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예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스트리트 팝 아티스트 미스터 브레인워시가 내뿜는 긍정적인 에너지.::미스터 브레인워시,팝 아티스트,인터뷰,스트리트,아라모던아트뮤지엄,전시,팝아트,인사동,미술,예술,전시회,엘르,elle.co.kr:: | 미스터 브레인워시,팝 아티스트,인터뷰,스트리트,아라모던아트뮤지엄

팝아트가 가벼운 유희와 전복의 스릴을 건네며 대중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예술이라면,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에게 ‘팝아트의 실존’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본명은 티에리 구에타. LA에서 구제 옷을 팔며 거리 예술가들의 행적을 강박적으로 찍던 그는 불현듯 미스터 브레인워시라는 이름으로 2008년 데뷔 전시를 열었다. 다음 챕터는 신데렐라 스토리.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무명 작가의 전시는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접수했다. 이후 마돈나의 베스트 앨범 커버 작업을 맡고 2010년 뉴욕 전시까지 히트시킨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그 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슈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얼굴 없는 거장’ ‘거리 예술의 총아’로 불리는 뱅크시가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1시간 30분 분량의 거친 영상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 가치가 폭등하는 미술계의 세태를 비꼬는 내용이었고, 이야기의 구심점은 티에리 구에타였다. 뱅크시를 촬영하던 중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고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티에리의 데뷔 과정은 도발적이었고, 무명의 거리 예술가를 슈퍼스타로 둔갑시키느라 혈안이 됐던 현대미술계의 아이러니를 완벽히 저격했다. 어쩌면 그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 자체가 유희와 전복의 미학을 표방하는 팝아트적 현상이 아니었을까. 논란 속에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여전히 미술계의 ‘앙팡 테리블’ 아티스트다. 가장 대중적인 예술을 하면서도 세계 유수의 갤러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런 그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이곳에 새롭게 개관하는 아라모던아트뮤지엄에서 6월 21일 열리는 단독 개인전 을 준비 중이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지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인터뷰를 위해 녹음기를 켜자 진심을 다해 자신의 말들을 쌓아갔다.페인트로 손이 알록달록할 거란 예상이 맞았다 이건 약과다. 작업을 하다 보면 온몸이 페인트 범벅이 된다.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모르는 사람에게 본인을 소개하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그 과정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작업 목표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그들 스스로 무언가를 얻어가도록 만드는 것. 누구나 어떤 대상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 ‘Life is Beautiful. Never Give up’ 이게 바로 작업의 슬로건이다. 다른 사람의 잠재된 예술적인 자질을 감지할 수 있나 지금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다른 데를 본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말이다. 예술은 예술적으로 행동하고 표현하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자유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이게 내가 거리로 나가 무언가를 만드는 이유다. 뱅크시를 만나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되기 전, 옷을 팔고 비디오카메라로 무엇이든 촬영하는 일을 하면서도 예술가가 되리라 기대했나 자기가 원하는 삶은 식물이 자라듯 마음속에서 자란다. 어린 시절에는 작은 묘목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다란 나무가 된다. 이렇듯 자신이 누구인지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예술가는 결국 예술가가 되고야 만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밤새 전시 준비를 했다며 힘들지만 괜찮다. 늘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려고 한다. 어제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나은 상황’이라고 받아들였다.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날 다시 일으켜 세운다. 열 살 때 어머니를 떠나보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척 슬픈 일이었지만 “어머니와 10년 동안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며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미스터 브레인워시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인터뷰 촬영에 나선 작가는 설치가 진행 중인 대형 작품들을 쉼 없이 오가며 모든 에너지를 분출했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긍정의 힘을 전하고 싶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하루에 몇 시간이나 잠을 자나 4~5시간 정도? 내 머리는 오래 쉬면 안 된다.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휴식을 취하게 될 테니 잠을 적게 자도 괜찮다. 50대이지만 내 몸의 충전 기능은 보통 사람보다 2배 빠르다. 더 많은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이건 고생도 아니다. 층고가 15미터에 달하는 미술관 내부를 직접 페인팅할 계획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화이트 큐브에 들어설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나 뭔가 일을 벌여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 미술관이 내 집이다. 호텔과 미술관을 오가며 전시를 준비하겠지만 막바지에는 이곳에 침대를 두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가 시작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이번 개인전은 3개월 동안 이어진다. 그사이 서울에 다시 와서 전시를 둘러본 뒤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바꿀 수도 있다. LA 작업실은 어떤지 궁금하다 엄청나게 크다.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는 규모다. 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얼마나 커야 하냐면, 10미터쯤! LA는 스트리트 아트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어떤 예술적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 그곳에선 모든 게 멋지다. 날씨는 늘 화창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가까이에 있다. 그러나 환경은 예술가에게 별개의 요소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 내면이 건강하면 어디서든 예술적인 영감을 찾아낼 수 있다. 작업 범위는 그래피티, 페인팅, 설치, 미디어 아트 등 스트리트 아트와 접점을 이루는 거의 모든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다른 스트리트 아티스트들과 차별되는 요소가 있다면 ‘내가 하는 것’을 한다는 점이다. 이건 특별함이 없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나는 대중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다. 하지만 내 활동 영역은 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트레이트와 조형 작업도 즐겨 한다. 성격에 따라 현대예술, 거리 예술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예술로 귀결되고 대중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긴다. 미술계에서는 비평가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다. 작업 과정에서 확신은 어디서 얻나 작업은 숙명과도 같다. 내가 하는 일을 믿을 수밖에 없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내 작품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킨다면 나의 승리다. 느리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말하는 듯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내 말들은 진심이다. (왼쪽 가슴을 가리키며) 이곳으로부터 나온다. 예술가로서 사는 삶이란 많은 사람들은 예술이 예술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예술가들이 예술을 대표하기도 한다. 잭슨 폴락, 마르셀 뒤샹, 바스키아, 피카소의 인생은 예술 그 자체다. 빈센트 반 고흐도 그렇다. 생전에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화가였지만 예술가로서의 삶을 추구한 덕분에 훗날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전시 준비를 하는 스태프들의 가슴에 액션캠이 하나씩 달려 있다. 무엇을 촬영하고 있는지 내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항상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모아 다큐멘터리로 만들 계획이다. 제목을 붙인다면 It’`s a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