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든 프렌치 시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누가 겨울에 꽃을 떠올릴까? 초록이 드문 계절, 겨울에 파리의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가 서울에 왔다.::플로리스트,파리,카트린뮐러,꽃,아티스트,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 플로리스트,파리,카트린뮐러,꽃,아티스트

꽃을 생각하기만 해도 로맨틱해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카트린 뮐러가 만진 꽃이라면 로맨틱한 순간이 드라마가 된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플로리스트가 돼 파리 중심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부티크를 오픈하고, 지금은 파리와 런던에 플라워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프렌치 플라워링이 어디까지 세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겨울은 꽃에겐 혹독할 테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뜨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뭐라도 장식하고 싶게 만드는 계절이다. 때마침 '카트린 뮐러 클래스'를 공식 제휴하고 있는 까사스쿨로부터 그녀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그녀를 만나 겨울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사랑하는 법과 숲과 흙에 대해 물었다.꽃 자체의 개성을 최대한 부각해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카트린 뮐러의 작품들. 꽃이 화분을 감싸거나 들풀이나 넝쿨을 대담하게 사용해 마치 자연을 그대로 축소한 듯 거칠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방식을 택한다.어린 시절 숲에서 뛰놀았던 추억이 스타일링에 영감을 많이 주었다는 인터뷰를 봤다 큰 도시에 살았더라면 자연과 접하는 기회가 적었겠지만, 나는 집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정원에서 풀과 나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자란 곳은 베르사유에서 멀지 않은데, 베르사유라고 하면 보통은 베르사유 궁의 우아함을 떠올리지만 조금만 더 멀리가면 농장이나 다를 바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에 나는 뒤뜰이나 숲에서 하염없이 꽃을 바라보던 소녀였다. 마치 꽃을 해석하는 것처럼 혼자 나무에도 올라가고 나무와 작은 짐승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과였다. 들판에 야생 풀들이 바람에 누울 때 나는 소리, 한 손으로 꽃을 휘어잡으면 느껴지는 감촉 같은 것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베르사유 궁전 꽃 장식을 담당하던 유명한 숍에 취직하면서 플로리스트가 됐다는 스토리는 신데렐라 이야기 아닌가 베르사유의 어느 숍에서 정말 신데렐라처럼 청소하는 일을 돕고 있었는데, 손님으로 온 마담이 “너 우리 집에서 한번 일해보지 않을래?” 하고 물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상상하는 것처럼 세련된 마담은 아니었고(웃음), 옷도 대충 입고 나이도 많은 할머니 같은 분이었다.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꽃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한 셈이다. 샤토(저택)에서 일하며 만난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부티크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을 점점 많이 해왔다.  플로리스트는 꽃을 손질하기 전에 가시와 흙도 만져야 하고, 무거운 짐도 많이 옮기는 매우 거친 일로 알고 있다. 플로리스트란 직업의 리얼한 면은 여자가 하기에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때문에 용기도 있어야 하고 끝까지 해보려는 끈기도 필요하다. 그 다음 단계가 창의력이다. 내 경우엔 자연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한 정신적인 노력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세계 각지를 다니며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할 일이 많을 텐데, 다른 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는가 솔직히 말해 다른 나라에 갔을 때는 영감이 떨어진다. 파리의 집 근처 또는 근교 숲을 거닐면서 영감을 충전하곤 한다. 특히 2000년 즈음 한국에서 일할 땐 주위 환경이 완전히 도시였기 때문에 상황이 나빴다. 땅에서 스스로 자란 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너무 답답하고 생각이 위축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서초동 근처에 살았는데 무엇에 홀린 듯 양재동 숲을 헤매고 다닌 기억이 있다. 지금 사는 곳은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 바로 옆 팔레 루아얄 광장 근처에 산다. 숲은 없다(웃음). 주중에는 거의 일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근교로 나가 자연을 충분히 만나고 온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직접 꽃시장에 가는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꽃시장에 간다. 10시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4시가 되면 딱 끝낸다! 유아원에 간 아이를 데리러 집에 갔다가 학교에 간 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집에서 가끔 아들에게 꽃을 주면 꽃은 물속에 담그고 줄기는 밖으로 삐져 나오게 거꾸로 꽂아두곤 하는데 그렇게 그냥 놔둔다(웃음). 아이들이 잠드는 밤 9시 이후부터 쌓인 이메일들을 정리한다. 컴퓨터와 친하지 않아서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카트린 뮐러가 <엘르 데코>를 위해 만든 두 개의 작품. 보통 크리스마스 소재로 예상되는 꽃이나 컬러를 쓰지 않았다. 야생 식물과 열매를 이용해 축제와 같은 느낌을 냈고, 마지막 터치로 골드빛 스프레이를 뿌려 화려하게 장식했다.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초콜릿 향이 나는 코스모스 쇼콜라를 통에 담아 선물을 연상케 한다. 사각 상자 대신 원통 상자를 이용해 여성적인 느낌을 냈다.장미나 튤립 같은, 살짝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꽃들은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할까 오, 경은…. 지금 아주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어떤 꽃이라 해도 그게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 특히 내게는. 혹시 예쁘지 않아 보인다면, 꽃에 뭔가 잘못된 것을 섞기 때문이 아닐까? 어울리지 않는 포장지나 리본 같은 것들 말이다. 만약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한 종류만 혹은 오직 한 송이만 꽂아두어 보길 바란다. 다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플라워 트렌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3년여 전부터 풀을 많이 사용하는 그린 소재 아이템이  유행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그런 경향은 끝나가는 것 같다. 다음 트렌드를 준비한다면 마른 꽃이 유행하게 될 것 같고, 빈티지한 트렌드가 돌아올 것으로 예측한다. 빈티지 스타일이라는 게 뭔지 좀 더 설명해 줘야 할 것 같다 어딘지 흐릿한 느낌을 주는 오브제들과 색이 진하고 강렬한 꽃들을 같이 쓰는 것이다. 비늘 같기도 한 맥(麥) 무늬가 있는 ‘반다’라는 이름의 자줏빛 양란이 있는데 그 꽃을 나무 잎사귀들과 같이 쓴 다음에 옛날 느낌이 나는 빈티지 레이스로 묶어보면 어떨까. 카트린의 책상 위에는 어떤 꽃이 놓여 있나 가든 장미 한 송이. 조금 시든 걸로. 자연스럽게 꽃잎 한두 장이 떨어져 있는 채로. 만약 전혀 꽃을 다룰 줄 모르지만 책상 위를 꽃으로 채우고 싶다면 수국 한 송이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나무 줄기 하나도 좋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꽃을 장식하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면서 풍성한 크리스마스 느낌을 내려면 꽃과 함께 채소를 쓰길 추천한다. 사과나 감자에 골드 컬러 스프레이를 뿌리면 그대로 오너먼트가 된다. 크리스마스엔 무얼 할 계획인가 파리에 있는 집 말고 얕은 산이 있는 인근 지역에 아파트가 있다. 눈 덮인 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