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만의 탑 10’ 같은 리스트 하나쯤 세워 보았을 것이다. 만일 록 매니아들에게 역대 최고 앨범이나 곡에 대해 이야기 하라 주문 한다면 몇 날 몇 일 밤을 새워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은 나만의 탑 10을 결정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그러면서 새로운 음악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레 ‘탑 10’의 위치 또한 슬며시 달라진다. ‘나만의 탑 10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끊임없는 고뇌의 연속으로 꼭 나에겐 ‘엄마가 좋으냐?아빠가 좋으냐?’와 같은 강도와 같다 느낄 정도! 그럼에도 꼭 대답을 해야 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앨범이 하나 있다. 바로 로버트 와이어트(Robert Wyatt)의 <록 보텀 Rock Bottom>이 그것. 이 앨범은 록 역사상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물론 음악적으로도 아름다운 앨범이지만, 이 앨범의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면 감동 받을 수 밖에 없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로버트 와이어트. 1973년 로버트 와이어트는 영국에서 확산되고 있었던 ‘더 캔터베리 신(The Canterbury Scene)’이라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운동의 가장 유명한 드럼 연주자이자 보컬이었다. 초반엔 밴드 소프트 머신(Soft Machine)으로 5년간 활동하면서 4개의 앨범을 발매했고 그 이후엔 밴드 머신 몰(Machine Mole)로 성공적으로 활동 했다. 당시 28살이었던 로버트 와이어트는 대단한 연주자로 인정 받는 동시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알프레다 벤지(Alfreda Benge)와 사귀는 등 개인적인 삶 또한 부족함 없이 한 마디로 아주 잘 나가고 있었다.하지만 1973년 6월 예고 없는 불행이 일어났다. 공(Gong)의 보컬인 길리 스미스(Gilli Smith)의 생일 파티 때 술에 취한 로버트가 그만 건물 4층에서 떨어진 것. 그는 기적적으로 죽진 않았지만 대신에 다리를 평생 못 쓰게 되었다. 드럼 연주자에게 다리를 못 쓰는 것은 사형 선고와 다르지 않았다. 여자친구인 알프레다 입장에서도 앞으로 장애인과 사귀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로버트 자신 역시 드럼을 더 이상 칠 수 없어서 앞으로 휠체어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 갈까 하는, 절망적인 정신 상태였다. 하지만 다리 수술에서 바로 회복되자마자 로버트는 병실에서 작곡을 시작했다. 사고 일 년 전 여자친구와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 당시 작곡했던 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위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은 고통 속에서 더 아름답게 꽃 피우듯이 <록 보텀>도 그러했다. 로버트 는 8개월의 입원 기간 동안 다리를 더 이상 쓸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명작을 꽃피웠다. 록 보텀이라는 말 자체가 ‘록의 최저점, 바닥’이라는 뜻인데 이 앨범이 바로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록 보텀>은 그 바닥이 여정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제는 드럼을 칠 수 없게 된 <록 보텀>의 ‘Alifib’와 ‘Alife’라는 곡에서 로버트가 자기 호흡을 사용해 드럼처럼 리듬을 맞추는 부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듣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앨범의 다른 곡에서도 죽을 뻔한 사람, 다리를 못 쓰게 된 사람, 성공가도를 달리다 갑자기 모든 것들이 불확실해지는 28살 음악가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최악의 사고 후에도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로버트의 긍정적인 마음과 희망도 각 곡에서 느낄 수 있다. <록 보텀>은 해수면에서 해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행복, 고통, 희망이 혼재된 바다 속 여행 같다.특히나 마지막으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여자친구인 알프레다의 선택이다. 남자친구가 갑자기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미래가 없는 드럼 연주자가 돼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알프레다는 그의 곁에 있기로 결정하고 <록 보텀>이 발매된 1974년 7월 26일 둘은 결혼했다. 이런 여자친구를 위해서 로버트는 <록 보텀>의 두 곡을 그녀를 위해 썼다. ‘Alifib’와 ‘Alife’라는 노래가 바로 ‘Alfie’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알프레다에게 바친 낭만적인 곡이다. 가사가 있긴 하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하지 않다. 이것은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알프레다를 위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랑뿐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로버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였다.<록 보텀>을 통해서 로버트 와이어트는 캔터베리 신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발전시키면서 록과 재즈를 변모시키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명반처럼 록버텀도 듣기 쉬운 앨범은 아니지만 이어폰을 끼고 한두 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은 그의 음악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맨 왼쪽이 로버트 와이어트. RECOMMENDATIONS1 Sea Song2 A Last Straw3 Little Red Riding Hood Hit the Road4 Alifib5 Alife6 Little Red Robin Hood Hit the RoadPROFILE 본명인 ‘알베르토 몬디’보다 알베르토, 알차장, 알오빠와 같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마성의 이탈리안 가이. 중국에서 만난 와이프를 쫓아 한국에 왔다 정착하게 된 사랑꾼. 평화와 사랑을 믿고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지지하는 대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