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 한 그릇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수요미식회>에서 극찬한 슈밍화미코 신동민 셰프가 꼽은 소울푸드는 깊은 국물맛으로 승부하는 가키아게소바다.::슈밍화미코,신동민 셰프,오너 셰프 레스토랑,소울푸드,가키아게소바,신간장,멘야미코,일식당,일식,수요미식회,음식,푸드,요리,엘르,elle.co.kr:: | 슈밍화미코,신동민 셰프,오너 셰프 레스토랑,소울푸드,가키아게소바

청담동에 수많은 식당이 피고 지는 사이 ‘슈밍화’란 꽃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 ‘슈밍화미코’는 그 자리를 지켰다. 신동민 셰프는 대단치 않다는 듯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라서 그렇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하던 요리만 계속 하는 것보다는요. 좀 거칠게 말하면 전 꿈이 없어요. 꿈을 꿈으로만 간직하기보다 오늘과 내일을 열심히 살아요. 하고 싶은 요리는 해야죠.” 이런 뚝심을 갖기까지 그는 일본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일식당에서 일한 8년여의 경험을 밑천으로 한다. 분자요리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기도 전에 분자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좀 더 정통에 가까운 음식으로 관심사를 옮긴 후에도 외국생활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아무리 작고 허름한 가게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의 음식을 한다 해도 장인처럼 묵묵하게 자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사들이 많아요. 음식은 결국 맛, 첫째도 둘째도 맛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진짜 좋은 맛을 찾는 것이 옳죠.” 그가 소울 푸드로 꼽은 가키아게 소바도 보기에는 간단하게 면 삶고 국물을 붓는 음식일지 모르나, 사실은 오랜 시간 육수를 우리고 튀김도 제대로 튀겨야 그 맛이 살아난다. 재료는 놀랍도록 단출한데, 각 재료에 맞게 최적 온도를 찾고 하나하나 따로 끓여 한데 합치기까지 여간 품이 드는 게 아니다. “힘들었던 유학 시절, 돈이 많지 않았으니까 점보튀김이라고 부르는 큰 튀김을 얹어 4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 소바를 1주일에 서너 번은 먹었어요. 할아버지들이 아침부터 새벽까지 영업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서서 후루룩 먹고 가는 집이었어요. 일 끝나고 새벽 1시쯤 되면 저녁을 먹었어도 출출한 시간이거든요. 한 그릇 든든히 먹고 집으로 가던 기억이 많아요.”그는 갑작스런 사고로 건강을 잃은 적 있다. 안 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닥쳤다. 그때를 계기로 그는 식자재 본연의 맛과 그 속의 효능을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힘든 시기였죠. 1년 동안 아무것도 못했어요. 매일 라면만 먹었어요. 집에 손 벌리기 싫어서 말도 안하고 못 이기는 척 고향집에 가서 실컷 먹고 올라와 또 라면을 먹었죠. 지겨워서 라면에 된장도 풀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그게 아주 오랜 옛날이 아니고 불과 6년 전이거든요. 그래서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살되 대신 생각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실천하기로 했어요. 요리를 더 제대로 해보기로, 진정성을 갖기로, 본연의 맛을 내보기로 했어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신간장’을 내놓을 만큼 간장을 연구하고, 슈밍화미코뿐 아니라 또 다른 레스토랑인 멘야미코에서도 직접 만든 고추장이나 된장을 사용하는 이유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고향인 포항 죽도시장의 좋은 멸치를 싹쓸이해 올 정도라며 웃는다. 몇 백 상자의 멸치 똥을 떼내느라 고군분투한 일화에선 모두 웃으며 울었다. 방송이나 강연도 물밀 듯 요청이 오지만, 주방을 비우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모든 요리에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떼지 않는다. 식초도, 소금도 한 가지 가지고 1시간 이상 얘기할 수 있다고 눈을 빛내기도 한다. 신동민 셰프에게 카키아게 소바는 고생스런 기억까지 소환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마와 가츠오부시를 풍성하게 넣고 뭉근하게 끓인 육수의 진한 향만 기억하기로 했다. 뜨끈하게 한 숟갈 떠 넣고 메밀 면을 우걱우걱 씹으니 그릇 속에서 그의 진심이 배어 나왔다.Chef Recipe  재료메밀 건면 한 타래. 육수 다시마 사방 10cm짜리 한 조각, 볶음용 중간 사이즈 멸치 한 주먹, 가츠오부시 한 주먹, 간장, 맛술.야채 튀김 당근 1/3개, 양파 반 개, 참나물 대여섯 잎, 밀가루, 물, 콩기름. 1 다시마와 멸치를 미온수에 1시간 담가 불린다. 2 그 물을 그대로 불에 올려 60℃ 정도까지 끓인다. 멸치를 건져 맛 보았을 때 단맛이 살짝 남았을 때 다시마와 멸치를 꺼낸다. 3 육수에 가쓰오부시를 넣고 온도가 80℃ 정도까지만 올라가게 끓인 후 가츠오부시도 건져낸다. 4 다른 냄비에 물을 담고 끓이다 그 안에 작은 냄비를 넣어 중탕으로 간장과 맛술을 1:1로 혼합해 데운다.5 육수와 맛간장을 6:1 비율로 섞는다. 6 끓는 물에 면을 넣고 꼬들꼬들하게 2분 20초간 삶은 후 곧바로 건져 찬물에 빨래하듯 씻는다. 7 양파와 당근을 채 썰고 참나물을 손으로 뜯어 섞는다. 8 섞은 채소 위에 밀가루를 뿌린 다음, 손으로 뒤적여 밀가루가 곱게 입혀지도록 한다. 밀가루가 고르게 입혀지면 물을 조금씩 부어 점성이 있을 정도로 농도를 맞춘다. 9 180℃ 정도로 데워진 기름에 야채를 한 국자씩 떠 넣어 튀긴다. 10 튀김이 기름에 떠오르면 앞뒤로 한두 번 뒤집어 노릇해지면 꺼낸다. 기름을 머금지 않도록 꺼내서 재빨리 털어준다. 11 면을 손으로 말아 두 덩어리 타래로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붓는다. 면 위에 큼직한 튀김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