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소리가 그리운 화동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금으로 치면 강남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는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살던 부촌이었다. 북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길을 따라 옹기종기 처마가 어깨를 나란히 대고 사람과 이야기가 흐르던 길. 디카족의 성지만은 아니였더랬다. :: 청계천,삼청동,안국동,고즈넉한,친근한,일상,데이트,야외,옛스러운,엘르,엘라서울,엣진,elle.co.kr :: | :: 청계천,삼청동,안국동,고즈넉한,친근한

지금으로 치면 강남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는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살던 부촌이었다. 북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길을 따라 옹기종기 처마가 어깨를 나란히 대고 사람과 이야기가 흐르던 길. 디카족의 성지만은 아니였더랬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위를 북촌, 아래를 남촌이라 부르던 시절. 산 아래 5개 골짜기를 따라 사람이 다니고 삼청동골, 화동골, 재동골, 계동골, 원서동골이라 불리웠던 동네다. 경복궁에서 동쪽 담장을 따라 흐르는 제법 큰 물길 좌우로 삼청동 사간동 소격동이 자리하고, 동쪽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작은 물길 주변으로 화동과 안국동이 있다. 지금은 물길이 메워지고 그 위로 사람이 다니지만 그 시절을 보여주는 담장 벽화가 집집마다 화력을 공급하는 가스 배관과 어울려 있으니 사람이 사는 데는 역시 흘러야 제 맛이다. 알록달록 앙증맞은 작은 가게들이 골목들에 들어서서 지나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위용 넘치는 쇼윈도우가 아니라 집 한칸 가게로 내어 들어오는 사람 누구라도 마다하지 않는 곳. 집집마다 창문이 길에 나 있어 이웃사촌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제 일처럼 들여다보았다. 저녁 무렵 밥 짓는 냄새가 골목길에 감돌고 김치찌개, 된장국 냄새가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던 곳. 늦은 밤 누렁이가 하늘 향해 컹컹 짖어대면 온 동네 개들이 따라 화답하던 우리 동네. 기와 지붕 너머로 도시의 마천루가 욕망의 정염을 불태우지만 아직 밤공기 차가운 이 길을 걸을 때면 내 발자국 소리조차도 친구처럼 느껴진다. 비가 온 후 먹빛 진한 바위색을 강력한 필치로 그려낸 겸재의 인왕제색도. 평생 수백번 수천번을 오른 인왕산이 말년의 그의 화폭에서 기운생동 꿈틀거렸다.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에 세워진 정독도서관. 그 옛날에는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의 집이 있었다. 정독도서관 마당 한 켠에 세워진 인왕제색도비는 관람자에게 실제 인왕산과 그림 속 인왕산을 오버랩해서 바라보게 해주는 시선의 절묘함을 선물한다. 옛 사람의 멋과 정이 흐르는 화동은 시간을 더듬어 여행할 때 더욱 멋진 풍경과 감흥이 감돈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3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