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새 책 <흰>과 오래된 책 <채식주의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난 5월, 한국인인 작가 한강이 11년 전에 쓴 책 &lt;채식주의자&gt;가 올해 맨부커 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 그 사이에 그녀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쓴 책 &lt;흰&gt;이 나왔다. 엘르도 인터뷰를 청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언론을 거절했다. 대신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려고 해요.”라고 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한강 작가를 만나게 될 다른 통로가 생겼다. ::한강,작가한강,흰,채식주의자,한강흰,elle.co.kr,엘르:: | 한강,작가한강,작가,흰,채식주의자

“저는 그렇게 책이 많이 팔리던 사람도 아니고, 이 상황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그렇게 말했다. 새 책 &lt;흰&gt; 출간 기념회는 오래 전에 예정되어 있던 날에 열렸을 뿐인데, 간담회를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어느 날 영국에서 ‘맨부커 상 수상’ 소식이 날아왔다. “깊이 잠들어 있는 한국에 감사한다”는 그녀의 수상 소감만큼이나 깊은 밤에 들려 온 뉴스 이후 &lt;흰&gt;의 출간기념회는 맨부커 수상 소감을 자세하게 다시 말하길 끊임없이 질문 받는 자리가 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말을 빌자면, “막상 수상할 때는 시차 때문에 너무 졸려서 거의 눈을 뜰 수 없는 상태였어요. 현실감이 없었어요. 커피 한잔 마시고 상을 받았어요.”라고 했다. 조금 더 진심이었을 대답은 “고맙다고 해주신 분들도 계셔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려 보려고 많이 생각하게 된 일주일이 지나갔어요. 상을 받은 당시에는 기쁘다는 생각보다 좋은 의미에서 이상하다는 느낌 정도였어요. 제 마음이 담담했던 이유는 책을 쓴 지 너무 오래되서”라고 했다. 그 말은 사실이다.&nbsp;&lt;채식주의자&gt;는 11년 전에 출간됐다. 이후 그녀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시대를 견딜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무수한 답으로써 &lt;바람이 분다, 가라&gt;(2010)로, 불 속을 배로 기어서 빠져나온 여자가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lt;희랍어 시간&gt;(2011)으로, 또 다시 &lt;소년이 온다&gt;(2014)로 이어졌다. “&lt;소년이 온다&gt;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에게는 무엇으로도 훼손되지도 더럽혀지지도 않는 무엇이 있지 않나 하고 되물었죠. 그러다 흰 것에 대해 쓰게 됐어요. “ 그렇게 &lt;흰&gt;이 세상에 나왔다. 김민정 시인이 대표로 있는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출간했다. &lt;흰&gt;은 소설이라기엔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에세이라기엔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어쨌든 소설이지만, 만약 ‘소설’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빗겨간다. 또한 &lt;흰&gt;까지 출간된 현재 시점에서 “&lt;흰&gt;에는 삶과 죽음의 서늘함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 세상 어딘가에 고통 받는 사람이 생생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가 항상 큰 숙제였어요. 지금 우리가 편안하게 산다고 해서 평화로워질 수는 없어요. 삶이 그렇게 작고 얇은 게 아니거든요. 우리 삶에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다 들어와 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응시하는 것이고 우리 삶의 일부로 짊어지고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nbsp;동시에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언니가 될 수도 있었던 한 영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아주 작고 흰 배냇저고리를 손으로 짓고, 하얀 소금 위를 걷고, 다시 그 모든 것을 밀봉하는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과정을 직접 퍼포먼스로 했다.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과 작가의 에스키스 그리고 배내옷 등의 오브제가 전시됐다. 모든 매체와의 인터뷰는 완전히 거절했으나, 전시 오프닝에 앞선 '작가와의 시간'을 통해 독자와는 온전하게 마주할 생각이다. 전시 &lt;소실.점&gt;은 스페이스오뉴월에서 6월 26일까지.&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