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꾸민 스튜디오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고 있는 네덜란드 노르트 지구에 이탈리아 출신 듀오 디자이너의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그것도 식물과 함께.

BYELLE2016.06.15

난로 공장을 개조한 포르마판타스마의 스튜디오는 층고가 높다. 1층에는 작업실과 키친이, 2층에는 듀오 디자이너의 침실이 있다.



그들의 고향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가져왔다는 부채 선인장 옆 소파에 앉은 두 디자이너. 왼쪽이 안드레아 트리마르키, 오른쪽이 시모네 파레신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2층의 테라스. 테라스 바깥으로는 노르트 지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교에 버려져 있던 낡은 책상을 갖고 와 그 위에 아보카도와 버들선인장을 놓았다.



서랍장 대신 벽에 나무 선반을 설치해 평소 자주 사용하는 식기와 책, 아트 작품을 수납했다.



오픈형 캐비닛에는 지금까지의 작품과 모형 등을 정리해 놓았다. 하단에 쌓인 금속제 박스는 두 디자이너가 ‘라이브러리’라 부르는 것으로 작업시간 이외에는 샘플과 소재를 이 ‘라이브러리’에 넣어 말끔히 치워둔다.



1층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타나는 2층 침실.



2층에서 내려다본 스튜디오의 모습. 식물과 우드, 흰색,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쾌적하다.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안드레아 트리마르키(Andrea Trimarchi)와 시모네 파레신(Simone Farresin).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10년 밀란 국제가구박람회 출전을 계기로 디자인계에 데뷔했다. 바로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라는 이름을 붙인 듀오 디자이너의 시작이다. 흙 대신 밀가루로 빚은 도자기 작품 ‘오우타키(Autarchy)’를 선보인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펜디와 로브마이어 등 유수 브랜드와 협업하며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여전히 현무암과 조개껍데기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크래프트 아트를 선보이는 이들이 좇는 가치는 간결하다. 전통과 지역 문화, 지속 가능한 자연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 의미와 고민을 오브제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들의 가치관은 두 사람의 스튜디오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스튜디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노르트 지구에 있다. 도심인 암스테르담의 북쪽 노르트 지구는 조용한 외곽 동네로, 땅값이 비싼 도심을 떠나온 크리에이터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곳이다. 유스 컬처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배낭여행자들과 모던하게 꾸민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스토어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 이곳에서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층고가 높은 공장형 건물과 실제로 과거에 난로 공장이었던 건물이 이들의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가지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높은 천장의 유리창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과 다른 하나는 햇빛만큼이나 눈부시게 공간을 채운 식물들이다. “이 부채 선인장은 시칠리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이걸 보면 고향 생각이 나요.” 시모네가 최근 고향인 시칠리아 섬에서 갖고 왔다는 선인장 옆에 앉아서 말했다. “식물이 우리와 함께 성장하며 변화해 가는 걸 보는 게 좋아요. 자연의 경이를 보면 우리도 행복해지거든요.” 안드레아가 덧붙였다. 봄이 온 걸 알고 무럭무럭 자라고, 겨울이 되면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는 식물이 놀랍지 않냐며 되묻는 이들의 질문에, 포르마판타스마의 영감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쪽 섬, 자연스럽게 시칠리아의 풍경이 그려졌다.


스튜디오에는 식물뿐 아니라 주거공간도 있다. 안드레아와 시모네는 집에서 작업하거나 작업실에서 잠을 자는 ‘공동공간’의 경험이 처음이라고 했다. 예상 외로 불편한 건 없다고도 말했다. “밤이 되면 디자인 샘플과 재료, 모형 등은 박스에 모두 넣어버려요. 일과 사생활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비결이죠.” 시모네의 말에 비결을 하나 덧붙이자면 바로 식물의 존재다. 데스크와 주방 등 공간의 경계에 놓인 키 큰 식물들은 자연스레 구역을 나눈다. 떡갈잎고무나무, 몬스테라, 가시 없는 아레카야자 등 풍성한 잎의 식물들이 티 나지 않게 칸막이 역할을 한다. 그런 역할들이 거슬리지 않는 덴 화분의 힘도 크다. “테라코타 화분이 좋아요. 흙을 구워 만들어서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배어 있거든요.” 습도를 조절하는 데도 탁월하다며 안드레아는 말했다. “식물은 식물이지 물건이 아니에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죠.” 억지로 꾸미지 않았다지만 동아시아 풍의 금귤 화분부터 남아프리카의 흰극락조화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오트 쿠튀르의 멋진 패턴처럼 포르마판타스마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크고 작은 식물들의 조합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위험은 자연 속에 자연의 색을 녹여내는 방법으로 줄였다. 흰색과 검은색, 나무 색을 인테리어의 주 색채로 사용해 통일감을 부여한 것이다.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려주던 시모네와 안드레아는 종류마다 다른 시기에 물을 줘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이 익살스러워 보이는 건 그들이 얼마나 이 공간을,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자연에서 받는 영감을 사랑하는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받은 식물도 있고 산 것도 있어요. 쓰레기장에서 주운 것도 있죠. 시들었다고 버린 거겠지만 조금만 애정을 주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어요. 우리에겐 쓰레기가 아니라 선물인 거죠.”

Keyword

Credit

  • photographer Fabrizio Cicconi(Living Inside)
  • writer Shiyo Yamashita
  • stylist Francesca Davoli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