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와 누마루가 있는 작은 집, 소보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집 공사의 대미를 장식한 건 아래채였다.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던 아래채는 소보루라는 이름의 작은 민박집으로 다시 태어났다.::김자혜, 하동, 지리산, 시골집, 건축, 한옥,레노베이션, 건축가, 집, 엘르, elle.co.kr::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윗채가 아니라 오히려 작은 아래채였다. 소담하게 제 자리를 잡고 있던 아래채를 보는 순간, 이 집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담한 방과 아궁이, 그리고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을 감상할 수 있는 툇마루. 그 모든 것이 적절히 제 자리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마루! 올라앉을 수 있는 누마루를 보는 순간 이 집이다 싶었다.



작년 가을,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의 아래채 모습. 작은 두 개의 문과 누마루, 그리고 마루 밑의 외양간이 보인다.

아래채를 고치면서 가졌던 원칙은 하나였다. 기존의 모습을 최대한 살릴 것. 그러나 실내의 문제들은 보완할 것. 정체모를 한지를 덕지덕지 발라 놓은 벽면과 천정을 뜯어내고 단열공사를 마친 후 미송 합판으로 마감하기로 했다. 방 가운데를 지나는 커다란 보(수직재의 기둥에 연결되어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수평 구조부재)는 구조적인 문제로 없앨 수 없었기에 그대로 두고 깨끗이 보수했다. 반드시 있어야 할 것만 있는 심플한 방으로 꾸몄다.



(왼쪽)서까래를 보수하는 모습. 부서진 황토부분을 메우고 백시멘트와 압착시멘트를 섞어 마무리한다.

(오른쪽)누마루 밑, 외양간으로 사용되던 부분은 블록으로 벽을 쌓고 문과 창문을 새로 만들어 남편의 작업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래채를 가만히 바라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현대인이 집을 짓는다면 절대로 이렇게 짓지 않았을 텐데.’ 아파트를 가장 넓(어보이)게 사용할 궁리를 하고, 테라스까지 몽땅 확장하는 이 시대에 누마루라는 비효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딱지만한 집의 삼분의 일을 높은 마루로 만든 것이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체 왜? 이미 많은 부분을 앞 툇마루로 내어준 것으로도 모자라서?
가능적인 면으로 볼 때 누마루는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한여름 무더위와 습기를 피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공간이다. 하지만 단지 이 같은 기능만을 위해 높은 마루를 만든 것 같진 않다. 우리나라에서 산을 접한 지역, 곧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형태의 누마루를 발견할 수 있다.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을 벗하여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늘에 더 가까이 닿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궁궐처럼 큰 한옥이 아닌, 이 작고 소박한 농가주택에서 농부는 어찌하여 그런 욕망을 가졌단 말인가! 그의 의외의 선택, 어떤 허세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됐다. 찌는 여름, 농사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온 그는 이 높은 마루에 앉아 쉬며 무엇을 했을까. 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무엇을 꿈꾸었을까. 70년 전 이 집에 살던 농부의 마음은 알 수 없으나, 그것을 상상하던 중 아래채의 용도가 정해졌다. 누구든 우리 집에 놀러 와 이곳에서 달콤한 휴식을 맛본다면! 도시에서의 팍팍한 생활을 두고 와, 이곳에서 잠시 멍을 놓을 수 있다면! 결국 아래채의 작은 방과 누마루는 민박 손님들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외부에서 본 아래채 모습



(왼쪽)공사 전, 방치되어 있던 아래채 모습. 정체 모를 한지가 덕지덕지 발려 있었다.

(오른쪽)시공 후의 모습.




아래채 내부 before & after. 굵직한 보가 방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형태의 방이 완성됐다. 두 개의 문 중 하나는 고정창으로 변신!



아래채의 꽃, 누마루. 올라 앉으면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을 감상할 수 있다.

하동댁이 전하는 인사
“하동댁의 깡시골 적응기를 마칩니다. 지난 반 년 동안 아주 먼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집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공사하는 꿈을 꾸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기도 한답니다(잠시 눈물...) 열 편의 글을 쓰는 동안 즐거웠어요. 혹 아름다운 하동을 여행하게 된다면 하동 독채민박 소보루(soboroo.com)를 기억해주세요. ‘시즌 1’이 농가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앞으로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지금처럼 격주로 2주에 한번씩, 목요일에 찾아옵니다. ‘시즌 2’로 만나요!”
to be continued...

집 공사의 대미를 장식한 건 아래채였다.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던 아래채는 소보루라는 이름의 작은 민박집으로 다시 태어났다.::김자혜, 하동, 지리산, 시골집, 건축, 한옥,레노베이션, 건축가, 집, 엘르, 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