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앤더슨, 순풍에 돛단 듯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서른도 되기 전, 168년 된 가죽 명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중책을 맡은 조너선 앤더슨. 묵직한 하우스의 선장으로서 패기와 열정으로 그가 불어넣는 가볍고도 자유로운 바람은 패션계 호평의 연속이라는 순풍을 타고 순항 중이다.::조너선 앤더슨,로에베,Loewe,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퍼즐백,액세서리,엘르 액세서리,엘르,엘르걸,elle.co.kr:: | 조너선 앤더슨,로에베,Loewe,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네스코 정원에서 펼쳐진 2015 F/W 로에베 컬렉션이 인상적이었다 유네스코 가든은 정말 특별한 장소다. 마치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땅 같은가 하면, 동시에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파리를 온종일 돌아다녀봤는데, 이 장소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 쇼장을 확보하느라 엄청난 공을 들였다. 어떤 여성을 머릿속에 그리고 디자인하나 ‘포스트모던 아트적인 여자’. 특히 이번 시즌엔 80년대에서 영감을 얻었다. 난 1984년 생이다. 내게 있어 80년대는 실제로 직접 겪은 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쉽지 않기에 오히려 도전해 보고 싶었다. 대신 내 SF적 취향을 곁들여 ‘조너선 앤더슨스러운’ 로에베를 표현해 내고 싶었다. 168년이나 된 로에베에 영입하고 싶다는 LVMH 제안에 첫 느낌은?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였다 정확히 아침 7시 30분에 전화를 받았다. 로에베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공방 방문이었다.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끌림이 느껴졌고, 첫만남부터 내가 이 브랜드와 연결돼 있음을 직감했다. 마드리드 외곽에 자리 잡은 로에베 팩토리와 아카이브를 마주한 그 순간부터! 온갖 종류의 레더들로 가득 찬 룸으로 들어선 순간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일해야 하는 브랜드야! 이곳에서 빨리 뭐든 하고 싶어’라고 간절히 생각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이 경험은 내게 로에베라는 하우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런 느낌이 길조로 작용했다. 스페인 레더 명가와의 작업이다 보니 유로스타를 자주 탔을 것 같다 지금 난 3개의 도시를 오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런던, 파리, 밀란. 무척 빠듯한 스케줄의 연속이지만 매 순간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물론 팀을 전적으로 믿고 있고, 그들이 있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난 그들에게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데 ‘신뢰’야 말로 이 모든 과정과 일을 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마드리드 공방 장인들에게는 “당신들 능력의 최고치가 녹아든 가방을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로에베에 들어오기 전 스페인 문화를 경험해 본 적 있나 어릴 때 온종일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엄마와 함께 갔던 바르셀로나에서의 기억과 부모님과 이비자(Ibiza) 별장을 갔던 게 추억이 전부였다. 의상이나 패션에 관련된 것은 거의 없었던 셈. 2015년 F/W 첫 시작으로 퍼즐 백(Puzzle Bag)을 만들었다 뻑뻑한 가죽 더미 같은 아카이브의 낡은 가방을 바닥에 두고 골똘히 보다가 즉흥적으로 옆에 놓인 가죽 스트랩과 핸들 조각을 그 위에 올려 보았다.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에베스럽지 않은 구석은 단 하나도 없을뿐더러 아주 혁신적인 모양의 가방이니까. 최근 뉴 백이 출연하면, 백을 드는 애티튜드에도 새로운 방식이 제안되는 것 같다 본질적으로 레디 투 웨어는 일종의 ‘캐릭터’다. 어떤 특정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안 생긴다면 당신은 백은 사지 않을 것이다. 난 이 생각을 100% 확신한다. 당신은 어떤 캐릭터를 가진 여자이길 원하고, 그 캐릭터는 캣워크로부터 내려와 실제로 거리에서 만날 법한 여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여인은 글로벌하게 어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중적인 어필은 아니고 어딘지 특별함을 지녀야 한다. 당신의 뇌 구조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일기를 쓰듯 디자인한다. 이런 방식은 아주 오랫동안 해온 나만의 아이디어 도출 방식이기도 하다. 어딘가를 여행하면서 나를 둘러싼 환경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등을 일기 쓰듯 그려내면 나흘 안에 하나의 완성된 컬렉션을 디자인해 낼 수 있다. 그러기까지에는 그 이면에 엄청난 리서치가 받쳐줘야 한다. 당신의 젊은 감각으로 백과 레더 액세서리에 어떤 변화를 불어넣고 싶은가 로에베가 1846년에 탄생할 때만 해도 당시로선 분명 모던하며 동시대적이었다. 여행가방을 만들었고, 꽤 기능적이었다. 자체 디자인조차 모방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지금 가장 모던한 팀인 M/M과 스티븐 마이젤과 작업했고,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동시에 난 로에베가 한결 가벼워지고 모던하며, 자유로운 느낌을 갖길 원했다. 입체적 디자인의 퍼즐 스몰백은 Loewe.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나 일요일 밤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을 떠나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이틀 동안 파리에서 지내고, 다시 돌아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런던에서 지낸다. 어떤 주에는 파리 대신 마드리드에서 보내기도 한다. 주말에도 물론 이 스케줄로 진행되는데 종종 매장 방문이나 프레스 이벤트가 있다. 일은 중독이다. 하지만 행복하다. 언제나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왔기에 해외여행을 떠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가끔 휴식시간이 주어질 땐 바빠서 소홀히 했던 지난 호 매거진을 수북이 쌓아 놓고, 그중에서 맘에 드는 패션 화보나 광고를 닥치는 대로 스크랩한다. 이렇게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즉흥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좋다.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패션 모멘트는 우리는 1년에 10~13개 컬렉션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난 그보다 더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가장 놀라운 팀을 세팅했으니까. 난 작업의 프로세스 그 자체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을 때비로소 멈출 수 있다. 로에베 하우스에서의 궁극적인 뉴 비전은 소비자들은 퍼스널 스타일을 추구하며 어떤 의식 수준에서 만족감을 찾기 때문에 단순히 고퀄리티 아이템이나 하이엔드 의상만으로는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한다. 어떤 특별한 스토리를 지닌 럭셔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컬처럴한 브랜드를 일궈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