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좋은 걸 주자
선물이라는 주제를 듣고 떠올랐던 것은 주변 친구들에게 좋은 것들을 해 주고 싶다 라는 요즘 자주 하고 있는 생각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그렇게 말할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 주고 잘 챙겨주고 그러지는 못하지만 요즘은 친구들에게 좋은 걸 많이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한다. 아무래도 나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 모두 겨울이 오면 특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여름을 좋아하고 계절 중에 여름을 좋아한다기보다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로 여름을 꼽는 그런 여름형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11월을 기점으로 우울해지고 힘이 없고 많은 것들을 관두고 싶어지는 그런 추위에 약한 타입이다. 내 친구들이 나처럼 추위에 약해서 혹은 여름을 좋아해서 겨울에 힘들어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나기는 힘든 계절인 것 같다. 일조량이 줄고 밤과 어둠은 길고 추위는 누구라도 어깨를 움츠러들게 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주고 싶다고 요즘 생각하는 것은 양말과 수건 같은 것들이다. 양말은 평소 내가 양말을 사기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 것이 아닐까 싶은데 내게 있어 양말만큼 사면서 또 선물하기 좋아하는 물건이 잘 없는 것 같다. 양말은 집에서도 신고 밖에서도 신고 추울 때 따로 신고 더울 때 따로 신는 것이 있을 만큼 종류도 많고 그래서 구경하기도 사기도 왠지 즐겁다.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도 백화점의 양말 파는 곳은 꼭 들러보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껏 사지는 못하지만 아주 부드럽고 힘이 있는 양말들을 보고 하나쯤 고르는 것도 즐거운 의식 같은 것이 되었다. 양말과 비슷하게 사기 좋고 많아도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수건이다. 아직 수건의 높고 좋은 세계는 보지 못했지만 어디서 받는 것이 아닌 따로 마음에 드는 색과 감촉의 수건을 사는 것은 또 나름의 즐거움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내가 친구에게 받은 선물도 수건이었다. 이런 식으로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그런 것들은 작고 자주 보는, 많이 있어도 좋을 그런 물건들인데 웃기는 것일지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 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에 조금 놀라웠다. 글을 쓰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을 당장 전하고 싶을 때는 그저 어떤 좀 더 물건! 부드럽고 만지고 싶은 것! 귀여운 어떤 것! 같은 것인가 보다. 겨울에 여행을 가게 되면 귀엽고 튼튼하고 부드러운 양말과 색이 예쁘고 잘 마르고 촉감도 괜찮은 수건을 많이 사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힘들게 겨울을 나는 친구들에게 커피와 단 걸 사주면서 짠하고 주고 싶다. 여행을 안가더라도 좋은 것들을 보면 챙겨둬야지 내꺼와 친구들 꺼 조금 많아도 좋은 것으로 말이다.
WHO'S SHE?
박솔뫼는 장편 <을>로 등단해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을 냈다. 작가가 마음에 들었던 선물은 소중한 사람이 만들어준 책상이고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몇 년째 쓰고 있는 의자를 대신할 좀 더 편하고 예쁜 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