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와 함께 살고 난 뒤 달라진 게 있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제 옷을 만지는 일이 많아진 거에요. 하하하. 제 옷에 붙은 숙희 털을 떼 주는 게 인사치레가 됐거든요. 검은색 스웨터나 코트엔 숙희 털이 늘 붙어 있고, 오랜만에 꺼낸 니트 스웨터, 갓 빨래건조대에서 갖고 온 양말, 속옷에마저 숙희 털은 여지 없이 붙어 있습니다.
(왼쪽) 검은색 코트는 늘 이 지경…
(오른쪽) 어제 빨아 말린 검은색 레깅스에도 어김 없이 숙희 털.
(왼쪽) 오랜만에 입으려고 꺼낸 니트에도 숙희 털.
(오른쪽) 다른 거 입어야겠다 싶어서 꺼낸 니트에도 보란 듯이 숙희 털.
에라 모르겠다, 양말이나 신자. 하지만 양말에도 숙희 털이…OTL
비단 제 옷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하고, 테이프로 옷을 쓸어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또 숙희 털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 풀리지 않는 숙희 털 미스터리!
숙희가 늘 앉는 쿠션은 이미 숙희 털로 도배된 지 오래.
숙희 가슴줄 안쪽에도 숙희 털이 빼곡.
내 엉덩이에서 숙희 털이 자라나…? 사무실 검은색 의자에도 숙희 털.
이중모로 되어 있는 숙희는 털갈이 시즌이 아니어도 늘 털이 많이 빠지는 편입니다. 차라리 긴 털은 눈에 띄어 뗄 수라도 있지만, 긴 털 안에 숨어 있는 짧고 빳빳한 털이 옷에 붙으면 그대로 속으로 박혀 버려 떼기도 힘들어요. 속옷이나 양말에 박히면 따갑기도 하죠. 그나마 털을 꾸준히 빗어주면 좀 낫다 하여 털을 빗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에 빗어서 괜찮겠지 싶었는데 웬걸,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숙희 한 마리’가 ‘더’ 나온 정도랄까요.
숙희야, 너의 털로 누빔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저 체크무늬 담요도 곧 너의 털이 가득 쌓여 운명을 다 하게 되겠지. 숙희, 너 언니 말 듣고 있긴 한 거야? 눈 감고 자는 척 하는 거 다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