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의 처지가 되는 여행길에서는 말 대신 온갖 상념에 젖는다. 개중에는 이런 생각도 있다. 역마살이 있는 뮤지션은 소설가보다 환경적으로 불리하겠구나. 여행길에서 생애 처음 보는 무언가로부터 번뜩 영감이 떠오른다고 해보자. 소설가들은 펜과 종이 또는 휴지, 껌 껍질, 흰 속옷만 있어도 세상을 놀라게 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붙들어맬 수 있다. 그러나 뮤지션은 사정이 다르다. 머릿속에서 기막힌 멜로디가 미끼를 던져도 악기나 녹음 도구가 없으면 생생한 소리로 구현하기 힘들다. 결국에는 볼멘소리만 남는다. 괜한 잡념은 아닌가 보다. 레이디 가가의 앨범 프로듀서이자 DJ 화이트 섀도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폴 블레이어는 음악 제작을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이런 상황에 자주 놓였다고 한다. 렌털 스튜디오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렇다고 호텔 방에서 작업을 하기엔 소음을 비롯해 방해 요소가 많았다. ‘호텔 안에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가 2015년 W 호텔의 북미 지역 뮤직 디렉터가 된 건 필연일지도 모른다. 폴 블레이어는 W 호텔에 자신의 숙원을 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예상한 대로다. 호텔에 음악 스튜디오를 들이는 일이었고, 최근 W 리트리트 & 스파 발리-스미냑(이하 W 발리)에 ‘사운드 스위트’라는 이름으로 이것이 현실화됐다.발리의 스미냑은 낮이나 밤이나 ‘핫’한 기운이 생동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자리 잡은 W 발리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자처한다. 어떤 사람들은 W 발리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스미냑의 분위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고 말한다. 어쩌면 W 발리의 존재가 이 지역의 감성을 스타일리시하게, 매력적으로 만든 건 아닐까. 외부 로비에 모노폴리 캐릭터로 잘 알려진 그래피티 아티스트 알렉 모노폴리의 대형 작품이 있는데 이것이 호텔의 정체성을 단박에 짐작하게 만든다. 그곳에는 휴양지 특유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대신 세련되고 활기찬 에너지가 생동했다. 여기에는 음악이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어딜 가나 멋지고 관능적인 음악이 햇살처럼 쏟아졌다. 발리 하면 떠오르는, 대부분의 리조트들이 무한 재생하는 평화롭고 긴장감 없이 느릿한 ‘스파 음악’과는 결이 달랐다. 디자인과 패션, 음악에 대한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W 호텔은 뮤직 디렉터들을 통해 호텔의 정체성과 고객의 성향, 니즈를 반영하여 모든 음악을 선곡하고 프로그래밍한다. W 발리에는 세련된 공간과 바다를 향해 환하게 열린 풍경,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닮은 음악이 있었다. 모든 요소가 적당하고 조화롭게 합일을 이루는 소리는 풍경 같은 존재가 되어 눈으로 볼 수 없는 W 발리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이것이 바로 폴 블레이어가 W 호텔에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W 호텔이 아니었다면 호텔에 음악 스튜디오를 만들자는 그의 아이디어는 그저 농담으로 치부돼 W 발리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바르셀로나, 시애틀에 선보일 사운드 스위트는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W 발리에는 풀 빌라를 포함해 229개의 객실이 있다. 여기에 객실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사운드 스위트는 뮤지션이 가장 편하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스위트룸이다. 발리 전통 악기를 비롯한 각종 악기들과 최첨단 장비들이 세팅돼 있고, 웬만한 수의 스태프들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라운지와 녹음 부스가 마련돼 있다. 괜한 ‘생색용’이 아니다. 스튜디오를 통째로 들여온 것 같은 사운드 스위트에선 앨범을 만드는 전 과정이 가능하다. 폴 블레이어가 설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실용성을 든든하게 보장한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가사와 멜로디를 더 이상 냅킨에 적을 필요가 없다”는 W 호텔의 글로벌 브랜드 리더 안토니 잉검의 말대로, 이곳에선 야외 수영장에서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둥둥 떠다니다가 뭔가 영감이 떠오르면 사운드 스위트로 달려와 젖은 수영복 차림으로 뚝딱 곡을 만들 수 있다.  W 발리의 사운드 스위트는 스튜디오를 통째로 들여온 것 같다. 각종 악기와 최첨단 장비들이 세팅돼 있고, 넓은 라운지와 녹음 부스가 마련돼 있다.실제로 발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 DJ 데미언 세인트의 도움을 받아 즉석에서 몇 가지 악기들을 연주하고 소리를 딴 뒤, 비트를 얹어 그럴듯한 곡을 만들어봤다. 에디터의 생애 첫 음악 작업이었다. 이처럼 사운드 스위트는 뮤지션뿐 아니라 호텔 고객에게도 열려 있다. “우리는 광고를 하기보단 디자인과 패션, 음악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마련해 고객들이 W 호텔이 어떤 브랜드인지를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이끌고, 고객의 입으로 그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안토니 잉검 글로벌 브랜드 리더의 설명을 듣는 동안 이런 상상을 했다. W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평범한 직장인이 기적적으로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전 세계 음악 차트를 뒤흔들 곡을 만들면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됐다는 음악영화 같은 이야기.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트렌디한 음악이 바람처럼 실랑이는 W 호텔에선 누구라도 음악적 영감이 팍팍 샘솟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