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환불 원정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입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말, 머리 속에 대본을 써놓고 연습한 후에 꺼내는 그 한마디. “환불 좀…” 오죽 하면 포털 사이트에 ‘이들과 함께라면 환불 100% 가능할 것’이라며 환불 원정대 리스트까지 우스개로 돌아다닐까. 그래서 준비했다. 멀고도 험난한 환불의 길, 그 동안 궁금했던 점들과 환불 성공 노하우. :: 노하우,쇼핑,환불,일상,엘르,엣진,elle.co.kr :: | :: 노하우,쇼핑,환불,일상,엘르

STEP 1. 지피지기 백전백승“주얼리를 선물받았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환불하러 갔다. 어서 오시라며 웃던 얼굴은 환불 얘기에 이내 굳어졌다. 그리고 첫 마디가 ‘면세점에서 산 것 아니냐?’는 것. 주얼리는 환불이 안 된다는 브랜드&nbsp 규정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더 언짢았던 건 그녀의 태도다.” “들어서기 무섭게 달라붙더니 환불하러 왔다는 걸 알리자마자 ‘운 나쁘게 이런 손님이 하필 내게…’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직원에게 굉장히 미안해 해야 할 행동이라고 한 걸까?”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환불 경험담은 ‘매장 언니는 대체 왜 그리 퉁명스러울까?’로 마무리되곤 한다. “하루 매출이 0에서 시작하는데 환불은 마이너스 지표다. 이를 플러스로 바꾸지 못한 채 영업을 마감하면 인사 고과도 마이너스가 된다.” 앗, 이런 고충이 있었다니! 그렇다고 꼭 해야 할 환불도 안 할 수도 없다. 한때는 환불 고객 리스트를 만드는 상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회사 전체로 봤을 때 환불에 울고 웃는 곳은 없다. 복합 온라인 쇼핑몰 고객관리팀의 얘기처럼.“팔리는 만큼 반품도 있다는 건 안고 가는 부분이다. 고객과 문제가 생기는 원인들 중에서도 환불은 순위가 낮다.”그래도 환불 울렁증은 한 번에 고쳐지진 않는다. 고수들이 알려주는 팁은? 일단 오프라인 매장부터 얘기하자면 ‘말발의 달인’을 데려가지 않는 이상 혼자 가는 게 낫다. 그래야 최악의 사태(언쟁과 난동)가 닥칠 경우 ‘사회적으로 온순하고 교양 있는 나’를 접어두고 나설 수 있다. 두 번째는 그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가라는 것. 이는 매장 언니에게 ‘나 환불 손님’이란 암시를 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주말 오후 시간대를 이용하라는 것. 한참 붐빌 시간, 보는 눈도 많고 매상도 많으니 매장 언니도 좀 더 온화하고 품격 있게 환불을 받아줄 거다. 온라인이나 홈쇼핑의 경우엔 판매자에게 직접 전화는 금물. 꼭 소비자상담 대표 번호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녹음이 되고 증거가 남기 때문. 소비자가 얼마나 어필하고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였는지도, 나중에 중재받으러 갈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이쯤에서 궁금한 건 ‘쏘 쿨’하게 환불해주는 곳들. 일단 SPA 브랜드가 있다. 1~2년 사이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현지 SPA 브랜드 숍에서 느끼던 자유로운 환불(그 누구도 ‘왜’냐고 묻지 않는다)을 느낄 수 있다. 해당 브랜드의 숍 매니저는 “우리 매장은 환불 관련한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멋쩍어 하거나 쭈뼛거리는 손님도 별로 없다”고 얘기하기도. 그 다음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식품 매장이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 몸에 들어가는 것이니 신선도(종종 “맛이 없다”고 환불하는 경우도!)에 문제가 있다면 당장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도 반품이 비교적 쉽다. 초창기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한 달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이라는 프러모션을 남발했으니, 이제 와서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 반면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은 환불하다 진 빠지기 쉽다. 쇼핑몰마다 또 제품마다 세부적인 환불 규정이 붙어 있기 일쑤고, 받자마자 쇼핑몰에 환불 의사를 알리고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는 등 꽤 손이 많이 간다. 세부 품목에선 가구나 전자제품이 좀 어렵다. 누가 흠집을 냈는지, 누가 고장을 냈는지 판단이 어려워 애시당초 환불 불가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역시 사용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매니큐어, 학습지, 어학 카세트테이프 등도 안 된다. STEP 2. 모로 가도 서울만, 어떻게든 환불만일단 잘 보고 사야 한다. 요상하고 까탈스러운 환불 규정이 있는지 말이다. 판매자가 “다 알고 산 것 아니냐”고 버티면 고상하게 환불받긴 글렀다. 환불의 기본은 세 가지다. 제품이 멀쩡한지, 여기서 샀다는 영수증이 있는지, 정해진 기간 내에 왔는지. 정확히 얘기하면 제품을 다시 팔 수 있어야 한다. 환불 비율에 대해서 다들 쉬쉬하지만 “재판매가 불가능해서 폐기해야 할 정도로 망가진(?) 환불 제품은 전체 판매의 1~2%”라는 게 홈쇼핑 바이어의 귀띔. 또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해도 다른 매장에선 교환만 되고 환불은 안 된다. 백화점 중엔 현대만이 다른 점포에서도 환불을 받아준다. 환불 가능 기간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모두 7일(롯데백화점은 14일), 대형 서점은 20일, 홈쇼핑은 30일(옷, 보석, 백, 슈즈, 선글라스는 15일, 식품은 7일 등 일부 다른 품목이 있다) 이내가 기본. 이 세 가지에 크게 어긋남이 없다면 기 죽을 것 없다. 종종 애매한 상황은 있다. 예를 들면, 옷의 얼룩이 어디서 생겼는지, IT 기기를 시험 작동해본 걸 ‘이미 제품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등을 두고 의견이 다를 때. 해결 기미가 없다면 한국소비자원에 SOS를 신청할 수 있다. 올해부터 전화번호가 1372로 통일돼 114나 119를 이용하듯 전화할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소비자 상담센터(ccn.go.kr)’에서도 가능하다. 환불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 다 물어볼 수 있다. 처음엔 관련 법규와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정보, 관련 기관을 알려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건 판매자한테 조목조목 따질 수 있는 근거.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피해구제’란 걸 신청하면 된다. 위의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서에 구입 상품, 구입일, 구입액, 구입 방법, 결제 방법, 피해 내용, 사업자 답변 및 잘못한 사항, 소비자 요구사항 등을 적어 한국소비자원으로 보내면 된다. 판매자도 계약서, 영수증, 사진 등 자료를 첨부할 수 있다. 이렇게 문서를 만들어도 결국 하소연은 구구절절할 수밖에 없다. 양쪽의 얘기를 끈기 있게 들어주고 중재안을 내려주는 건 감사하나 이메일은 안 되고 팩스나 우편으로만 접수를 받는 건 좀 아쉽다. 어쨌거나 이 방법은 양자에게 깔끔하다. 판매자도 속으로 불만이 있을지언정 받아들여야 한다(중재안의 90% 이상이 소비자 손을 들어주므로). 문제는 이도 싫다, 저도 싫다면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 첫 시작은 환불 요청이었지만 곧 태도와 보상금을 들먹이며 점점 요구 수준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이러면 당연히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오는 손님을 막을 순 없다. 대신 얼굴을 외워 매장에 나타나는 순간 예의주시한다.” “요주의 인물이 물건을 주문하면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노력한다. 응대도 더욱 상냥히 하고 배송도 최대한 빨리 해주는 식이다.” 온오프라인 세일즈 담당자들의 얘기다. 블랙리스트 손님이 나타나는 순간 “상진이 엄마(혹은 아빠) 왔다”는 암호를 주고받기도 한다. ‘진상’을 뒤집어 표현한 은어다. 상진이 엄마,아빠들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한 온라인 쇼핑몰엔 이런 일이 있었다. “제품을 10개씩 사놓고 늘 몇 개가 안 왔다면서 그 수량만큼 환불을 요구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보통 하나의 택배 상자 안에 몰아넣기 때문에 증명할 길이 없었다. 택배 상자를 닫기 전에 사진을 찍어놓아도 법적 증거가 안 된다니, 뭐. 그러다 CC TV를 통해 주문 수량대로 다 배달됐다는 사실을 잡고, 조용히 “한 번 더 그러면 고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STEP 3. 세상은 넓고 환불은 많다한국소비자원이 들려준 다양한 환불 송사.이 꽃은 그 꽃이 아니에요‘장미와 안개꽃’의 클래식한 조합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고심 끝에 주문했건만 꽃다발이 기대한 것과 다르다면? 홈페이지에서 A 샘플을 보고 꽃배달을 시켰으나 상대방이 받아든 건 영 딴판인 꽃다발인 경우 말이다. 판매자는 “계절과 재료에 따라 차이나 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결국 꽃값을 환불해줘야 했다. 꽃 배달은 목적과 시기가 있어 주문한 것인데 이미 본래 용도에 사용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새 가방에 웬 머리빗이?백화점 명품 브랜드에서 산 고가의 가방. 막상 들려고 보니 안주머니에서 빗이 나온 경우가 있었다고.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안까지 살펴보지 않고 구입한 게 실수라면 실수지만 어쨌든 판매자의 명백한 잘못이다. 누군가 상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서야 머리빗이 들어 있을 리 없다. 매장 직원이 발뺌했지만 백화점이 나서서 환불해줬다.&nbsp수제화가 능사는 아니다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두 살 때 늘 눈에 띄는 문구 하나. “수제화는 교환?환불이 안 됩니다.” 이 말을 철썩같이 믿은 사람, 한둘이 아닐 거다. 하지만 주문?결제가 이뤄진 후에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 것과 환불 불가능은 별개의 문제 건 문제다. “볼을 넓혀 달라.” “통굽에서 웨지힐로 바꿔달라.” 등 개인적인 요청으로 맞춤 제작을 했을 때만 환불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를 망가뜨린 범인은 누구?전자상가에서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 집에 와서 보니 외관에 흠이 있다면? 또 시험 삼아 찍어 보니 빛이 계속 들어온다면? 판매자는 “가는 길에 떨어뜨렸을지 어떻게 아느냐?” “이미 사진을 그렇게 찍어놓고 반품해달라면 안 된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결국 환불을 해줘야 했다. 완전 무가결한 상태로 석고라고 떠놨으면 모를까, 소비자가 손상을 입혔음을 증명할 길 없고,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가끔씩만 불편한 노트북다른 건 다 잘 되는데 동영상 파일 재생만 됐다 안 됐다 반복했다. 애프터서비스 직원이 왔을 때는 멀쩡히 잘 재생되기 일쑤. 몇 번 수리를 받았는데도 이 결함은 고쳐지지 않았다. 노트북 회사에서는 “고장 원인을 알기 어렵고 다른 기능 사용엔 문제가 없으니 그냥 쓰라.”고 권유했다. 결국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의해 교환 또는 환불” 중재안에 따라 돈을 돌려받았다.여행을 망쳤잖아요에어텔로 떠난 여행. 렌터카가 고장 났는데 현지 지사도 한국 본사도 빨리 해결해주질 않아 국제전화만 계속 하며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야 했다. 오션 뷰라던 호텔방에선 바다를 보기 힘들었고, 안내에 없던 추가 비용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환불해 달라는 소비자와 버티는 여행사의 대결은? 여행비의 40%를 돌려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누구 맘대로 자동 결제를?인터넷 부가 서비스들 중에는 “무료 체험부터 해보라”는 게 많다. 그 뒤엔 “무료 체험 10일 후 해지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돼 요금이 부과된다.”는 말이 은근슬쩍 붙어 있다. 하지만 깜빡 잊거나 해지 방법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의든 아니든 이미 서비스를 이용한 기간에 부과된 요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대신, 대개 월 단위 결제임을 감안해 한 달 안에서 남은 일수에 대해서는 환불이 된다. 대리점에서 본인 모르게 얼렁뚱땅 가입한 휴대전화 부가 서비스는 사용 기간에 낸 금액도 환불된다.혼삿길 환불 결혼정보회사가 비싸다는 건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 만남도 회당 비용을 계산해 보면 푼돈은 아니다. 그런데 가입해 보니, 만남에 나오는 남자가 영 맘에 안 들고, 다음 만남도 기대가 안 된다면? 실제 사례에서 한 결혼정보회사는 “회원의 가입비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입회비, 등록비, 활동비이며 이 중 활동비만 환급해줄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웠다. 그러나 가입비 전체를 정해진 만남 횟수로 나눠, 이미 만난 횟수를 제하고 나머지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