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캘린더에서 칸영화제는 오스카, 골든글로브와 함께 업계와 대중의 이목이 동시에 집중되는 메인 이벤트다. 레드 카펫에 셀러브리티들이 등장하면 프레스와 블로거, 트렌드세터들은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분석에 들어가고, 이 순간만큼은 칸영화제의 경쟁작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때문에 럭셔리 하우스들은 칸의 번화가인 크루아제트 대로에 인접한 호화로운 건물에 여배우들을 위한 팝업 쇼룸을 마련한다. 그에 비하면 인디 브랜드들은 스타의 성은을 입을 기회가 드물지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례로, 지난 세자르 시상식의 헤로인이었던 프랑스 국민 여배우 플로랑스 포레스티(Florence Foresti)는 파리의 빅 하우스가 아닌, 소규모 쿠튀르 레이블 오노라투뷔(On Aura Tout Vu)의 화이트 케이프를 선택했고, 리한나는 앤티 월드 투어(Anti World Tour)에서 Y프로젝트(Y/Project)의 수트를 입었다. 운과 인맥, 전략, 아니면 배짱? 신진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의 랑데부는 어떻게 성사되며 그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오노라투뷔의 리비아 스토이아노바(Livia Stoianova)와 야센 사무이로브(Yassen Samouilov)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맥이 결정적인 요인이란 걸 알 수 있다. “비욘세의 뮤직비디오 작업은 스타일리스트 B. 아커룬드(B. A°kerlund) 덕분에 가능했어요. 마돈나가 우리가 만든 볼레로를 입은 것도 그녀 덕분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절친한 스타일리스트의 선택을 받는다 해도 실제로 입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늘 도박 같아요. 비욘세의 경우, 스타일리스트만 5명이었으니까요.” 듀오의 커리어에서 레이디 가가를 빼놓을 수 없다. “6년 전, 우리는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인 니콜라 포미체티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파리 프로모션 투어 내내 우리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몇 벌을 사가기도 했어요. 그 이후로 정기적인 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셀러브리티와의 작업은 늘 자극을 줘요. 작업은 매우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레이디 가가, 크리스 브라운, 저스틴 비버, 빅뱅이 선택한 펑크 레이블 99%이즈- (99%is-)의 디자이너 바조우 역시, 삼성패션디자인 펀드 수상 시 진행했던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얘기했다. “레이디 가가를 위해 스터드가 촘촘히 박힌 가죽 보디수트와 헤드피스를 만드는 작업은 무척 순조로웠어요. 스타일링 팀에서 가가의 사이즈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피팅 과정이 필요 없을 만큼 디테일하고 명확해서 놀랐어요. 사이즈 정보는 작업 후 폐기하라는 컨피덴셜한 메시지와 함께 전달되었죠.” 리한나의 스타일리스트 멜 오텐버그(Mel Ottenberg)는 브랜드를 선택할 때 직관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메일을 받아요. 뭔가 끌리는 점이 있다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해요.” 그가 직관적으로 선택한 카이(Kye)의 페이크 퍼 재킷과 Y프로젝트의 XXL 팬츠 수트 덕분에 디자이너 계한희와 글랜 마틴스는 인사이더들의 관심을 넘어 글로벌한 인지도를 얻었다. 대담한 배짱 역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밀린스키(Millinsky)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다이앙스(Alexandre Daillance)는 볼캡 브랜드 나사시즌스(Nasaseasons)를 알리기 위해 오프 화이트(Off-White) 디자이너이자 카니예 웨스트의 절친인 버질 아블로를 찾아갔다. “2년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버질이 파리 컬렉션에 온다는 정보를 접했어요. 당장 쇼장으로 달려가 내 볼캡을 보여줬어요. 이후, 그가 절친한 스타들에게 볼캡을 추천했고 인지도가 급상승했어요. 이런 방식이 터무니없어 보여도 종종 통할 때가 있어요.” 한편, 셀러브리티의 주목을 받게 되면 스타가 거느린 팬들의 관심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3년에 론칭한 럭셔리 가죽 브랜드 누르 해머(Nour Hammour)의 누르 해머와 에리 콘리 웹(Erin Conry Webb)은 셀럽과 SNS 인플루언서의 파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주문량을 보면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요. 블로거 한 명이 우리 베스트를 입으면 주문이 연달아 들어오고, 사이트를 언급하면 몇 시간 만에 10만 뷰까지 올라갈 수도 있어요. 빅 스타들의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죠.” 오노라투뷔의 듀오도 이 얘기에 공감한다. “팬 커뮤니티의 정보 파급 속도는 크레이지해요. 일례로, 레이디 가가의 팬클럽은 중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가가의 룩을 해석하거든요.”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디자이너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 있다. 종종 셀러브리티와의 협업은 무드 보드를 공유할 만큼 심도 있는 작업에서 출발하며, 이런 기회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한다. 일부 빅 브랜드가 셀러브리티에게 옷을 입히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얘기지만, 자본 논리에도 불구하고 거대 브랜드가 아티스트의 관심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안도할 만한 일이다.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서로의 작업을 흠모해서 이뤄지는 순수한 협업은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랑데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