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집으로 오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던 셰프들이 주방을 떠나 전세계를 돌며 팝업 다이닝을 연다. 지난 7월 서울에 이어 8월엔 베이징이다.::셰프,미슐랭,요리사,다이닝,팝업,레스토랑,팝업다이닝,서울,베이징,아시아,엘르,elle.co.kr::




셰프들은 홀 가운데 오픈 테이블에서 요리 과정을 완전히 공개한다.



‘원스타하우스파티’는 코펜하겐의 노마, 런던의 더 레드버리 같은 유명 <미슐랭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셰프들이 전 세계를 돌며 1주일 동안 문을 여는 팝업 다이닝이다. ‘원 스타’ 이상의 실력을 가진 셰프들이 ‘하우스’에 초대한 것 같은 ‘파티’를 연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그들은 틀에 박힌 퀴진이나 매일 똑같은 재료를 써서 뻔한 요리를 만드는 대신 전 세계 미지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현지 식재료로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제임스 셔먼(James Sharman), 트리샤 맥크레이(Trisha McCrae), 케빈 맥크레이(Kevin McCrae),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잭 도노호(Jack Donohoe), 다섯 명의 멤버는 사전 정보도 없이 도시를 정하고, 무작정 그리로 떠난다. 팝업 다이닝은 1주일뿐이지만 거의 한 달을 머무르며 지역을 샅샅이 탐험하며 현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식재료를 찾고, 그 식재료로 요리하는 법을 배운 다음, 자신들의 스타일로 요리를 창조한다. 동시에 그들 팀에는 매니저와 목수도 함께하기에 팝업 다이닝에 맞는 장소를 물색하고, 그 장소에 놓일 테이블부터 숟가락까지 거의 모든 도구도 직접 만든다. 온라인에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면 예약한 사람들만 올 수 있고, 이름처럼 비밀스럽게 초대된 ‘하우스 파티’는 1주일 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서울에선 지난 8월 초, 이태원의 어느 식당 한쪽에서 이들의 파티가 열렸다. 테이블은 오직 10개, 홀 가운데 거대한 키친 테이블을 두고 셰프들이 모든 과정을 오픈한 채 요리하고 셰프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서빙한다. 그들은 요리하면서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떠들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이날의 식사는 서울은 물론 제주, 신안, 전남 일대를 돌며 찾아낸 식재료들로 메뉴가 구성됐다. 오이를 곁들인 성게 알, 국수처럼 얇고 길게 썬 버섯과 게살, 크리스피하게 조리해 버무린 각종 곡물, 함초를 넣고 진하게 국물이 우러나도록 찐 키조개와 도라지, 촉촉한 수육식의 흑돼지 찜, 인삼과 참외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곶감을 이용한 커스터드 크림 케이크까지 7코스. 평생 한국에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었다. 셰프들을 따로 만나 그들의 이 놀라운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다.



성게 껍데기에 담은 오이와 성게 알 요리. 무겁고 깨지기 쉬운 그릇을 사용하는 대신 식재료 본연의 느낌도 살리고 유용한 접시로 쓴다.




신안에서 함초를 먹어보고, 직접 소금을 말려본 셰프들.



케빈 맥크레이가 만든 초경량 대나무 테이블.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파인 다이닝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더 소박한 테이블을 선택했다.




된장과 소금을 이용한 소스와 양파 절임을 곁들인 제주산 돼지고기 요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요리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우리는 각자 다른 나라의 다른 레스토랑에서 요리 경험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더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방식의 요리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굉장히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서 벌인 프로젝트라기보다 일단 해 보기로 하고, 익숙한 미국에서 시작했다가 무모하게 아시아까지 오게 됐다.


새로운 도시에 가서 로컬 식재료를 찾고, 메뉴를 짠다. 완전히 모르는 채로 와서 어떻게 며칠 만에 요리가 가능한가 우리도 모르겠다. 일단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간다. 서울의 경우, 도착해서부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한국 전역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려 했다. 광장시장에서 김치 담그는 것과 칼국수 만드는 것을 배웠고, 신안에 가서 소금을 만들어봤고, 제주에 가서 해녀들이 따온 성게를 맛봤다.


분명 한식 재료인데 서양식도 한식도 아닌 새로운 맛이었다. 그러면서도 식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요리였다. 어떤 퀴진이라고 설명할 수 있나 사실 우린 셰프로서 여느 셰프들과 아주 다른 길을 택했다. 보통의 셰프들은 기존에 있는 퀴진에서 가장 정통이 되고 싶어 하고 그다음엔 자기만의 요리 스타일을 찾는 것에 인생을 건다. 우린 반대로 우리 스타일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방에는 위계질서가 있는데 우리 팀은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다. 수많은 식당들이 그냥 외운 정보를 전달하는 웨이터를 쓴다. 그들은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트레이닝을 거부한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셰프들이 직접 서빙하고 손님들과 테이블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이유다.


그게 원스타하우스파티를 시작한 이유인가 우리는 모두 다른 음식을 먹고 자랐고 다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이거다. “음식이 제일 중요한 것 아냐?” 그래서 비즈니스나 컨셉트를 다 버리고, 우리가 새 도시에서 한 달간 여행하며 먹어보고 느껴본 음식에 대한 경험을 손님들과 나누기로 했다.


지켜보니 음식은 마지막 단계만 요리해서 테이블로 내보내도록, 즉 주방에 붙어 서서 요리를 오래할 필요가 없도록 준비해 두더라. 오픈 키친을 식당 한가운데 마련한 것도 흥미로웠다 우린 점심 영업을 하지 않으니 아침 7시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11시간 동안 사전 작업을 한 뒤 마지막 과정만 실제 저녁 서비스 시간에 보여준다. 오픈 키친을 식사하는 테이블 곁에 두고 만드는 것부터 내놓고 먹는 것까지 실제로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손님들이 식사 중에 자유롭게 일어나 우리가 일하는 키친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거나 우리와 기념사진을 찍는 게 재미있다.



인삼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아이스크림.



서버 대신 직접 음식을 들고 다니며 테이블 곁에 서서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일방적인 설명보다 자신이 한국에서 느낀 경험을 손님들에게 무용담처럼 신나게 늘어놓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찾은 곡물들을 바삭하게 요리한 코스. 무스처럼 부드러운 소스가 특별했다.



셰프들은 요리하는 내내 장난꾸러기처럼 떠들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가 있는 주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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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에서 착안해 버섯을 면처럼 가늘고 길게 썬 후 게살을 얹었다.



매번 새로운 도시와 익숙지 않은 주방에서 생소한 재료로 요리한다. 심리적 압박이 심하지 않나 상하 구조가 철저하고 조직으로 짜인 주방에 붙어 있는 것보다 이게 더 창조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매번 새 도시에서 새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마치 처음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처럼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준다. 오픈할 때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에너지, 약간의 산만함, 기대에 부푼 손님들, 처음과 같은 설렘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다. 그리고 새 도시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받는 기운이 엄청나다. 그들이 우리에게 새로 요리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다음 도시는 베이징이다. 어떤 계획이 있나 노 아이디어. 일단 가서 찾아봐야 한다. 중국 동부를 쭉 여행하면서 뭐가 있는지 탐험해 봐야 알 것 같다.


한국에서 요리한 코스에는 성게 알, 게살, 조개, 돼지고기, 인삼 등이 쓰였다. 혹시 마지막까지 코스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한 식재료가 있나 쇠고기를 넣을 것인가 끝까지 고민하다 제주 흑돼지를 선택했다. 그 외 김치를 쓰는 방식을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좀 더 가볍고 정갈하고 신선한 한식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서 뺐다. 보통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장류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맛본 실제 한식은 아주 심플한 맛을 제대로 구현하는 게 많았다.

서울에서 팝업 다이닝을 해 보니 어땠나 여기 오기 전, 뉴욕에서는 에어비앤비를, 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어떤 창고를 빌렸다. 그런데 서울이 샌프란시스코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식에 대해 모두 관심이 많고 마음이 열려 있고 무엇보다 먹는 걸 좋아한다. 듣기로는 아시아 사람들이 조용하고 리액션이 적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역시 가보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그게 우리가 도시들을 찾아 떠나는 이유다. 우리 음식을 맛보고 즐겨 준 서울 사람들만큼이나 멋진 미지의 게스트를 찾아서 말이다.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던 셰프들이 주방을 떠나 전세계를 돌며 팝업 다이닝을 연다. 지난 7월 서울에 이어 8월엔 베이징이다.::셰프,미슐랭,요리사,다이닝,팝업,레스토랑,팝업다이닝,서울,베이징,아시아,엘르,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