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자도 사랑은 아니라고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거의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잠도 잤다. 가끔 싸우고 화해했다. 그런데 사랑이 아니고 ‘정’이라고? ::연애, 사랑, 썸, 정, 섹스, 로맨스, 커플, 남친, 여친, 여행, love, romance, sex, 우유니 킴, 엘르, elle.co.kr:: | 연애,사랑,썸,정,섹스

EP11 정일까? 사랑일까? “너한테 정 많이 들었다.” 헤어지면서 그가 말했다. 우린 해외에서 만나 2개월간 동행했다. 거의 매일 밥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고, 잠을 잤다. 가끔 싸우고 화해했다. 연인이 하는 짓은 다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정’이라고 표현했다. 귀국하면서 “밥 정, 싸운 정”이 장난 아니라며 다시 한 번 꼭 껴안았다. 정이 뭐고, 사랑이 뭘까? 좋고, 보고 싶고, 아끼는데 사귀지 않으면 정이고, 사귈 정도면 사랑일까. 우리와 같은 커플이 있었다. 둘은 20대 초반. 쿠바에서 만나 한 달 동안 함께 다녔다. 인터넷이 거의 되지 않는 쿠바에서 둘은 깊이 의지했다. 여자는 남자의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지며 걸었고, 남자는 따뜻하게 여자를 바라봤다. 그건 ‘사랑의 눈빛’ 같았다. 우린 ‘연인 같다’고 놀렸다. 둘은 아니라고 손을 저었다. 둘은 여행 경로가 달라서 헤어질 때 대성통곡했다. “정들어서 그래요.” 아, 다시 한 번 헷갈린다. 정이 뭐고 사랑이 뭔가. 내 얘기로 돌아오자. 그는 지금도 매일 카톡을 보낸다. “우리 참 정들었나 봐, 그렇지? 밥 먹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 나는 답장을 보냈다. “우리 차라리 사귀었다면, 여행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가 답을 보냈다. “그러면 헤어졌을 거야. 이래야 오래 보지.” 아,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사랑해서 오래 보고 싶단 건가, 아니면 절친일 뿐 연인은 아니란 뜻인가, 아니면 나 갖기는 싫고 남 주긴 싫단 건가. 나도 안다. 어떻게 관계가 흑백으로 딱 분리 되겠는가. 정과 사랑은 구분이 무의미한 하나의 감정인지 모른다. 어쩌면 덜 사랑하는데, 시기와 상황이 맞아 사귀고 결혼할 수 있다. 아니면 사랑의 감정인데, 걸리는 게 많아 관계를 진전하지 않고 정으로 곁에 둘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 그가 보고 싶다. 그가 안을 때의 냄새가 좋고, 혼자 맛있는 걸 먹으면 그가 생각이 난다. 하지만 막상 사귀어서 열렬히 사랑하기는 주저된다. 그도 나와 비슷할 거다. 그렇게 우린 이걸 ‘정’이라 결론 내리고 친밀히 지내고 있다. 혹시 우린 상처받기 두려워서 정이라 말하는지 모른다. 둘 다 30대 중반. 많이 사랑해봤고, 많이 아파봤다. ‘정’은 안정적으로 곁에 둘 수 있지만, ‘사랑’은 상처를 가져올 수 있다. 경험해봐서 안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정’으로 묶고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는지도. 비겁하고 소심한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약하다. 나약하니까 서로 합의만 된다면 이런 관계를 유지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세상엔 정의되지 않는 관계들이 무수하다.LESSON 저처럼 두려워 말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길 권합니다. 그런데 용기를 내기엔 이게 정인지, 사랑인지 도통 모르겠단 분들! 걱정 마십시오. 우리에겐 시간이 답을 내려주니까요. 저도 일단은 기다려 보렵니다.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