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마성의 매력 하이힐과 플랫폼 슈즈가 돌아왔다. 이번 시즌 당신을 유혹하는 하이 힐 보고서. ::하이힐,힐,슈즈,신발,구두,트렌드,패션,엘르,elle.co.kr:: | 하이힐,힐,슈즈,신발,구두

튀지 않은 스타일을 고수하며 대부분 군중 속에 묻혀 지내던 스타일의 에디터는 최근 짜릿한 경험을 했다. 몇 센티미터 더 높은 힐을 신었을 뿐인데 후폭풍은 대단했다. 패션 피플로 가득했던 어느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그날의 난 여느 때와 같이 조용히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파티에 온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의 팔이 날 끌어당기더니 대뜸 사진 찍자는 요청을 했고, 당황한 것도 잠시 그녀들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레오퍼드 패턴의 블록 힐을 신고 180cm까지 커진 키 덕분에(나름 모델로 오인할 만했다) 그녀들 틈에서 단연 돋보였다. 킬힐을 벗고 운동화를 신는 여자들이 거리를 평정하던 시절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고 예견됐다. 아찔한 하이힐보다 납작한 스니커즈가 더 섹시하게 보이던 시대가 줄곧 이어졌으니까. 놈코어와 90년대 트렌드의 그늘에서 여자들은 버켄스탁과 스탠스미스, 쿠튀르 스니커즈와 매니시한 크로그 슈즈 등을 신고 발가락을 쭉 편 채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운동화 판매량은 급증했고 운동화를 신는 여자들의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통계만 봐도 스니커즈의 인기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다시금 높이 솟은 플랫폼 슈즈와 하이힐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스니커즈를 신선하고 반항적인 코드로 인식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그 어떤 스타일에도 하이힐을 신을 때라고 선언하며 맥시멀리즘을 향해 재시동을 걸었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마리 카트란주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까지. 그들의 F/W 컬렉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화려한 맥시멀리즘을 택했고, 시선을 확 잡아끄는 높디 높은 슈즈들을 트렌드의 중심에 세웠다. 왜 하필 ‘힐’일까? 패션 바로미터에는 힐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다. 힐의 높이가 세계적인 경제 침체나 상승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높은 힐의 슈즈를 신는 건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나 패션에서 재미를 추구하려는 이들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영국의 온라인 쇼핑몰 ‘애버뉴 32(Avenue 32)’의 설립자 로베르타 벤텔러(Roberta Benteler)는 런웨이의 과장된 옷을 강조하기 위해선 하이힐은 피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치렁치렁한 롱 슬리브와 바닥을 쓸 정도의 긴 플레어 팬츠를 입기 위해선 할 수 없이 하이힐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죠.” 그녀는 소니아 리키엘의 화려하게 반짝이는 글램 록 웨지와 말론 슐저(Malone Souliers)의 폼폼 힐을 바잉 아이템으로 택했다. 편집 숍 ‘브라운스 패션(Browns Fashion)’의 바잉 디렉터 로라 라바레스티어(Laura Larbalestier) 역시 “힐이 다시금 신선한 에너지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리얼 웨이에선 블록 힐이나 적당한 높이의 플랫폼을 택해도 좋아요. 제 페이보릿 슈즈는 마리엠 나시르 자데와 구찌 힐 그리고 로샤스의 플랫폼 슈즈예요.” 페이크 퍼 브랜드 시림프스(Shrimps)의 디자이너 한나 웨일랜드(Hannah Weiland)는 운동화의 열풍 속에서도 힐을 포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고백한다. “제겐 높이가 필요해요(웃음)”. 그녀는 이번 F/W 컬렉션에서 루퍼트 샌더슨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복슬복슬한 컬러 펠트 소재를 더한 스틸레토 힐을 선보였다. “하이힐과 부드러운 페이크 퍼의 조합은 어딘가 럭셔리한 느낌을 주죠.” 슈즈 브랜드 브러더 벨리즈(Brother Vellie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로라 제임스(Aurora James)는 13cm 이상의 힐이 주는 파워를 숭배한다. “힐을 신었을 때의 느낌, 사무실 복도에 울려 퍼지는 또각거리는 소리가 좋아요. 우리의 존재감을 강하게 심어주죠”. 힐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자칫 어정쩡해 보일 수 있고 때론 거리에서 볼썽사납게 울퉁불퉁한 바닥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이번 시즌 마크 제이콥스의 25cm가 넘는 플랫폼 부츠는 레이디 가가를 모델 평균 키로 만들었지만, 현 모델들은 발목이 꺾일 수 있다는 부상의 위험을 안고 아슬아슬하게 워킹해야만 했다(마크 제이콥스는 배려의 차원으로 모델들이 워킹에 집중할 수 있도록 BGM을 거의 없앤 채 느린 템포로 걷게 했다). 그럼에도 그 슈즈에 열광하는 건 그만큼 전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우미우의 F/W 시즌 하이힐도 마찬가지. 스니커즈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섹시미와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이제껏 헬무트 뉴튼의 사진에 플랫 슈즈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아찔한 높이의 힐을 용기 있게 시도하려는 여성들에게 지미 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샌드라 초이는 이렇게 말한다. “힐은 언제나 ‘변신’의 힘을 갖고 있어요. 물리적인 동시에 감정적으로요”. 그녀는 다양한 높이의 힐과 부츠를 선보여왔다. “키와 다리를 길고 섹시하게 연출해 줄 뿐 아니라 애티튜드와 마음가짐을 변화시켜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주죠.” 파티장에서 느꼈던 몇 인치의 높이가 불러온 짜릿함은 촬영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호텔로 들어서는 오늘도 실감할 수 있었다. 가볍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스태프들의 시선과 게스트를 대하는 듯 환대해 주는 반응은 정말이지 스탠스미스를 신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차원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는 샌드라 초이의 말처럼 힐을 신은 내 모습이 당당하게 느껴진다면 그 감정이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