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RRE HARDYbag & shoes designer얼마 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고 들었다. <엘르>의 축하 인사를 전한다 고맙다! 이렇게 축하받으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웃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이미 훈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정되는데, 내 경우엔 문화부장관의 추천을 받았다. 훈장의 수상식이 다름 아닌 에르메스 스토어에서 이뤄졌다고 수상식은 수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자유가 주어지는데, 이미 훈장을 가진 사람이 시상해야 한다는 독특한 룰이 있다. 그래서 나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에르메스의 피에르 알렉시 듀마 사장이 수여했고, 그 시상식이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렸다. 공적인 행사라기보다 지인과 가족들이 함께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훈장이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 물론 훈장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영광이다. 하지만 오롯이 내 개인적인 업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동료이자 지금은 친구가 된 많은 이들과 이 영광을 나눌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무용가이자 예술 교사라는 이력 또한 흥미롭다. 어떻게 디자이너가 됐나 무용 역시 예술의 한 부분이라 자연스럽게 다른 예술 영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무용가로서 신체의 한 부분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마치 몸을 주제로 한 조각품과 페인팅처럼 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지금의 슈즈 디자인으로 이끌었다. 파리 생 슐피스 성당 바로 옆,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 피에르의 스튜디오.그렇다면 다른 방식도 아닌, 하필이면 슈즈였을까 우연이었다. 그전까지 단 한 번도 슈즈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생각을 가져보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종종, 아니 자주 이런 경험들이 있지 않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어떤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 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결국 필연적으로 보이는 그런 일, 그게 인생의 묘미 아닌가? 에르메스와 일한 지 25년이 훌쩍 넘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에르메스와 일하는 건 아주 간단하고 쉽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일할 수 없었을 거다. 지금은 슈즈와 주얼리 디자인을 맡고 있는데, 에르메스는 디자인에 있어서 나에게 완벽한 자유를 준다. 주얼리와 슈즈는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다행히 최고의 소재와 최고의 장인들이 함께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뭐든 아이디어를 구현해 줄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브랜드가 아닌 시그너처 브랜드의 작업은 어떤가 에르메스 같은 메가 하우스와의 작업과는 정반대이다. 나와 팀원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찾아내야 하니까. 그 또한 희열을 느끼게 하고, 때론 그런 것이 일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디자인의 과정이 궁금하다 흰 종이 위의 끊임없는 드로잉. 드로잉은 내 작업에서 필수 불가결한 과정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해 나가는 중요한 프로세스다. 2010년, 발렌시아가를 위해 디자인했던 구조적인 형태의 블록 힐 슈즈.당신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그래픽! 선과 볼륨의 구성을 어떻게 하면 간결하고 우아한 그래픽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런 방식으로 탄생한 힐이 바로 블래이드(Blade) 힐이다. 여성 슈즈에서 남성 슈즈 그리고 액세서리와 백 라인까지 브랜드가 확대됐다. 많은 일을 한 번에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글쎄, 오히려 한 가지 일만 했다면 금방 지겨웠을 것이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아주 바쁘지만 반대로 창의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필요 불가결한 관계라고 할까(웃음)? 내 브랜드를 만든 이유 역시 새롭고 개인적인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됐다. 당신의 컬렉션을 보면 예술 작품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시즌엔 팝아트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폴카 도트와 태슬 디테일을 다양하게 활용해 봤는데, 내 시그너처와도 같은 3D/2D 패턴의 착시 효과로 볼륨감을 줘 팝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무언가가 있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건축가가 될 만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서지 않았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이 가진 속도와 가벼움 때문이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좋아하고, 때론 그 변덕마저도 열린 기회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걸리는 건축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건축가에 대한 꿈을 조금이나마 드러낼 수 있는 게 바로 부티크 디자인이다.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이달 말에 오픈 예정인 도쿄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직접 디자인했다.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는지 모른다. 요즘 당신에게 영감이 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토니 크랙(Tony Cragg)의 작품에 매료됐다. 말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유기적인 형태와 텍스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표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