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루의 뚝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삶이 바로 영화라고 믿는 30년 차 연기자 성지루의 속 얘기.::신스틸러,신스틸러페스티벌,배우,인터뷰,성지루,엘르,elle.co.kr:: | 신스틸러,신스틸러페스티벌,배우,인터뷰,성지루

뚝심 하나로 지켜온 무대, 성지루 30년 차 연기자 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엄청 대단하게 보일 수도, 이 일밖에 모르니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솔직히 연기 빼고 다른 방면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거든. 오랫동안 한 가지 일만 좇아서 앞뒤 안 재고 달려와서인지 요사인 쉼이 간절하다. 자신이 많이 소진된 기분이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요즘 생각 자꾸 카메오 역할만 들어온다. 한동안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다시 영화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금은 영화 <귀신의 향기> <고산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산자>에서는 (차)승원이랑 (김)인권을 괴롭히는, 크지 않은 역할을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승원이와 함께해서 기분이 좋았다. 승원이는 연기자로도 훌륭하지만, 동생으로서도 나를 많이 위해 주거든. 조금 전, 사진 촬영에서 얼굴 주름이… 그러니까 어서 빨리 스크린으로 가야지(웃음). 나보고 얼굴에 뭐 맞으라 하는데, 세월의 깊이만큼 얼굴도 주름이 깊이 패이는 건데 어쩌겠나. 차라리 확 늙어버렸음 한다. 그래야 아버지 역할도 속 시원히 맡고 그러지. 이제 곧 쉰 살이 되는데, 이 연령대가 과도기다. 지금부터 예순이 되기 전까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아버지, 할아버지를 맡게 된다고 해도 극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무니까. 한쪽에서 어머니가 모성의 힘으로 버티고 있을지언정 그 또한 부모의 역할을 베이스로 하는 부속물 정도니 이야기의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이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지. 배우로서 경계하는 것 한 가지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 어떤 특정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으면 한동안 그 캐릭터와 연장선상에 놓인 역할만 줄기차게 들어온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모든 게 덧없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아웃’될 수밖에 없다고 되새긴다. 지금껏 걸어온 배우의 길 20~30대엔 사명감, 의무감이 컸다. 연극학과에 다녔으니 응당 졸업하면 연극을 해야 하는 줄 알았지. 극단 목화 소속으로 연극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마당놀이, 판소리를 엄청나게 파고 다녔다. 어떻게 공연 양식에 맞게 바꿔서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고민도 참 많이 했었네. 그런 때도 있었다. 배우의 삶 우아한 자세로 물 위에 떠 있지만, 물 아래에서는 계속 발을 파닥파닥하는 백조? 실은 삶이 영화다. 그러니 삶 자체를 진솔하게 겪으며 사는 게 전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