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대신 자전거 핸들을 잡다!포틀랜드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중고차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장기체류하는데, 꼭 필요한 필수품이라고 생각했었다. 15세만 넘으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라! 차 없이 시장도, 친구 집도 갈 수 없는 곳이다. 여기서의 자동차가 집에서 꼭 필요한 냉장고 정도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제일 처음 이곳에서 연락해 만난 사람도 자동차를 싸게 팔겠다는 분이었다. 하지만 여기 오리건 주는 보험 없이는 차를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보험을 가입하는 데엔 이곳의 면허증이 필요했고 면허증을 따야만 차를 살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면허증을 빨리 따야겠다’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영어로 된 자동차 면허 매뉴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포틀랜드, 도시 자체도 크지 않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긴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라 시민의 4분의 1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도시라고 들었다. 버스나 트램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들이 따로 있다. 버스 기사도, 승객들도 자전거를 싣고 내릴 때 천천히 기다리며 안부까지 물어보는 곳이다. 그래, 자전거다. 그래서 자전거를 구입했다. 일 인당 하나씩 있어야 하니, 세 개가 필요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세 대의 자전거를 사고도 뭔가 부족했는지 남편은 ‘씽씽카’를 구입했다.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킥 보드가 어른용도 있었다니 놀랐다. 사실 남편이 킥 보드를 샀을 당시엔 구박을 좀 했지만, 생각보다 이 씽씽카가 꽤 재미있었다. 여긴 자전거 도로가 정말 잘 되어있다. 포틀랜드는 30년 전부터 6차선 도로를 꾸준히 없앤 대신공원과 자전거 도로를 계속 늘려 지금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전거가 우선으로 갈 수 있는 전용 도로가 도시 전체에 깔려 있다. 자전거 전용 지도도 있고 곳곳에 수리 센터까지 있다. 자전거만 있으면 못 가는 곳이 없을 것만 같았다. 자전거로 폭포도 가고 베리 농장에도 가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갔느냐고? 물론 아니다. 그런 식으로 자전거를 타기엔 체력이 너무 달린다. 하지만 갈 수 있다. 우리 빼고 다들 가더라.씽씽카와 한 몸이 되어 그만고백하자면 처음 씽씽카를 타고 밖에 나간 날, 약간의 사고가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너무 좋아 월러밋 강가를 신나게 달리다가 미끄러졌다. 공원에서 앉아 그림을 파는 히피 청년과 씽씽카에 탄 채로 잠깐 이야기를 하고 돌아서다가 미끄러져 넘어진 거였다. 창피한 게 문제지 전혀 아프지 않았기에 빨리 일어나 앞에서 뛰고 있는 남편에게 가려고 몸을 세웠다. 땅을 짚고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다들 내 쪽으로 우르르 모였다. 턱에서 뭔가 뜨끈한 액체가 나오기에 놀라 아래를 보니 시뻘건 피가 턱에서 줄줄 흐르고 있었다. 피는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멈추질 않았다. 순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이런 식으로 다친 적이 없었기에 ‘죽을 땐 아프지도 않나 보다.’ 생각하며, 남편 이름을 외쳤다. 남편이 다가왔고 어떤 모르는 아줌마가 얼음과 수건을 주었으며, 처음 다친 사람치고는 꽤 능숙하게 지혈을 해 다행히 피는 멈췄다. 낯선 아줌마의 발 빠른 얼음 팩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날 이후 난 우리 집에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고 나 혼자는 자전거나 씽씽카를 탈 수 없는 몹쓸 인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다시 호시탐탐 혼자 자전거를 탈 날을 노리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바이크 타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나이키가 포틀랜드 전 지역에 공동 자전거를 설치했다. 나이키 본사가 이곳에 있으니 포틀랜드를 위해 가장 포틀랜드다운 일을 생각해 낸 모양이다. 한 시간에 2.5불, 하루엔 12불이면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고 1년 회원이 되면 한 달에 12불만 내고 그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시내 곳곳에(집 앞에도 있을 정도로 많은 곳에) 자전거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다가 아무 정거장에나 둬도 되고 정거장이 꽉 차있으면 그냥 아무 거치대에 세워두면 되는 정말 편한 시스템이다(정거장이 아닐 땐 약간의 벌금이 있다.) 조금만 빨리 생겼더라면 자전거를 세 대나 사는 바보 같은 일은 안 했을 텐데, 괜히 산 자전거가 아까워서라도 내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가야겠다고 다짐 중이다. 포틀랜드는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다. 처음엔 그냥 공기 맑고 한적하고 뭐 특별히 볼 것도 없는 그런 작은 도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새로운 것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알면 알수록 이곳에 온 게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랑스러운 도시다.   P.S. 포틀랜드 바이크 타운 홈피는 www.biketownpdx.comPROFILE 동화 작가 선현경(@sunny_7008)은 만능 재주꾼으로 지난해 포틀랜드로 긴 여행을 떠났다. 포틀랜드에서도 변함없이 만화가 남편 이우일(@i00111)과 딸 은서(@e_eunseooo), 고양이 카프카를 관찰하면서 별탈 없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