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언, 외로움이 당연한 목소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데뷔 앨범을 세상에 풀어놓은 곽진언을 그가 사는 동네에서 만났다. 곽진언의 목소리는 여전히 외로움으로 뒤척였고 이내 노래를 부르자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곽진언,데뷔 앨범,슈퍼스타K6,나랑 갈래,엘르,엘르걸,elle.co.kr::

오후 2시에요. 이 시간에 주로 뭘 하나요 자거나 깨어 있어요.

야행성이군요 밤만 되면 눈빛이 똘망똘망해져요.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깨어 있게 돼요. 10대 때부터 계속 그래 왔어요.

어제는 어린이날이었어요 친구들 만나서 커피 마신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였네요. 어린이날을 잊고 산 지 정말 오래됐어요.

스물여섯, 어버이날이 신경 쓰일 나이죠 잊지 말고 전화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데뷔 앨범이 좋은 선물이 되겠어요 제 첫 작업물이라 들려드리면 뿌듯할 것 같아요.

또 누구한테 이 앨범을 자랑하고 싶나요 길 가면서 휴대폰을 뒤적이다 얼핏 본 누구에게라도 한 번쯤 들어보면 좋은 앨범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슈퍼스타K6>에서 우승한 후 데뷔까지 1년 5개월 걸렸어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에요 작업 시간이 길었어요. 아무래도 정규 앨범이고 제 것이니까 자꾸 욕심이 생겼어요. 녹음을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질 줄 알았죠. 노래에 덕지덕지 살을 붙였는데, 결국 욕심을 버리고 단출하게 마무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곽진언의 노래를 기다렸어요. 누군가에게 ‘기다림의 대상’이 된다는 건 어떤가요 어릴 때 여행을 가려고 모두 버스에 탔는데 저만 짐을 싸고 있는 꿈을 많이 꿨어요. 사람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저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악몽이었어요. 그래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게 굉장히 미안하고 힘든 일이란 것을 잘 알아요. 데뷔 앨범 작업을 하면서도 그런 걸 느꼈어요.

어제오늘 무슨 꿈을 꿨나요 요즘에는 꿈을 안 꿔요. 앨범 작업이 마무리되고 스트레스가 줄었어요. 미련은 남지만 홀가분해요.

예전 자작곡들을 새롭게 편곡해서 수록했는데 새로운 음악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새로 쓴 곡과 기존 곡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그동안 쟁여놓은 곡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어요. 신곡들로 데뷔 앨범을 내면 그 전에 썼던 곡들은 잊혀질 수 있으니까. 제 곡에 애착이 많아요. 타이틀곡인 ‘나랑 갈래’는 스무 살 무렵에 쓴 첫 자작곡이고 앨범 후반에 실은 ‘자랑’은 마지막 공식 무대에서 부른 노래예요. 그 기간의 저를 함축해서 담는다는 느낌으로 앨범을 구성했어요.

11개의 트랙 중 2개의 리메이크곡이 있어요.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부른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지난해에 KBS 다큐멘터리 <시대의 사운드트랙> 음악 작업을 했어요. 대한민국 음악사에 획을 그은 곡들을 편곡해서 녹음했는데 그중 2곡이에요. 그냥 없애기 아쉬웠어요. 주위 반응도 좋았고 앨범 내에서 멋진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것 같아 심사숙고 끝에 담았어요. 이런 명곡을 리메이크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죠.

혼자 음악을 했을 때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작업을 했을 텐데 그런 데서 오는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순진하게 음악을 했던 것 같아요. 판이 바뀌니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계속 음악을 해 왔으니까 막연하게 잘하겠지 했는데, 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게 실수라면 실수였죠. 그래도 앨범 작업을 통해 제가 가야 할 길이 확실해졌어요. 노래를 통해 뭔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진심이 잘 담겨 있는 음악을 오래하고 싶어요. 이번에 확실히 그걸 느꼈어요.

앨범 ‘Thanks to’에는 누구를 적었나요 적다 보니 너무 많아서 아예 안 썼어요.

곡을 쓰면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편인가요 쑥스러워서 그러진 못해요. 써놓고 쟁여놓았다가 공연할 때 공개해요. 제 음악은 워낙 차분해 표면적인 반응은 없지만 관객이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릴 적에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였나요 노래방에 가면 노래 잘하는 친구 옆에서 화음을 넣는 아이였어요. 화음쟁이였죠. 고음을 잘 내는 친구가 부러웠어요. 그 시절에도 기타를 메고 다녀서 친구 노래에 반주를 해 주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니 주로 서포트 역할이었네요.

요즘 TV 음악 프로그램들을 보면 대중의 귀는 폭발적인 고음과 화려한 기교에 익숙해 있어요 그런 음악들을 경쟁해야 할 상대로 여기진 않아요. 그보다 데뷔 앨범을 통해 ‘저는 이렇게 편하게 부르는 음악을 해 왔고 좋아합니다’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록 고음은 안 되지만 제가 갖고 있는 저음으로 최선을 다해 뭔가 전달하려고 하면 좋게 봐주리라 믿어요.

그 대신 폭발적인 감성이 있으니 걱정 말아요. ‘우리 사이에 넓은 강이 있는 것 같아/아무리 헤엄쳐 봐도 그대는 저 멀리 떠나고(우리 사이에)’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처럼/우리도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택시를 타고)’처럼 섬세한 감성으로 만든 가사들이 폭풍 공감을 자아내는데 본인 이야기인가요 경험을 토대로 쓰지만 그게 노래를 듣는 사람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그림이나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곡을 쓰려고 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가사 속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서 제가 느낀 감정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죠. ‘우리 사이에’는 지하철에서 한강을 보고 떠오른 곡이에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상을 하면서 이별 뒤의 무력함에 대해 썼어요.

사랑 노래가 유독 많아요 제 안의 주요 화두를 노래하려는데 지금껏 그게 사랑과 이별이었어요. 아무래도 여기에 휘둘리는 감정이 클 나이잖아요. 요즘 삶의 문제나 인간관계처럼 전에는 잘 하지 않던 생각들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화두는 사랑 이야기에요. 나중에 적당한 때가 된다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처럼 연륜을 갖춰야 가능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스물여섯의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어울려요.

‘나랑 갈래’에선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여행 가자고 노래하고, ‘백허그’에선 모른 척해 줄 테니 내 뒤로 다가와달라고 능청스럽게 속삭여요. 가사의 주인공은 어떤 남자인가요 뭔가를 하자고, 해 달라고 하는 가사가 많은 건 현실에서 하지 못해 후회하는 것들을 표현한 것 같아요. 거의 다 와 놓고 딱 한 걸음이 모자란 상황들 있잖아요. “여행 갈래?”라고 물어볼 수 있어도 손잡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노래를 통해 못다 한 말을 해 보는 거죠.

연애를 하다가 권태를 겪듯이 음악이 멀게 느껴진 적도 있나요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그랬어요.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계속해서 대학 진학에 실패했어요. 학교에 갈 수 없는 실력으로 음악을 해도 되나 싶었어요.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정작 음악은 저를 외면하는 듯해 배신감도 느껴졌어요. 결국 4수 만에 대학에 합격했지만 학교가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방황의 연속이었어요.

순전히 좋아서 시작한 음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집에서만 음악을 할 게 아니면 제대로 승부를 봐야 할 것 같았어요. 언제까지 재미로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적어도 가족은 부양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지하게 음악을 직업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슈퍼스타K6>에 참가했어요. 이제는 음악이 진짜 직업이 된 것 같아요. 관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두고 싶지도 않아요.

<슈퍼스타K6> 이후 많은 게 달라졌나요 생활 패턴도, 만나는 사람도, 먹는 것도, 떠오르는 음악도 예전과 똑같아요. 그래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앨범 작업을 하면서 스무 살 때 만든 ‘나랑 갈래’를 부르는 제 마음이 바뀌었더라고요. 원래 밝고 희망찬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뭔가 씁쓸함이 느껴져요. 제가 그런 감성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음악 말고 뭘 할 때 흥이 나나요 그리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에요.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아요. 가까운 사람들은 왜 그렇게 미적거리냐고 핀잔해요. 그나마 PC 게임이나 축구는 재미있게 해요.

야행성, 감수성 덩어리, PC 게임, 축구. 인기 있는 남자의 조건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게 1년 넘게 여자친구가 없었던 이유인가 봐요. 게임과 축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생활 패턴을 바꾸는 건 힘들어요. 정말 대단한 사랑이 나타나야 야행성 습관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랑’의 가사대로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됐나요 저는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지만 ‘행복’이란 단어가 속에서 우러날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남처럼 고민도 많이 하고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우울하기도 해요. 평생 행복한 사람이 되긴 어려워요. 하지만 데뷔 앨범을 들려주는 지금 이순간만큼은 행복해요.




데뷔 앨범을 세상에 풀어놓은 곽진언을 그가 사는 동네에서 만났다. 곽진언의 목소리는 여전히 외로움으로 뒤척였고 이내 노래를 부르자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곽진언,데뷔 앨범,슈퍼스타K6,나랑 갈래,엘르,엘르걸,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