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회복 프로젝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무기력하고 식욕이 없어 살은 쭉쭉 빠지고 기운이 없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보스들과 이별해 우울증에 빠진 미니언즈를 보니 꼭 나 같아서 울어버렸다. 안 되겠다 싶어 돌입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심신회복 프로젝트.::헬스,건강,스트레스,번아웃,번아웃증후군,엘르,elle.co.kr:: | 헬스,건강,스트레스,번아웃,번아웃증후군

“참 밝고 해맑다.” 살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얘기다. 그럴 법도 했다. 본래 타고난 성향이 발랄한데 그 성향이 바뀔 정도로 인생에 큰 고비가 없었다. 자랑스럽게 내세울 건 없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거 못할 정도로 아쉬운 것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일에 빠져 보람과 성취감도 맛보았고, 스스로 돈 벌어 갖고 싶은 신발이나 가방도 사 모았으며, 놀고 싶은 만큼 맘껏 놀며 여행(출장을 비롯)도 실컷 했다. 물론 연애도.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하고 살았다. 그렇게 33세를 맞이했는데 문득 모든 게 시시하게 느껴졌다. 무기력해졌고 이윽고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식욕이 떨어지고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졌다. 체력이 떨어지고 힘이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겹고 일하다가도 숨이 가쁘고 힘이 달려 잠시 엎드려 있곤 했다. 당연히 우울했고 종종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울증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만큼이나 견딜 수 없는 건, 얼굴이 점점 못생겨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생기도 수분도 없는 고달파 보이는 얼굴. 안 되겠다 싶었다. 장기적인 회복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혹시 이게 번아웃 증후군? 말로만 들었던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 번뜩 생각났다. 번아웃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감, 과도한 업무로 인해 에너지가 소진돼 무기력증, 의욕 상실, 냉소주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 이 증상의 사전적 의미가 내 상황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최근 <임상심리학 저널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서 번아웃과 우울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용에 덜컥 겁도 났다. 마침 미팅을 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세노비스에서 번아웃 증후군에 관한 자료를 받았다.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니 영락없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무려 85%가 경험했다니 오히려 안심도 된다. 다들 그렇게 사나 싶어서. 번아웃 증후군 자가진단 테스트(1 전혀 그렇지 않다 ~ 5 매우 그렇다)-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일과를 마치면 녹초가 된다- 아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잃었다-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 - 짜증이 늘었다- 화를 참을 수 없다- 주변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잦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만성피로, 두통, 소화불량이 늘었다- 자주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 모든 일에 대체로 의욕이 없다- 두드러지게 유머감각이 줄었다- 성욕이 감소했다-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한방의 힘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니 엄마가 난리를 피운다. 본래 마른 편이었는데 5kg 가까이 빠지니 내가 봐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가끔 내 뼈끼리 부딪치면 아플 정도. 엄마는 당장 나를 한의원으로 끌고 갔다. 이런저런 검사 끝에 몸에 좋다는 건 몽땅 넣은 ‘보약’을 지었다. ‘식욕이 돌아와 살 좀 찌고 건강해지게 해달라’는 주문이라니. 살 빠지는 한약을 입에 달고 사는 다이어터 앞에선 못 꺼낼 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은 보약을 먹었더니 고맙게도 며칠 만에 기운과 식욕이 조금씩 돌아오더니 5일 만에 몸무게가 1.5kg 늘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몸속 순환을 돕기 위해선 일단 한의원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근성이 좋은 회사 근처 한의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기로 하고 생클한의원을 찾았다. 혈압, 체온, 맥, 인바디 등의 검사를 마친 뒤 내린 윤정선 원장의 진단은? “아주 드물 정도로 극악한 상태예요. 바로 치료에 들어가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체력이 약하고 모든 열이 머리, 상반신 쪽에 몰려 있어요.” 침, 부항, 뜸 치료를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1~2번, 3개월 정도는 다녀야 체질이 바뀌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첫날 특이했던 건 혀 밑에 침을 놓아 나쁜 피를 빼는 치료. 몇 년 전만 해도 무섭기만 했던 침, 부항 같은 치료를 묵묵히 받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다시 검사를 하니 사진상 화산 폭발 직전처럼 시뻘겋던 상반신의 체열이 한결 연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맥도 한결 안정되었다.To Be Continued…