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못 떼는 남자를 위한 핑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연애가 또 하나의 난제를 얻게 됐다. ‘나야? 야구야?’::취향, 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스포츠, 연애, 올림픽, 시간표, 남녀관계, 한화이글스,엘르,엘르걸,elle.co.kr:: | 취향,스포츠,야구,축구,농구

참으로 남자는 바쁘다. 열대야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생중계가 수면 부족의 원인이다. 4년마다 열리는 유럽 국가대항전으로 월드컵보다 수준 높은 대회로 통한다. 그 이유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볼 것. 보통 밤 10시를 기점으로 새벽 내내 경기가 열린다. 대망의 결승전은 7월 11일 오전 4시에 열린다. 얼마 전까진 ‘남미 축구’도 챙겨야 했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남미축구의 주연을 가리는 ‘2016 코파 아메리카’가 축구 열기를 지폈다. 경기 시간 타이밍도 절묘했다. 동이 틀 무렵 유럽 축구와 남미 축구가 바톤 터치를 했다. 코파 아메리카는 칠레의 우승으로 6월 27일 막을 내렸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결승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가 우승을 허공에 날렸다. ‘뻥 하니’. 어떤 사정인지 궁금하면 이것도 남자친구에게 물어보길.하루 일과를 시작할 즈음엔 축구에서 야구로 종목이 변경된다. 미국 프로야구(MLB) 생중계에도 눈을 뗄 수 없다. ‘추추 트레인(추신수)’ ‘킹캉(강정호) ‘빅보이(이대호) ‘출루 머신(김현수)’ ‘끝판왕(오승환) ‘박뱅(박병호)’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매일 아침 ‘홈런’ ‘결승타’ ‘멀티 히트’ ‘무실점’ 등 듣기만 해도 아침 삼겹살보다 든든한 소식을 하나씩 전해주고 있다. 그 대신 눈이 바쁘다. 한국 선수들의 소속팀은 모두 다르다. 최소 3개의 경기가 남자의 오전 시간을 지배한다.그나마 지난주 미국 프로농구(NBA) 결승전이 끝나 눈 돌릴 곳이 하나 줄었다. 마이클 조던의 현역 시절 이후 가장 높은 TV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명승부가 펼쳐졌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의 일이었다. 오후에는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가 소강상태를 보인다. 남자의 몸은 무겁고 나른해진다. 점심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되는 오후 6시 30분. 또 다시 승부욕이 발동한다. 국내프로야구 경기가 열린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5경기씩 말이다. 10개 구단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4분. 하지만 인기구단 한화는 최장 경기 시간 기록 팀이다. 평균 3시간 40분. 선수도, 보는 사람도 지친다. 경기 중계가 끝나면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고기 뒤의 냉면’ 같은 존재다. 이것까지 봐줘야 하루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밤 11시다. 드라마 <또 오해영>이 할 시간이다. 안 봐줄 수 없다. 그러니까 남자는 한창 바쁘다. 바쁠 것이다. 8월에는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한국과의 시차는 12시간. 뜨거운 여름 밤이 예고된다. 그 '뜨거움' 말고.많은 남자들이 스포츠에 열광한다. 최고의 신체 능력자들이 빚어내는 경쟁 속에선 영화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나온다. 기록을 매개로 한 자기와의 싸움, 승부를 넘어선 우정, 순도 100%의 진정성이 땀과 투혼 안에 담겨 있다. 단련된 육체와 정신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는, 그 경이로운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완벽한 인간을 향한 강렬한 동경을 느끼게 만든다. 때로는 ‘각본 없는 드라마’ ‘짠내 나는 인생극장’에 느닷없이 콧잔등이 아려오고 진도 7.0의 강진이 몸 안에 일어나기도 한다. 다 큰 사내가 ‘그깟 일’로 왜 그러나 싶을지도 모른다. 간과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후회와 통한의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알기 때문에 남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록 남자답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인간적이고 성숙하다. 제 몸의 물기로 영혼을 적셔본 남자만이 우는 여자의 등을 진심으로 토닥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스포츠에 푹 빠져있는 남자를 이해해달라. 같이 봐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