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사랑과 복수

남친 엄마한테 ‘물싸대기’ 맞아본 사람? 나쁜 사랑은 복수를 낳는다. 우유니 킴이 풀어놓는 보통 여자들의 현실 연애 잔혹사 아홉 번째 에피소드.

BYELLE2016.06.29





EP09 나쁜 사랑은 추억으로 남길 필요 없는 거야 

“현실은 <사랑과 전쟁>보다 더해.”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나고 온 친구가 말했다. “내 아들 만나지 말라”라면서 컵에 담긴 물을 얼굴에 뿌리더란다. 


친구 J는 K와 소개팅으로 만났다. J는 전문대를 나온 프리랜서 삽화가이고, K는 서울 4년제를 나온 제품 디자이너였다. 처음에 K의 어머니는 J의 학력을 걸고 넘어졌다. “어떻게 감히 2년제인 네가 4년제인 내 아들을 만나느냐”는 거였다. ‘우리는 교사 집안’인데다 ‘강남에 살아서’ 너무 기울어지는 결혼이라는 거다. 


J는 어머니에게 이력서까지 제출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학력, 직업이 적힌 이력서 말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머니는 몰래 J를 미행해서 어디 사는지 알아내고, 동네 부동산을 찾아가 집 시세를 알아봤다. “강북에 살아도 돈 좀 있나 했더니, 말짱 헛거더구나.”라고 J를 면박 줬다. 


“무슨 재벌가라도 되니?” 우리는 안하무인인 K 어머니의 태도가 믿기지 않았다. J는 출판사의 삽화가로 10년간 일하다가 얼마 전엔 개인 법인을 냈다. 업계에서 인정을 받아 대기업 연봉을 훌쩍 넘게 벌고 있다. 솔직히 조그만 회사를 간당간당하게 다니는 남자의 처지를 보면 J가 아까울 정도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기 아들만 최고였다. J도 누군가에겐 최고의 딸임을 생각 못 하고. 문제는 남자친구였다. 자기 어머니가 J를 괴롭힐 때 말리는 게 아니라 묵인했다. 초반엔 “네가 이해해”라면서 여자친구의 희생을 강요하다가, 나중엔 상황 자체를 피했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J를 집으로 불러들일 때, 자신은 가지 않고 전화로 이원 생중계를 했다. J가 집에 도착하면, 어머니에게 “엄마, 여자친구 대문 앞이래, 문 열어줘”라고 전화했고, 다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가 들어 오래”라고 전했다. 


“완전 병신이네.” 나는 정말이지 그 ‘xx’를 한 대 치고 싶었다. J도 남자친구의 무책임함과 어머니의 괴롭힘에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었다.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헤어졌다. 문제는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그나마 참을 수 있었던 일들이, 헤어지고 나니 ‘얼마나 못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면서다. J는 매일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자기 가족을 비난하는 소리까지 참으며 왜 만났는지 처절히 후회했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바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알게 됐다. 


J는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남자친구의 회사에 대자보를 붙였다.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팩트만 썼어.” K의 무책임한 행동은 삽시간에 회사에 소문났다. 그래도 J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J는 몰래 K의 아파트 주차장을 찾아가 차를 부쉈다. 못으로 차를 긁고, 까나리액젓을 와이퍼가 있는 구멍에 넣었다. “그러면 냄새가 빠지지 않아 차를 폐차해야 한대”라고 J가 말했다. 


어떤 친구는 J를 비난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거다. “내 복수가 심해? 안 그러면 억울해서 죽을 거 같았어.” J가 울부짖었다. 난 J를 지지했다. 여자친구가 정신병원에 다니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 편만 든 마마보이에게 이정도 벌은 줘도 된다고. “나쁜 사랑은 추억으로 남길 필요 없는 거야. 잘했어”라고 J를 안아주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복수한다 해도 당연히 즐거운 승자는 없다. 시궁창 게임은 결국 시궁창이다. J는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을 흘린다. 이젠 억울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이 안타까워서.


LESSON LEARNED 

사랑에 웬 복수냐고요? 잘 때마다 억울해서 갚아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아마, 그건 사랑이 아니었을 겁니다. 특히 당신의 인격과 가족을 존중 받지 못했다면 말이죠. 


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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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R 우유니 킴
  • EDITOR 김아름
  • ART DESIGNER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