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악몽을 그리는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 심기 불편하지만 유머러스한 그의 그림은 블러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면서 유명세를 탔고, 그를 런던에서 가장 잘 팔리는 드로잉북 작가로 만들었다. <엘르걸>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까지 날아가게 한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모던한, 클래식한, 집, 거실, 작업실, 일상, 휴식, 여가, 패션, 드로잉, 엘르, 엘르걸, 엣진, elle.co.kr:: | ::david shrigley,모던한,클래식한,집,거실

1 작업 도구들로 어지러운 방.2 데이비드가 즐겨 스케치하는 책상. 분명 이상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의 악몽 같은 그림은 평범한 사람에게선 나올 수 없으니까. 데이비드 슈리글리는 털복숭이 남자가 자기 목을 치는 식의 불편한 그림을 그리고, , 같은 강렬한 제목의 작품집을 펴내는 작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로잉 작가 중 한 명이다. 매달 감당 못할 만큼의 팬레터와 코워크 요청 메일을 받으며 드로잉북은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다. 그의 유머러스한 심기불편함, 핵심을 찌르는 활동하는데, 본인이 쓴 가사에 뮤지션들이 곡을 붙인 음반을 내고, 블러 같은 팝밴드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조각 전시를 여는 등 하는 일마다 히트를 친다.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정작 문 앞에서 숨 고르기를 했다. 자신을 '유머 감각 있지만 끔직한 사람'이라고 말한 남자의 집에 쉬이 들어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작 문을 열어준 건 통통하게 오른 볼살에 아가일 체크 조끼를 입은 남자였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조끼인데 구멍이 났다며 쑥스럽게 웃는 남자. 그는 나선형 계단이 휘감아 올라가는 저택의 작업실부터 부엌까지 구석구석 투어시켜 주었다. 급히 치운 듯 한쪽에 쌓아 올린 드로잉북들 사이 돌돌 말린 양말이 굴러다니는 것 쯤은 아랑곳 않은 채, 사진을 찍기 위해 작업실을 들쑤시며 작품을 제멋대로 옮기고, 떨어뜨려도 "내가 치울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키는 그에게 우린 점차 반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엔 삼촌과 헤어지기 싫은 조카들처럼 머뭇거렷다(사실 그도 우리를 보내기 싫은지 점점 말이 많아졌다). 벽에 붙어 있는 '거대한 대가리 큰대가리 중간 대가리 작은 대가리'란 포스티잇 메모도 귀엽게 느껴질 때쯤 이런 악몽이라면 가끔 꿔도 괜찮을듯 싶었다. EG 자신을 '유머 감각이 있는 끔찍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기사를 봤다. 독자들에게 자신을 한 줄로 소개한다면.나는야 키가 엄청 큰 아티스트.EG 당신 작품은 냉소적이지만 유머러스하다. 스스로 작품 키워드를 꼽는다면?본인 작품을 타인이 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사람들은 내 작품이 냉소적이고 유머러스하다지만, 내가 볼 땐 그저 '내가 낮에 하는 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어둡고 냉소적이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 수 있지. 그러고 보니 내 작품에 대해 정의 내린 지도 꽤 됐군. 벌써 20년 차 아티스트인데 작품에 대해 설명, 평가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거든, 미술계를 10년쯤 떠나 있어야 스스로 제대로 된 촌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G 당신 작품에 영향을 끼친 건 잔인함과 폭력이라고 들었다. 어렸을 땐 기요틴 처형에 미쳐 있었고. 요즘 관심 있는 잔혹한 콘텐츠는 무엇인가?난 작은 분쟁도 싫은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도 클라이언트와 돈 문제로 싸웠는데 벌써 지쳤다고. 오히려 잔혹한 것들을 그리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지. 마음을 치유하는 일종읱 테라피랄까.EG 혹시 사랑스럽고 착한 캐릭터를 그려볼 생각은 없나?별로.EG 여자친구는 예쁘게 그려야 할 거 아닌가.한두 번 정도 그려줬는데 별로 안 좋아하더라. 솔직히 난 그림에 재능 없다. 드로잉 수업에서도 늘 하위권이었다.능력도 없으면서 여자친구를 그리려 한 게 잘못이지.EG 당신 그림을 보고 "이런 건 나도 그리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맞는 말이다.EG 규칙적인 아티스트라 들엇다. 하루 몇 시간 작업하나?일주일에 5일. 매일 8시간씩 작업한다. 바쁘면 주 6일도 일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 안심히 된다.이런 습관이 다작을 가능하게 했군. 매년 책을 출판하는데, 지금도 준비중인 책이 있나.올 가을에 지난 작품과 새 작품을 엮은 굵직한 책이 나온다. 그간 내 마음대로 책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규모 출판사와 손잡았는데,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의 책을 발행할 만큼 큰 출판사를 선택했다. 버락 오바마와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책이 한곳에서 나오는 거다. 하하.EG 작업할 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글쎄, 매번 다르다. 소란스러운 것은 질색이다가도 시끄러운 음악을 들어야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야 능률이 오른다는 것. 여자친구가 집에 없으면 펜이 안 잡혀서 TV로 시간이나 때우면서 그녀를 기다린다.EG 데이비드 슈리글리 하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앨범 재킷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도 만드록, 스스로 앨범도 내고, 평소 엄청난 양의 레코드와 CD를 구입한다고 들었다. 음반이 몇 장인지 세는 건 포기했다. 매주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구입하니 다음 주가 되면 더 늘어날 테니까. 주로 기타 베이스의 음악을 조아하지만 요즘엔 옛날 신시사이저 음악, 스페이스 록에 빠져있다.EG 당신이 가사를 쓰고 뮤지션들이 작곡한 음반 처럼 음악 프로젝트도 즐기지 않나. 요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다. 평소 휘갈겨 쓴 가사들을 모아 기사책을 내려고 한 건데 고맙게도 많은 뮤지션이 곡을 붙여줬다. 최근 동네에서 만난 클래식 작곡가 데이비드 페너시와도 이런 멋진 작업을 구상 중이다. 그와 오페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EG 이 오페라는 언제쯤 볼 수 있을가?내가 글을 써서 넘기면 데이비드 페너시가 그에 맞춰 자곡을 해야하는데 한참 멀었다. 우선 자금을 대줄 투자자도 찾아봐야 하고.EG 당신 같은 인기 작가는 쉽게 투자 받을 것 같은데.아마도 그렇겠지. 하하.EG 난 특히 당신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밴드 블러의 'Good Song'이나 보니 프린스 빌리의 'Agnes Queen of Sorrow'뮤직비디오는 언제 봐도 신선하다. 당신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하고. 그 외 영화 오프닝 영상이나 단편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장편 애니메이션 욕심은 없나.2년 전쯤 장편 애니메이션 청탁이 들어왔다. 처음엔 얼씨구나 하고 돈을 받았는데, 도저히 분량을 채ㅐ울 수 없어서 도로 돌려줬다. 짧은 시간에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억지로 길게 늘리고 싶진 않았다. 1분짜리 영상은 그것이 1분의 분량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그렇게 맞추는 거다.EG 조형물도 만들던데, 이 예쁜 집에 그럴만한 공간은 안 보인다. 1km 떨어진 곳에 조형 작업을 위한 큰 작업실이 있다. 글래스고에서 열린 전시 대부분은 조형작품으로 구성했을 만큼 조형은 드ㅡ로잉 다음으로 열중하는 분야다.EG 드로잉에는 없는 조각만의 매력은 무엇인가?드로잉이 조각보다 바릴 오나성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어느 게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선택의 문제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조각이 어룰리면 조각을 하는 거고, 책을 출판할 땐 조각보다 드로잉이 편하니까 그땐 드로잉을 하는 거다.EG 그러고 보니 당신 꽤 많은 장르의 아트워크를 선보였군. 드로잉. 애니메이션. 조각, 사진, 심지어 타투와 스케이트보드 경기장 디자인까지 했다.뚜렷이 잘하는 것이 없어서 한 우물만 못 파겠다. 드로잉이 출중하면 드로잉만 할 텐데.EG 아까부터 지나친 겸손 아닌가?가끔 내 작품을 보면 이상하게 창피하다.EG 그중 가장 창피한 프로젝트를 꼽는다면?1999년 건축가들과 함께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 만날 회의만 하고 말은 안 통하니 결과물이 좋을 리 없지. 기자들이 이것에 대해 물으면 아직도 창피하다. 다행히 지금은 철거됐지만.EG 당신이 안해본 건 잡지 출판뿐인 것 같다. 당신만의 독립 매거진을 만드는 건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담는거지.괜찮은 제안인데?예전부터 잡지나 만화책을 출판하고 싶었는데 도통 시간이 안난다. 지금으로선 시사 주간지에 삽화를 그리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주어진 글에 맞춰 그린다는 제약이 지루할 때도 있지만 매주 칼럼 읽는 맛도 있고 나름대로 재미있다. 최근 극우파에 관한 칼럼에선 그 정치인을 중세시대 못난이 동물로 그려놨거든.EG 정치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영국 경제나 기후 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토론한답시고 나와서 서로 이기려고만 들지.EG 인터뷰를 하다보니 당신 은근히 유머러스하다. 그러고보니 몰래 엿들은 대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당신답다.전후 사정 모르고 듣는 남읟 ㅐ화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대화 이상의 것에서 영감을 받는 거다. 이 외에도 세상 모든 것이 내게 영감을 준다. 급전이 필요하냐는 스팸 메일에서도 여감을 받지. ' 도대체 왜 이런메일을 보내는 거지?' 생각하면서 말이다.EG 코리아가 7주년을 맞았다. 7년 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그러고보니 어깨가지 내려오던 머리를 싹둑 잘랐군.7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도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짧아진 머리가 가장 큰 변화겠군.*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3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