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화학 시간에 배웠던 pH 상식을 소환해 볼까. 물은 pH 7로 중성. 이를 기준으로 숫자가 낮으면 산성이고,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청색 리트머스지가 붉게 변하면 산성, 붉은 리트머스지가 파랗게 변하면 알칼리성. 흥미로운 건 우리 피부 역시 pH를 따질 수 있고, pH 5.5로 약산성을 띨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세균이나 박테리아 등은 대체로 알칼리 성질을 갖고 있어 약산성인 피부에서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피부 표면을 코팅하는 피지와 땀이 지방산, 젖산, 아미노산 등 산 성질을 띠는 물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 얼굴에서 흐른 땀이 입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약간의 시큼한 맛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 터. 많은 뷰티 전문가들이 “적당량의 피지는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피부가 알칼리성에 가까워지면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피부 트러블이 빈번해지며 심할 경우 아토피가 발생한다. 피지막이 사라지면 피부 속 수분 증발을 막을 길 없으니 건조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 여드름 피부는 pH 7.5~8, 아토피 피부는 pH 8.5~9로 알칼리성을 띤다는 사실이 pH 5.5 약산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바. 정리하면, 우리가 흔히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유수분 밸런스가 깨졌다’고 하는 건 으레 5.5를 유지해야 할 피부의 pH가 달라졌다는 것.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약산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피지가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너무 많아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pH 5.5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측 박스에 강조된 내용을 통해 피부 pH가 언제 달라지는지 체크한다면 그 해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터.   1 pH가 5.5보다 낮은 지성 피부를 위한 이제악 클렌징 바, 1만2천원, Uriage. 2 pH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피부를 위한 젤 클렌저. 센시비오 젤 무쌍, 2만5천원, Bioderma. 3 거품은 나지 않으나 미끄덩거리는 느낌은 현저히 적다. 데일리 모이스처 테라피 페이셜 클린저, 2만2천원대, Physiogel.   4 피부 장벽을 강화해 pH 밸런스를 유지하는 젤 무쌍, 2만5천원, Aderma. 5 클렌징 크림을 고체로 만든 듯한 부드러움. 알칼리성을 띠지 않아 자극 없는 휘또-빠뜨 무쌍뜨, 10만5천원, Sisley. pH 5.5 솔루션 찾기· 피지 분비량이 줄어드는 밤 시간과 가을, 겨울에는 알칼리성을 띠게 돼 pH가 높아진다. · 생리 전에는 피지 생성이 많아져 pH가 낮아진다. · 나이가 들어 피지 분비량이 줄면 서서히 pH가 올라가          · 약알칼리로 변한다. · 클렌징 직후 pH가 급격히 높아진다.마지막 힌트, ‘클렌징’에 주목하자. 시간, 날씨, 생리주기, 노화는 불가항력적인 조건이지만, 약알칼리성을 띠는 클렌저로 오직 노폐물을 씻어내는 데 열중하여 뽀드득한 사용감에만 집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pH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온갖 마스크와 크림, 스페셜 케어, 마사지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클렌징 습관을 곰곰이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안 후 피부 밸런스를 회복시켜 줄 스킨케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지금부터 <엘르>의 조언에 밑줄 쫙쫙 그어가며 기억하자. 하나, 약산성 저자극 클렌저로 바꿀 것. 풍성한 거품이 나던 제품에 비해 아무리 헹궈도 미끈미끈 영 개운하지 않겠지만 피부는 그 밋밋함을 좋아할 게 분명하다. 둘, 기존 클렌저를 포기할 수 없다면 각질 제거만이라도 최소한으로 줄일 것. 잦은 각질 제거 역시 피지막을 벗겨내 pH를 망가뜨리는 요인이니. 셋, 욕실 선반에 미스트를 두고 세안 직후 뿌릴 것. 수분과 미네랄을 공급한 채 방으로 직행, 밸런스가 무너진 피부가 외부 자극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