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회현, 기억하고 싶은 남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엘르>가 찜한 남자. 먼저 '기억하고 싶은 남자'로 선택된 여회현은 꾸밈없는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띈다. 드라마 <기억>을 통해 연기 행보를 시작한 그가 생각하고 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들어봤다.::여회현,기억,드라마기억,배우,남자배우,신인배우,꽃미남,남친,엘르,엘르걸,elle.co.kr:: | 여회현,기억,드라마기억,배우,남자배우

여회현, 기억하고 싶은 남자 이름을 되물어보는 사람이 많겠어요 평범하지 않은 이름 때문인지 단번에 알아듣는 분은 별로 없어요.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모을 회’ 자에 ‘솥귀 현’ 자를 써서 ‘아궁이의 손잡이’라고, ‘세상의 중심이 돼라’는 뜻이래요. 솔직히 의미는 끼워 맞추기 나름 아니겠어요(웃음). 저는 쉽게 서울역 옆에 있는 회현역을 빗대 말해요.  독립영화 <그래도 살아간다>에서 형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동생 역으로 데뷔했어요 평범한 역할은 아니었죠. 부모님도 없이 형과 사는데 형은 동성애자이고 제가 연기한 윤제는 자존심이 세고 남에게 얕잡아 보이기 싫어하는 아이였어요.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촬영하니까 머릿속이 백지처럼 되더라고요. 연기하기 전에는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너무 얕은 계산이었던 거죠. 겉으로만 연기한 느낌이랄까.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완벽하게 하진 못하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런데 어떤 작품을 하든 아쉬움은 남는 것 같아요. 지금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기억>도 마찬가지에요. 매회 모니터하는데, 할 때마다 지금 촬영하면 저거보단 잘할 텐데 싶은 아쉬움이 생겨요.  <기억>에서 오열 연기로 기사에 한창 언급되던 걸요 그 장면은 다시 못 볼 정도로 서툰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엘리트 출신의 승호가 청소년기에 친 사고의 죄책감을 안고 사는데 그 사고가 평범한 것도 아니고 뺑소니 사고로 아이를 차로 치어 죽인 뒤 묵인하는 거였어요. 촬영 초반엔 공감하기 어려워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아요. 죄책감에 오열하는 장면도 카메라 앞에서 제가 힘들어하는 게 제 눈에도 보이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지?’ 고민하는 게 보이니까 미칠 것 같은 거예요. 못해도 딱 집중해서 했었더라면 지금보단 덜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는 뭔가요 ‘이렇게 연기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안 될까?’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 그냥 나를 믿고 하면 되는데 아직 그게 잘 안 돼요.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나는 연기를 못한다는 걸 인정하면 돼요. 그러면 ‘누가 뭐라고 하면 어때’라는 마인드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을 텐데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알량한 희망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적응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고요.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이 될 뻔했다면서요 전체 역할에 대한 오디션을 본 거라 꼭 최택 역이었던 건 아니에요. ‘될 뻔’도 아니고 오디션 한 번 본 거고요(웃음). 결과적으론 안 됐지만 대신 ‘덕선이 소개팅남’으로 잠깐 등장했어요.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덕선이와 소개팅을 한 바람둥이 역이었죠. ‘이런 역할이 있는데 해 볼래?’라고 제작진이 직접 연락을 줬어요. 촬영장에 갔더니 신원호 PD님이 제 이름을 기억하고 반가워해 주시더라고요. 감사했죠.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또래 배우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어요. 묘한 감정이 들지 않던가요 저 되게 솔직하거든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어요.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나도 저 자리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저 배우와 비교해 내 단점은 뭘까? 저 배우는 되는데 나는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은 했어요. 그때 촬영장에서 박보검 씨를 실제로 봤어요. 인성도 외모도 목소리도 너무 출중하고 가진 재능이 정말 많아 보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좋은 자극을 받은 건 맞는데 질투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저는 스스로 만족하는 편이거든요.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고 노력에 대한 결과가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번에 새로운 별명도 얻었고요. ‘리틀 박해일’이라는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박해일 선배님이 연기하는 ‘장한’의 소년 시절 역할을 맡았어요. ‘장한’은 덕혜옹주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지 않게 하기 위해 약혼식을 올리는 상대이자 독립군의 우두머리에요. 부끄러움을 많이 타면서도 엄청 우직하고 소신 있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실제로 보게 된 박해일 선배님이 캐릭터 그 자체더라고요. 신사 중의 신사예요. 신인인 저에게도 존대하시고 허리 숙여 “잘 부탁드려요”라고 인사하시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아역을 맡았다고 하니 자신과 닮았다고 하던가요 그런 말씀은 없었는데…(웃음). 그래도 스태프나 주변 분들은 ‘은근히’ 닮았다고 해 주셨어요(웃음).  외모로는 참하고 얌전한 성격일 것 같은데 주연을 괴롭히는 얼짱 리더, 욱하기를 잘하는 3대 독자, 바람둥이 역할들로 채워진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참 곱게 생겨서 사고 치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제 이미지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본다는 걸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누군가는 순해 보이는 얼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지만 보이는 것에 사로잡혀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단 1%도 없습니다. 연기라는 것 자체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보여주는 일인데 굳이 역할을 가리면서 하고 싶지 않아요. 착한 척하는 것보다 누구를 괴롭히고 얄미운 아이 역할을 더 잘할 자신 있어요.  그럼 오늘 <엘르>와의 촬영이 어려웠나요? 화보 컨셉트가 싱그럽지만 고요한 새벽의 분위기였잖아요 아뇨. 오히려 해맑고 밝은 걸 해야 했다면 더 어려웠을 거예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원하는 것 같아서 편했어요. 어제 <기억> 새 대본이 나왔거든요. 출연 분량과 대사가 확 늘어서 ‘어떡하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연기를 머리로 계산하지는 않으려고요.   PROFILE 독립영화 <그래도 살아간다>로 데뷔, tvN 드라마 <기억>에서 주연 박태석(이성민)이 파헤치는 사건의 주인공 이승호 역으로 출연 중이다. 하반기 개봉 예정 영화 <덕혜옹주>에서 주연 장한(박해일)의 소년 시절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