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꾸거' 패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제 멋쟁이들은 어깨에 재킷을 걸치는 대신, 셔츠의 앞뒤를 바꿔 입는다. 일명 ‘백워드 패션’이라는 청개구리 패션이 길거리 유행에서 메가 트렌드로 번졌다.::백워드,백워드 패션,로꾸꺼,앞뒤,뒤앞,트렌드,스트릿,패션,엘르,elle.co.kr:: | 백워드,백워드 패션,로꾸꺼,앞뒤,뒤앞

한 달 전, 취재를 위해 디자이너 권문수의 작업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마침 피팅 중이던 모델 박형섭이 오버사이즈 재킷의 앞뒤를 바꿔 입은 채 쇼룸을 오가고 있었다. “혹시,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를 기억해요? 90년대에 인기 있던 힙합 듀오인데, 그때 그들이 유행시킨 패션이 바로 앞뒤를 바꿔 입는 패션이었어요.”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리는 크리스 크로스를 구글링하자 멜빵바지를 거꾸로 입고, 청바지와 야구 점퍼를 뒤집어 입은 백워드 트위닝 패션이 쏟아져 나왔다. 10대 래퍼였던 크리스 켈리와 크리스 스미스는 단순히 ‘튀기’ 위한 전략으로 옷을 뒤집어 입기 시작했다가 힙합 신의 패션 레전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해하기 어렵고 애매모호하다고 해서 ‘X세대’라 불리게 된 90년대 신세대들에게 크리스 크로스처럼 옷을 뒤집어 입는다는 건, 기존 법칙에 대한 반항이자 자유에 대한 갈구를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였다. 패션의 모든 법칙이 파괴된 90년대답게, 이후로도 옷을 뒤집어 입는 룰 브레이커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밟은 팝의 여신 셀린 디온은 일명 ‘목 돌아간 레드 카펫 룩’으로 그해 가장 파격적인 장면을 남겼다. 앞뒤를 바꿔 입어 등이 섹시하게 오픈된 화이트 실크 턱시도는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디올의 피스였다. 셀린 디온은 이 백워드 턱시도에 스테판 존스가 만든 화이트 페도라와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마틴 카츠(Martin Katz)의 럭셔리 선글라스를 매치해 말 그대로, 뒤돌아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패션 모멘트를 남겼다. 패션계는 그녀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지만, 세월이 흘러도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면 어김없이 ‘토 나오는 패션’ ‘역대 가장 끔찍한 오스카 룩’ ‘가장 괴짜스러운 레드 카펫 룩’으로 꼽히며 비욕의 백조 드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 보면 ‘뒤집어 입는다’는 애티튜드에 담긴 파격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하이패션에서도 백워드 패션은 클래식에 대한 새롭고 모던한 해석을 위해 종종 사용되는 방식이다.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하우스 잔류에 대해 논란이 불거진 2009년 F/W 시즌,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런웨이에 등장한 거꾸로 입은 블랙 블레이저, 모스키노의 2010년 S/S 시즌에 등장한 금장 단추 장식의 백워드 턱시도 재킷이 그 일례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모든 여자들의 옷장에 반드시 한 벌씩 있어야 할 클래식 아이템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뒤집어 입기를 제안하곤 한다. 한편, 셀러브리티들의 청개구리식 행보는 패션사에서 늘 반항적이며 파격적인 언어로 통했다. 70년대, 뮤직 신과 패션 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두 명의 레전드 뮤지션, 데이빗 보위와 데비 해리(Debbie Harry)는 종종 라이더 재킷과 데님 재킷을 뒤집어 입은 채 삐딱한 애티튜드로 카메라 앞에 서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스웨그는 현실 속의 여자들이 일상에서 따라 해 보고 싶은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 그에 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백워드 패션은 그 시발점이 런웨이가 아닌 현실 속의 여자들이었던 만큼 ‘나도 당장 따라 해 볼까?’라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패션위크 기간 중 블로그 포토그래퍼들이 매와 같은 시선으로 포착한 패피들의 뒷모습은 반항적인 메시지와는 거리가 먼, 다른 의미의 ‘파격’을 보여준다. 넓은 커프스가 달린 오버사이즈 셔츠를 거꾸로 입은 여자들은 등이 자연스럽게 노출된 백워드 패션을 통해 ‘우아한 파격’, 동시대적 ‘쿨한 애티튜드’란 무엇인지에 명쾌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녀들은 버튼업 셔츠의 가장 윗 단추 하나만 채우고 셔츠 자락이 펄럭거리게 활짝 오픈해 잘록한 허리선을 슬며시 드러내거나, 목덜미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사슴 같은 목선을 드러낸 채 셔츠 자락을 허리춤에 찔러넣고, 때때로 셔츠 자락의 끝을 매듭으로 마무리해 위트를 더하기도 한다. 여기에, 승모근에서 등 라인을 따라 길게 늘어지도록 작은 펜던트가 달린 체인 네크리스를 장식하는 센스 넘치는 액세서라이징이 더해지기도. 이번 시즌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오프 숄더 스타일은 한쪽 어깨만 슬쩍 노출해도 전혀 저속하지 않은 아름다운 뒤태가 완성된다. 딱 요즘 세대가 열광하는, 과장 없이 자연스럽고 쿨한 매력! 머지않아 노출 시즌의 정점이 오면, 남자들의 꾸러기 같은 백워드 스냅백처럼, 여자들에게 제법 평범한 옷차림으로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믿지 못하겠다면, 길을 걷다가 한 번쯤 뒤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실수’가 아닌 ‘계획적’으로 그녀들의 시원한 뒤태를 드러내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