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 따지는 연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해영이처럼 재지 않고 사랑하기? 참 어렵습디다. 본전 생각이 나서… 우유니 킴이 풀어놓는 보통 여자들의 현실 연애 잔혹사 여덟 번째 에피소드. ::오해영, 또 오해영, 고시생, 연애, 러브, 썸, 섹스, 로맨스, 커플, 남친, 여친, love, romance, sex, 우유니 킴, 엘르, elle.co.kr:: | 오해영,또 오해영,고시생,연애,러브

EP08 해영이처럼 재지 않고 사랑하기 <또! 오해영>에서 해영이 자주 뱉는 대사가 “재지 않는다”이다. 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해영이가 사랑스럽다. 실제로는 참 실천하기 어렵다. 한번은 ‘고시생 뒷바라지’를 했다 (정말 뒷바라지를 한 엄청난 인내의 여성분들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홍대 클럽에서 만난 그는 생물학과 학생이었다. 의대를 가기에는 성적이 부족해 생물학과를 갔다고 했다. 생물학을 전공하면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만날 때 졸업을 앞둔 그는 ‘의사 고시’를 위해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가 목동의 널찍한 아파트를 놔두고 고시원에서 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정말 대단하다, 너의 꿈을 응원한다”며 함께 고시원을 알아봐 주었다. 강남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인데, 시설이 괜찮다고 해도 고시원은 고시원인지라 침대와 책상, 창문 한쪽이 다인 답답한 방이었다. 그 고시원은 여자 출입금지였는데, 일주일에 2~3번은 몰래 들어가서 마트에서 장 본 것들을 갖다 놨다. 그런데 그가 정말 뭐가 필요할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싱싱한 딸기를 양껏 사 왔는데, 냉장고가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해외 출장에서 유명한 차 세트를 사왔는데, 고시원에서 차를 우려먹기에는 집기도 없을뿐더러 번거로웠다. 그를 배려하기보단, 내가 뒷바라지에 신나 마음대로 행동했던 거다. 뒷바라지 코스프레도 잠시. 나는 점점 지쳐갔다. 햇빛 좋은 날에 데이트는커녕 그의 고시원 앞의 식당에서 백반을 먹는 게 다였다. 퇴근하고 카페가 아닌 고시원을 찾아가는 건 생각보다 피곤했다. 무엇보다 결정타는 고시원에 몰래 들어가다 직원에게 들킨 일이다. “여기 여자 출입금지인 거 몰라요?” 수치스러웠다. 아닌 말로, 아쉬울 게 없는 직장인이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그런 소리를 듣자니 창피한 정도를 넘어 수치스러웠다. 그날 남자친구에게 엄청 짜증을 냈다. “내가 왜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까지 하래?” 예전에 ‘토이남’이 유행한 적 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와인을 따라 줘서 행복한 게 아니라, 와인을 따르는 자기 손가락에 취하는 남자를 일컫는 말이다. 옛날 말인데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고시원 뒷바라지도 할 만큼 그를 재지 않고 퍼준다고 생각했다. 내 돈, 시간, 사랑을 말이다. 그런데 조금 하다 보니 본전 생각이 나고, 지쳤다. 점점 고시원을 찾아가는 게 무슨 벼슬처럼 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양보하니 좀 짜증을 내도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었다. 당연히 관계는 끝이 났다. 그가 완전히 질려 버렸다. 생각해보니 내가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하는 척 한데는 그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그의 집은 목동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 목동에 꽤 큰 교회가 있었는데, 그의 집에서 낸 기부금으로 돌아간다고 할 정도였다. 하루는 그의 친구가 말했다. “너, 얘 꼭 잡아. 팔자 고칠 수 있어.” 그 말에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그런 돈에는 관심 없는 여자처럼 보이려고 더 열심히 퍼줬나 보다. 결국 사랑이 아닌 열등감으로 한 일이니 점점 짜증이 났고 관계는 오래갈 수 없었다. 물론 사랑은 재지 말아야 한다. 재지 말고 아낌없이 나를 주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본전 생각이 안 나려면, 내가 했던 ‘코스프레’ 말고 진심이 필요하다. LESSON LEARNED 정말 재지 않고 사랑하는지, 혹시 그런 코스프레를 하며 ‘대단한 나’에게 취한 상태인지 뒤돌아보세요. 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