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모텔 등급, 애정 등급?

<또! 오해영> 속 도경의 말. “여자는 모텔에서 자는 거 아냐. 나중에 더 좋은 데서 자자.” 정말로? 진정 모텔이 애정의 척도란 말인가!

BYELLE2016.06.15





EP07 모텔 등급은 애정의 척도인가 

장안의 화제작 <또! 오해영>을 보다가 마시던 맥주를 뿜었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굽다가 하룻밤을 기대하는 해영에게 도경이 하는 말. “여자는 모텔에서 자는 거 아냐. 나중에 더 좋은 데서 자자.” 


이 대사는 내가 다닌 모텔들을 치욕으로 만들었다. “아니, 모텔 가는 여자는 다 천박하다는 거야?” 소리치고 싶었지만, 옆에 있는 친구가 걸려서 입 다물었다. 순간 창피했던 거다. 만취한 해영을 잠깐 눕히려고 (딱 봐도) 5성급 호텔을 결제한 도경을 보면서,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던 내 과거가… 


그 동안 다닌 모텔을 떠올려 보았다. 대학생 때 술 취한 남자친구를 재우러 간 여관방. 2만원짜리 방의 얼룩진 벽지엔 바퀴벌레가 기었고, 천장은 내려앉을 듯이 낮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옆에서 잠든 남자친구가 꼴 보기 싫어졌다. 


가장 좋았던 모텔은 어디였는가. 코엑스에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썸남은 옆에 자리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차를 세웠다. “나는 여자를 아무 데나 안 재워.”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호텔이라고 이렇게 당당해도 되나? 그때도 남자가 꼴 보기 싫어졌다. 


어느 한국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다. “내가 남자는 안 가려도 모텔은 가려.” 우리는 때론 정사보다 정사를 나누는 공간에 민감하다. 여자가 모텔비를 계산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하고, 남자가 데려간 모텔의 등급이 나를 사랑하는 척도나 내 등급처럼 여긴다. 나 역시 허름한 여관에 데려간 남자친구를 꼴 보기 싫어하지 않았는가. 


감히 말하면, 모텔은 애정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어느 모텔이냐가 아니다. 상대가 형편에 따라 최선을 다해 선택한 곳이냐가 문제다. 2만 원짜리 여관방은 아르바이트해서 한 달을 힘겹게 살던 그 대학생 오빠가 갈 수 있는 최선이었다. 썸남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비싼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날 좋아한 게 아니라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경제적 여력이 있었을 뿐이다. 앞으로는 이 공간이, 상대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가를 보려 한다. 또한 예전엔 모텔비를 남자가 내야 한다고 굳건했지만, 이제 형편이 되는 쪽이 배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상도에 사는 남자와 장거리 연애를 한 적 있다. 남자친구를 보러 내려가면 항상 모텔에서 자야 했다. 깨끗한 모텔이라도 남이 덮은 이불이라 불쾌했고, 모텔 특유의 강한 방향제 냄새에 머리가 아팠다. 매번 불평했고, 그 소리가 듣기 싫은 남자친구가 자주 서울로 올라왔다. 생각해보면 회사 기숙사에 살고, 그렇다고 부모님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는 남자친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모텔이었다. 남자친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두고 불평했던 거다. 최선을 다해 깨끗한 모텔을 잡으려고 시내 거리를 뒤적이던 그를 떠올리며, 지금 사과한다. 


LESSON LEARNED
서로 사랑하면 공간이 무슨 상관 있을까요. 지금 상대의 상황에서 최선인 공간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유니 킴이 전하는 인사
30대 중반.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면서, 연애 해볼 만큼 해봤습니다. 연애 칼럼을 늘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 다 아는 언니처럼 이래라저래라 하기에, 제 연애는 시궁창입니다. 저처럼 연애에 치이고 구른 한국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닙니다! 부끄러움은 제 몫. 저와 제 친구들의 현실적인 경험담이 당신에게 공감 혹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압니까? 남 일은 잘 보인다고, 당신의 연애에 해답을 얻을지. elle.co.kr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갑니다!

Keyword

Credit

  • COURTESY OF tvN
  • WRITER 우유니 킴
  • EDITOR 김아름
  • ART DESIGNER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