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덜 효과(The Kendall Effect)’. 이름에서 감지되듯 오직 켄덜 제너에게 52쪽을 할애한 미국 한 패션 잡지의 특별부록 제목이었다. 연말 황금 시간대,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지난해의 경우 켄덜 제너와 지지 하디드가 런웨이에 선 덕분에 무려 600만 명의 미국인이 이 생중계를 보았다. 케이트 모스, 클라우디아 시퍼, 나오미 캠벨 같은 슈퍼모델 ‘조상님’들은 잡지 속의 아이콘으로 존재했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파파라치에 찍힌 사진에 일희일비하는 순수한 ‘팬심’도 있었다. 반면 최근 모델들의 삶은 SNS를 통해 365일 24시간 공유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일상은 물론 백스테이지까지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에 낱낱이 공개되니 이웃집 여자가 주인공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켄덜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무려 5천9백만 명, 지지는 1천8백8천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1백만 ‘좋아요’는 기본. “우리는 어떤 사람을 SNS에 보여지는 모습과 동일시하는 시대에 살게 됐어요. 켄덜 제너 같은 젊은 여성을 이상적인 척도로 삼게 되죠. 브랜드에서 이들과 계약하면 이전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지지층을 얻게 되는 거예요.” <럭셔리와 디지털 Luxe et Digital>(뒤노 출판사)의 공동 저자 에릭 브리온의 설명이다. SNS 속 그녀들의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따라 하고픈 ‘할리우드적’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여지고, 그녀들이 입은 옷이나 바르는 화장품들은 그 이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광고 계약과는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동경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 켄덜 제너와 에스티 로더, 지지 하디드와 메이블린 뉴욕, 카라 델레바인과 YSL, 벨라 하디드와 디올…. 코스메틱 브랜드와 톱 모델들의 연이은 계약이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열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한국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일. “화보 촬영현장에서 김새롬(@moreasy)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고 매장에 문의해 온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잉크가 마르기는커녕 아예 인쇄하기도 전에 즉각적인 반응이 온 거죠.” 조르지오 아르마니 홍보 담당 이승민 차장의 말이다. 아이린(@ireneisgood)은 이제 모델을 넘어 전 세계 패션 시장에 어필하는 ‘인플루언서’로 거듭난 대표 인물이며, 모델 출신 연기자이자 라네즈 뮤즈인 이성경(@heybiblee) 역시 인스타그램 팔로어 2백4천만 명을 자랑하며 아시아 대륙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SNS에 노출되는 21세기 모델들의 모습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태어난다는 요즘 세대들에게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지. 잡지 화보를 낱장으로 잘라 스크랩하고 하드보드지에 붙여 가방이나 필통을 만든 추억이 있는 에디터로서는 도무지 예측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