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식단, 진짜 날로 먹어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로푸드’라는 꽤 트렌디한 이름의 생식. 과연 살이 빠질까? 건강에 문제는 없는 걸까? 2회에 걸쳐 알려주는 코치D의 로푸드 다이어트에 대한 진실과 거짓. ::생식,로푸드,다이어트,로푸드 다이어트,코치D,남세희,뷰티,살빼기,극한,날것,엘르,elle.co.kr:: | 생식,로푸드,다이어트,로푸드 다이어트,코치D

다이어트, 극한 도전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극한 다이어트’ 체험을 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불의의 재난으로 장기 조난을 당한 생존자의 경우가 그렇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이들에겐 끔찍한 기억이겠지만 이들의 경험은 인류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소중한 지적 자산이기도 하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에는 윤리적 제약이 많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선 의도치 않게 이런 제한사항이 사라져 버린다. 바다 위에서 117일을 표류한 ‘베일리 부부’의 표류기도 실험실 밖의 극한 기록 중 하나다. 때는 1973년 7월 5일. 남미 과테말라 서쪽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구명정 한 척이 구조됐다. 구조된 생존자는 영국인 남녀, 베일리 부부로 무려 넉 달 전인 3월 4일 영국을 출발해 뉴질랜드로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배가 뒤집어져 구명정을 띄우고 구조될 때까지 무려 117일간을(!) 절망과 고독으로 가득 찬 바다 위에서 버텨야 했던 베일리 부부. 그러나 “내가 먼저 죽으면 이 사람이 절망해 죽게 될 테니 나부터 끝까지 살아야겠다”는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단다. 특히 구명정에선 뜯지 않은 통조림 4개가 나왔는데 부부가 서로 “최후의 순간 당신이 먼저 먹으라”며 양보하다 보니 구조되는 순간까지 먹지 않게 된 비상식량이었다고.날로 먹으면 살이 빠져요? 빠져요! 당시 베일리 부부를 구조한 배는 한국의 원양어선 ‘월미306호’였다. 덕분에 이 사건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큰 화제가 됐다. 덕분에 생존 수기 외에도 당시 신문 기사를 비롯한 관련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다이어트와 관련해 꽤 재미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오늘의 주제 ‘생식’이다. 날로 먹으면, 강제 다이어트가 된다. 구조 당시 베일리 부부의 모습을 전한 신문 기사는 둘의 건강 상태를 이렇게 전한다. ‘다리가 굳다시피 해 걷지도 서지도 못했으며 엉덩이에 살이 없어 맨바닥에 앉지도 못했다….’ 그래, 무려 4개월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을 테니 그럴 만하지, 얼핏 수긍이 간다. 훗날 단행본으로 출판된 생존 수기를 보면 표류 중 먹을거리가 그리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부부는 바다거북 30마리를 비롯해 갈매기 8마리, 새끼 상어를 포함 온갖 물고기 등 적지 않은 사냥감을 포획해 영양 공급을 했다. 구조 당시 상황을 전한 신문 기사를 봐도 구명정 안에는 앞서 언급한 ‘최후의 통조림’ 말고도 여분의 바다거북과 갈매기 고기, 식수 등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여위었을까? 단순한 칼로리 섭취량이 영양 섭취의 전부가 아니다. 아무리 많이 먹어 치운들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소화와 흡수를 가로막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차단 효과를 내는 요인이 생식이었다. 베일리 부부는 불을 피울 수 없어 앞서 말한 동물들의 살코기를 모두 ‘날것’으로 먹어야 했다. 식수가 부족할 땐 바다거북의 피를 마시고 생선살은 회를 쳐서 먹었다.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생식은 사람을 야위게 만든다.  여기서 잠깐 생식의 정의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우리나라에선 생식이라 하면 푸른 녹즙과 야채만 먹는 생채식(Raw-Vegan)의 동의어로 오해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해외에선 이 둘을 구분 짓는다. 생식은 야채는 물론 동물성 식품까지 익히지 않고 먹는 다이어트법을 말한다. 채식주의가 아니라 육고기나 생선, 계란 등도 먹되 오로지 회나 날계란 같은 형태로 섭취할 뿐이다. 생식 효과를 채식의 효과로 오해하기 쉬운데 채소, 고기 가릴 것 없이 모두 익히지 않은 상태로 먹으면 살이 빠지는 게 생식 효과다. 일반적인 영양학 이론에 따르면 요리를 할수록 재료 속의 영양분 손실은 커진다고 한다. 굽고, 졸이고, 볶는 과정에서 태우고, 버리게 되는 부분만큼 영양 손실이 생긴다, 따라서 ‘요리된 음식의 칼로리는 요리하기 전 상태보다 더 적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친절한 예를 들어 보면 여기 신선한 청경채 한 포기와 식용유 한 컵이 있다고 치자. 청경채의 칼로리가 약 50kcal, 식용유의 칼로리가 100kcal 정도라 했을 때 이 둘을 지지고 볶아 청경채 볶음을 만들면…. 100+50=150kcal가 되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손실을 반영해 140kcal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게 바로 생식 다이어트다. 위와 같은 논리라면 동일한 양의 청경채를 식용유에 볶지 않고 그냥 생으로 씹어 먹고, 식용유를 원 샷으로 드링킹(!)했을 때 총 섭취열량은 150kcal로 요리했을 때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야채 볶음을 먹으면 살이 찌고 야채 샐러드를 먹으면 살이 빠진다. 이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미국 하버드대 인류학과의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불’의 유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칼로리는 섭취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흡수량이 관건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익힌 음식은 소화하기 쉬워 몸이 잘 받아들이고 살로 보낸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재료를 생으로 먹으면 100을 섭취해도 몸에 50밖에 흡수되지 않고, 요리해서 먹으면 90이 몸속으로 들어와 70~80이 흡수된다는 논리다. 랭엄 교수는 그 증거로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매우 유사하지만 모든 음식을 생으로 먹는 침팬지의 식사량과 활동량을 제시한다. 침팬지는 온종일 엄청난 양의 풀, 과일을 먹어 치운다. 인간보다 몸집도 작고, 기초대사량도 낮을 텐데 하루 평균 3~4시간을 먹는 데 쓴다. 이는 먹잇감을 찾거나 고르는 게 아니라 순전히 ‘씹는 데’만 걸리는 시간이다. 실로 얼마나 먹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훨씬 적은 양의 음식을 먹고도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받고 산다.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해서 먹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