장가치가 충분한 병과 소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캔들 액세서리 등 차원이 다른 ‘특급’ 한정판이니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를 마주하면? 단언컨대 목소리는 조근조근해지고 동작은 차분해지고 또 눈빛은 은근해지는 이상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참에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향의 연금술에, 또 숨겨왔던 진심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불빛에 취해보는 건 어떨는지…. 그것도 마음속 불빛을 건드리는 특별한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