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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겜블러, 고창석

고창석이 ‘신 스틸러’라 불리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BYELLE2016.07.12

감성 겜블러, 고창석


시각적인 배우로 타고났다 내가 ‘신 스틸러’로 불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독특한 외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살이 안 빠지게, 얼굴이 더 작아지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다(웃음). 가끔 제작진이 나를 통해 시각적인 표현에 욕심을 낼 때가 있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창석 역이 대표적이다. 컨셉트 회의 때 윗머리는 없고 아래는 양갈래로 묶어 보자고 해서 분장을 끝내고 나갔는데 그 자리에 있던 성동일, 신정근 선배가 “야, 너 이 자식 그거 반칙 아냐? 저 비주얼을 누가 이겨?”라고 하더라.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고 받아쳤지.


배우 고창석의 커리어를 계절에 비유한다면 처음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건 일종의 일탈이었는데, 2005년 <친절한 금자씨>에 출연하면서 ‘정말 영화 하고 싶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불과 10년밖에 안 된 일이니 지금의 커리어는 ‘초’가을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친절한 금자씨>는 이틀 촬영한 장면이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해서 단역이라도 내 역할이 분명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후 촬영분이 통편집되는 경우도 있었고, 카메오로 출연해서 조연상을 받은 적도 있다. ‘영화가 이런 거구나’ 하는 자각이 든 이후에는 드라마와 뮤지컬에도 참여하고 연극도 다시 하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열매를 맺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힘을 뺀 순간 “저는 이제 영화하기 싫습니다”라고 거절했던 영화가 바로 <영화는 영화다>다. 아이러니한 건 사람들이 이 영화로 나를 아주 많이 기억해 준다는 거다. 그 전까지 정말 열심히,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내가 영화랑 안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작품을 만났고 그제야 힘을 뺀다는 것의 힘을 깨달았다. 상당히 당혹스러운 때였지만 나를 일으켜 세운 작품이다.


배우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도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악다구니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늘 사랑받고 인정받았던 놈들은 어딜 가도 사랑받고 인정받는다. 대학 시절 탈춤 동아리에 가입했을 때 난 거의 지진아 수준이었지만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받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일을 그만두고 극단에 들어갈 수 있었고, 37세에 영화를 시작할 때도 걱정이 없었다. 좋은 배우라는 게 좋은 사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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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김상곤
  • stylist 원세영
  • editors 채은미, 김아름, 김나래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