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훅' 가기 전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번아웃 증후군을 앓고 산다. 그게 정상일까, 하면 그건 아니다. 이 겨울 너덜너덜해진 심신회복을 위해 참고할 만한 뷰티 에디터 K의 체험기.::헬스,건강,스트레스,번아웃,번아웃증후군,엘르,elle.co.kr:: | 헬스,건강,스트레스,번아웃,번아웃증후군

아프니까 병이다, 병원으로 대체 내 몸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과잉인 걸까?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모발 조직 미네랄 검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더엘클리닉을 찾았다. “모발은 몸속을 순환하는 혈액, 림프 같은 대사 환경에 노출되며 계속 성장해 두피 표면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발생되는 영양학적 대사 작용을 그대로 담습니다. 한 마디로 몸속 영양에 관한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죠.” 서수진 원장의 설명. 검사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생각보다 많이 잘라내 좀 당황했다. 미국에 있는 본사 기관으로 보내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주 정도 소요된다고. 2주 뒤 내원해 서수진 원장의 진단을 받았다. “대사 유형은 ‘느린대사 1형’이 나왔어요. 부교감 신경이 우세하고 에너지 생성 효율이 저하된 것을 의미하죠. 체력이 소진된 번아웃 상태를 생각하시면 돼요. 또 스트레스가 만성기로 보이는데 전에 말했듯 부신 기능이 완전히 저하돼 있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자율신경이 안 좋아져 면역력도 약해진 거죠.” 서수진 원장은 장장 12쪽에 이르는 검진 결과 보고서를 건넸다. 결론은 멀티비타민, 비타민 B와 C, 마그네슘을 섭취하라는 것. 약이 아닌, 음식 대신으로 생각하고 식사 직후에 섭취해 몸이 음식으로 착각하도록 하라는 지시. 또 종합건강검진, 특히 갑상선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안 그래도 ‘건강염려증’이 있는 나는 서둘러 대학병원에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처음으로 장 내시경과 갑상선 검사를 추가로 받았는데 결과는 ‘이상 소견 없음’. 다행이다. 혹시 내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정신과를 찾거나 심리 치료를 받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마인드힐링연구소의 박지숙 소장을 찾았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한의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있다. 일단 내 몸 상태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를 거친 뒤 박 소장을 만날 수 있었다. “흥분, 화 등의 감정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과 무기력, 우울감의 부교감신경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현재 부교감신경의 비중이 지배적인 상태예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 반응도도 예민하고요.” 사실 잘 욱하는 내가 요즘 들어 아무리 부당한 일을 겪어도 화가 잘 안 나길래 분노할 힘도 없어 그런가 보다, 했는데 결국 신경 문제였나 보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첫 상담 땐 부끄러워 감추었던 얘기들이 2회, 3회 차가 되니 한결 편안하고 솔직하게 나왔다. 컬러테라피, 차크라 같은 치료와 함께 긍정 에너지를 주고 궁극적으로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수칙을 지켜나갔다. 4회 차가 됐을 때 박지숙 소장이 내게 말했다. “이젠 그만 와도 되겠어요.”이러다 ‘훅’ 가기 전에철없는 소리라고 회초리질 받을 각오를 하고 말하겠다. 우울하든, 힘이 없든 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몸도 마음도 편칠 않으니 외모에 ‘못생김과 늙음’이 묻어난다는 거였다. 한 마디로 그늘져 보이고 이러다  노화로 훅 가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먼저 발길을 끊었던 피부과와 스파를 다시 찾았다. 언제나 신뢰를 주는 린클리닉의 의료진은 몇 달 만에 피부 탄력과 결, 톤이 나빠진 ‘급노화’ 현상을 지적했다. 시술을 극도로 꺼리는 내가 안심하고 받는 치료는 피아니시모. 고주파로 얼굴의 셀룰라이트를 제거하고, 체외충격파로 근육을 다스리고, 레이저로 피부 결과 톤을 개선시키기로. 워낙 여러 차례 받아본 경험이 있던 터라 효과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즉각적으로 리프팅되어 얼굴에 만연했던 어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가장 큰 도전은 난생 처음 자의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 생클한의원 윤정선 원장과 마인드힐링연구소 박지숙 소장의 조언대로 격한 운동은 체력이 받쳐주질 않으니 가볍게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발레를 시작했다. 이미 굳어버린 뼈와 근육을 풀어주겠다며 낑낑대는 모습이 내가 아는 발레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지만 사랑스러운 발레 음악을 들으면서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적인 요가보단 배우는 즐거움이 있고 PT보단 덜 힘들다는 게 장점. 한 달 후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됐을 때쯤 리복 크로스핏 센터를 찾았다. 내가 등록한 종목은 ‘부트 캠프(Boot Camp)’. “운동을 하다 토했다.” “트레이너를 때리고 싶었다.” “군대를 왜 돈 주고 다시 가냐” 등 흉흉한 후일담과는 달리 ‘이건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 그래도 해냈다는 기분이 들 때의 카타르시스란! 벌써 네 달째 꾸준히 하고 있고 몸에 적당한 근육이 붙었으니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많은 여배우들이 인터뷰에서 건강, 체력, 피부 관리에 우선해 늘 ‘땀을 쭉 빼는 운동’을 꼽던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장장 다섯 달에 걸친 나의 처절한 몸부림 후기는 여기까지다. 결론적으로 나의 교감신경은 완전히 살아났고 몸무게는 회복됐으며 대체적으로 건강해졌다. 다만 급격한 체중 감소로 홀쭉해진 얼굴은, 살이 쪘음에도 예전만큼 살이 붙질 않더라. 물론 그렇다고 필러로 얼굴을 통통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 33살, 몸과 마음의 밸런스와 건강의 중요성을 이 나이에 절실히 깨달았음에 감사한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예방하고 지키는 법을 알았으니까.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힘든 고난의 시간은 찾아온다. 그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본’ 에디터의 체험기에서 힌트를 얻길. 그 경험 덕에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단단해졌다고 감히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